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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게임

오정희 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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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6076 / 608쪽 130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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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아버지와 나는 낡고 너덜너덜해진 각본으로 끊임없이 연극을 하고 있었다.” 허락된 이야기를 버리고 시대의 거울을 찾아내다 오정희 중단편선 『저녁의 게임』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문지작가선6)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작 「완구점 여인」(1968) 등 초기 소설과, 시대적 어둠을 통해 현재의 여성적 삶을 비추는 대표 작품인 ‘전쟁 3부작’ 「유년의 뜰」(1980), 「중국인 거리」(1979)「바람의 넋」(1982)을 포함해 총 11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렸다. 특히 오정희 소설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아버지’를 좀더 선명하게 재현한 「저 언덕」(1989), 작가 특유의 모순적 존재론이 두드러지는 「얼굴」(1999),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원천을 조망한「구부러진 길 저쪽」(1995)은 <오정희 컬렉션>(문학과지성사, 2017)에 미수록된 작품들로, 작가와 해제자, 출판사의 면밀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새롭게 다듬어 실었다. 책임 편집과 해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심진경은 오정희 소설에 대한 모호한 수식어구와 정형화된 해석에 갇힌 그간의 평가가 여성문학을 해석하는 클리셰가 되었다고 지적하며, “궁극적인 문제는 내면성의 탐구가 아니”라는 작가 본인의 말에서 출발해 당시의 사회적 문제점을 되비추는 반사경으로서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에 따르면 오정희의 소설은 “폭력적 권위와 위선으로 몰락조차 달콤한 실패담으로, 혹은 또 다른 성공담으로 윤색”해온 남성 중심의 낡은 서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사를 발명해내려 한 결과물이다. 또한 가부장제적 억압에서 비롯된 여성의 무력감?좌절감에 대한 역사적 기원과 맥락을 되짚어가는 이야기다. 오정희 소설의 아버지는 상상 속에서 미화되거나(「유년의 뜰」), 생계를 위해 딸을 착취한다(「저녁의 게임」). 그러나 가족을 방치한 채 허황한 이념만을 좇는 무력한 인물이더라도 ‘아버지’란 이름의 폭력적 권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딸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제도권 안에서의 정돈된 삶에 대한 강박적인 욕망을 갖게 된다(「저 언덕」). 가장 또렷하게 존재하는 것은, 누군가의 딸이며 어머니이자 아내이면서도 그에 앞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인 여성 인물들이다. 억압적 삶과 권태를 견딜 수 없어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 떠돌아다니는 ‘은수’(「바람의 넋」), 통렬한 자기 인식 끝에 ‘아버지가 다르게 살았다면 나 역시 지금과는 달리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 일갈하는 ‘원단’과 끝내 제도에 저항하며 살기를 선택한 ‘미옥’(「저 언덕」), 웃지도 않고 말도 않고 식탐만 많은, “다른 애들하고는 좀 다른” 명민한 관찰자 ‘노랑눈이’(「유년의 뜰」), 패를 알고 하는 낡은 게임은 재미가 없다며 무능한 아버지와 가부장제에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나’(「저녁의 게임」)가 그렇듯이, 치열하게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여성 인물들과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모순적 한계까지가 시대를 명료하게 비추어내고 있는 것이다. “결혼하면 다 똑같은 말을 해. 간신히 난파선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하듯 쓸데없이 오지랖 넓게 걱정하고 수선을 떨어. 결혼이 과연 그렇게 안전한 닻이 되는 건가?” ―「저 언덕」(p. 160)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작가의 소설이 주목받고 있는 때다. 은수, 원단과 미옥, 노랑눈이와 ‘나’들은 오늘의 작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오정희 역시 고민했고, 작가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가 아닐까. 오늘 씌어졌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저 언덕」 속 문장은 오정희 소설의 생명력을 드러내는 동시에, 세상은 생각보다 더디게 변한다는 비감을 느끼게 한다. 어제의 고민을 바라보며 오늘의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는 것. “모든 좋은 문학작품은 해석을 기다리는 고정된 실체라기보다는 언제나 현재의 맥락에서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창조되는 사건에 가깝다. [……] 이런 측면에서 오정희의 소설은 언제나 오해된 소설이고,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는 새로운 소설이다. 우리가 지금, 오정희의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다”(심진경). ■ 책임 편집 심진경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 『떠도는 목소리들』 『여성과 문학의 탄생』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근대성의 젠더』(공역)가 있다. 서강대학교, 서울예술대학 등에서 강의한다.

저자 소개

  • 저자 : 오정희
저자 : 오정희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1982년 「동경(銅鏡)」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동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독일어로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서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사에서 매우 뜻 깊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저서로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짧은소설집 『돼지꿈』 『가을 여자』,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를 비롯해 『내 마음의 무늬』 등 다수의 수필집을 펴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책 속에서

“아버지와 저는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두 개의 가지와 같아요. 근거 모를 허무 의식이 아버지를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삶으로 몰아갔듯 저에게는 그렇게 지악스럽게 땅바닥을 기어가게끔 만들었어요. 아버지의 삶이 달랐다면 저는 지금과는 달리 세상을 보고 살아갈 수 있었겠지요. 아버지의 허황한 삶을 보아왔기에 저는 손가락에 거머쥔 것 하나라도 놓칠까 봐,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자린고비가 되어 추하게, 보잘것없이 작고 천하게……”
「저 언덕」(p. 160)

밤의 저잣거리는 늘 재미있었다. 나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더위에 치마를 걷고 언니 또래 틈에 쥐새끼처럼 끼여 앉아 밤거리에 음험하게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열기, 끈끈한 정념으로 가득 찬 달착지근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유년의 뜰」(p. 241)

시간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것은 망각과 체념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고 쉽게 말한다.
「바람의 넋」(p. 427)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마실이나 갔다 오게. 아이야 여자가 낳는 거지. 할머니가 손사래를 쳐서 내보냈다. 남자야 아이를 만드는 데나 소용 있는 거지 하는 뜻이었을 게다.
「옛우물」(p. 537)

자신이 자란, 물과 안개에 갇혀 고립된 도시를 보았다. 도시는 저 자신의 기억을 갖고 있다. 사람의 육체가 그러하듯 상처와 그 상처가 남긴 흉터의 기억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이 도시를, 그 권태와 나른함과 고독을 견디지 못해 국경을 넘듯 깊은 밤 기차를 타고 달아나거나, 철길을 베고 눕거나 엷고 어색한 화장을 하고 미군 부대 앞을 서성이기도 했다.
「구부러진 길 저쪽」(p. 509)

목차

완구점 여인 | 번제燔祭 | 저녁의 게임 | 저 언덕 | 얼굴 | 동경銅鏡 | 유년의 뜰 | 중국인 거리 | 바람의 넋 | 구부러진 길 저쪽 | 옛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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