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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 문학과지성시인선 13

원제 :
시리즈 : 문학과지성 시인선 [650]

이성복 저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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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01036 / 122쪽 / 159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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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이성복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했다. 1977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남해 금산』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등과 시선집 『정든 유곽에서』, 잠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 산문집 『꽃핀 나무의 괴로움』, 문학앨범 『사랑으로 가는 먼 길』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책 속에서

그 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桶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63쪽

그해 가을

그해 가을 나는 아무에게도 편지 보내지 않았지만
늙어 군인 간 친구의 편지 몇 통을 받았다 세상 나무들은
어김없이 동시에 물들었고 풀빛을 지우며 집들은 언덕을
뻗어나가 하늘에 이르렀다 그해 가을 제주산 5년생 말은
제 주인에게 대드는 자가용 운전사를 물어뜯었고 어느
유명 작가는 남미기행문을 연재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여기 계실 줄 몰랐어요
그해 가을 소꿉장난은 국산영화보다 시들했으며 길게
하품하는 입은 더 깊고 울창했다 깃발을 올리거나 내릴
때마다 말뚝처럼 사람들은 든든하게 박혔지만 햄머
휘두르는 소리, 들리지 않았다 그해 가을 모래내 앞
샛강에 젊은 뱀장어가 떠오를 때 파헤쳐진 샛강도 둥둥
떠올랐고 고가도로 공사장의 한 사내는 새 깃털과 같은
속도로 떨어져내렸다 그해 가을 개들이 털갈이할 때
지난 여름 번데기 사 먹고 죽은 아이들의 어머니는 후미진
골목길을 서성이고 실성한 늙은이와 천부의 백치는
인골로 만든 피리를 불며 밀교승이 되어 돌아왔고 내가
만날 시간을 정하려 할 때 그 여자는 침을 뱉고 돌아섰다
아버지, 새벽에 나가 꿈 속에 돌아오던 아버지,
여기 묻혀 있을 줄이야


그해 가을 나는 세상에서 재미 못 봤다는 투의 말버릇은
버리기로 결심했지만 이 결심도 농담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떨어진 은행잎이나 나둥그러진 매미를 주워
성냥갑 속에 모아두고 나도 누이도 방문을 안으로
잠갔다 그해 가을 나는 어떤 가을도 그해의 것이
아님을 알았으며 아무것도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비하시키지도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네 아버지냐
그해 가을 나는 살아 온 날들과 살아 갈 날들을 다 살아
버렸지만 벽에 맺힌 물방울 같은 또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가 흩어지기 전까지 세상 모든 눈들이 감기지
않을 것을 나는 알았고 그래서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들이
이장을 끝내고 소풍 갈 준비를 하는 것을 이해했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
그해 가을. 가면 뒤의 얼굴은 가면이었다

-66쪽

목차

목차
1959년
정든 유곽에서
봄 밤
또 비가 오고
루우트 기호 속에서
너는 네가 무엇을 흔드는지 모르고
話
出埃及
移 動
소 풍
自 然
물의 나라에서
돌아오지 않는 江
여름산
편 지
라라를 위하여
금촌 가는 길
꽃 피는 아버지
어떤 싸움의 記錄
家族風景
모래내·1978년
벽 제
세월의 집 앞에서
그 날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그해 가을
그날 아침 우리들의 팔다리여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人生·1978년 11월
성탄절
제대병
蒙昧日記
사랑日記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들에게
연애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밥에 대하여
세월에 대하여
處 刑
눈
다시, 정든 유곽에서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해설·幸福 없이 사는 훈련·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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