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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598 / 109쪽 132 x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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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최승아 시집 『오프너』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큐브〉, 〈슬픈 시그널〉, 〈미모사〉, 〈나는 형질이 다른 두 개의 슬픔을 발견한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
나의 시는
낮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날갯짓이다
2019년
최승아
[ 대표시 ]
오프너
닭은 마당 한 귀퉁이
수도계량기통에 빠져 죽었다
벼슬이 막 자라기 시작한
닭을 묻으러
마당을 파는 동안
한 뼘의 생략된 주검에서
검은 물이 뚝뚝 흘렀다
어린 닭의 이불은 침묵일까
불안을 파헤치자 의심은
흙을 파는 내내 흘러나왔다
담장이 무너질 거라는
옆집 외순이 엄마의 외침 따위는
귀 밖으로 흘릴 만큼
우리는 조숙했다
죽음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매일
잠꼬대처럼 들려왔다
동생과 나는 그 끔찍함을
은폐하려 십자가를 찾았다
피멍 든 손톱으로
마당을 파고 또 팠지만
십자가는 재연되지 않았다
큐브
첫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방에는 서랍이 굳게 닫혀 있고 콘솔 위에는 소리 없이 촛불이 타고 있다
두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함박눈이 쌓인 침대엔 그들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울은 미동이 없다
세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벽을 더듬는다 벽에 걸린 ‘피레네의 성’이 조금씩 침식될지 모를 일이다
네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그를 노크한 순간 태어난 광기, 그는 낮은 곳으로만 기어다니는 벌레가 된다 밀폐된 방엔 비밀이 누설되고 있다
다섯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매일 밤 조금씩 그를 갉아먹는 벼랑, 그쪽으로 다가간 것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악몽은 달을 품고 있는 내내 계속된다 달은 낳을 때마다 사산된다
여섯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그는 끝내 열리지 않는다
플레인 요구르트
엄마가 밤새
내 머리를 휘휘 젓고 있다
나무주걱을 들고
윗목에서 아랫목으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휘저을 때마다
발육이 더딘 나는
자주 경기를 했다
경기에서 깨는 날이면
나는 나로부터 점점 멀어져갔고
불면은 길어졌다
발효가 늦는다는 건
무취의 날 또한 길어진다는 것
섞이는 일에 서툰 내가
제 빛깔을 잃자
뜨거워질 수 없는 방이 차갑게
나를 분리하고 있었다
시인의 말
제1부
큐브/ 슬픈 시그널/ 미모사/ 나는 형질이 다른 두 개의 슬픔을 발견한다/ 오후의 노숙/ 한밤의 몽유
룸/ 지극히 사소한 혹은 몽환적인/ 광대들/ 이름/ 개안/ 야경/ 스파이더맨
제2부
환승력으로 가는 무빙워크/ 오프너/ 낙원상가/ 안개조감도/ 건널목/ 감염/ 룸메이트/ 폭주/ 희망상영관
공원묘지/ 로드킬에 대한/ 지우다, 지워진다/ 긴잠
제3부
요일들/ 웜홀/ 늪/ 데자뷔/ 열쇠 /퇴로/ 플레인 요구르트/ 꿈꾸는 요양원/ 안개/ 월곡댁 임순 씨
화덕/ 봄꽃 수족관
제4부
문/ 모라백의 역설/ 모형집/ 짜깁기/ 결로/ 환상수족관/ 수취인/ 해피엔딩/ 방문객/ 인디언서머/ 왜가리
말아톤/ 이암
최승아의 시세계/ 최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