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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3398 / 412쪽 15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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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마주하기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MoMA에서 보여줬던 방식 그대로 독자와 소통한다. 〈예술가와 마주하다〉가 조건 없는 만남이자 응시이고 경청이었듯이, 소설을 읽는 누구라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마주할 수 있다. 아키 레빈이 그랬듯이, 브리티카가 그랬듯이 용기를 내어 마리나의 맞은편에 앉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곧 마리나가 건네는 말소리가 들려올 테니까. “당신은 아주 중요한 것을 잊었어요.” _본문 중에서 예술은 멈추지 않아요, 마리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예술은 5시가 되면 “이제 됐어. 하루 일과가 끝났으니 가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저녁 메뉴에 대해서나 생각해”라고 말하지 않아요. 예술은 항상 거기 있어요. 채소를 썰 때도, 친구랑 얘기할 때도, 신문을 읽을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파티를 할 때도. 항상 거기에서 제안을 하고, 내가 가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길 바라죠. 내가 굉장한 걸 상상하고, 관객과 교감하고, 기(氣)를 사용하고, 기를 찾길 바라요. 예술은 내가 준비됐을 때 준비되어 있지 않고, 내가 원할 때 오지 않고, 내가 지쳤을 때 떠나지 않아요. 언제나 느긋하죠. 자주 늦거나 느리고 내가 생각한 게 아닐 때도 많아요. _본문 중에서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리는 그제야 마리나와 함께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리나가 보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각각 빨간 옷과 파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작별하기 위해 90일 동안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걸어와 만난 후 포옹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던 〈연인들〉의 진짜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다. 그가 거기, 그녀 앞에 있었다, 그의 얼굴, 사랑하는 그의 얼굴, 그가 미소 짓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안고 싶었다, 그가 안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그녀는 손을 내밀었고 그들은 손끝을 잠시 맞잡았다. 피부와 피부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닿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를 너무도 짧게, 너무도 형식적으로 포옹했다. (…) 그녀는 그의 눈에서, 웃음에서, 스태프와 농담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그에게는 퍼포먼스였음을 보았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떠났던 것이다. 그녀는 진심이었는데. _본문 중에서 시간이 화폐인 뉴욕 사람들이 마리나와 앉기 위해 몰려드는 장면을, 그게 진짜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왜 예술을 사랑하는지, 왜 예술을 공부하는지. 왜 예술에 헌신하는지 같은 것을. 그리고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게 된다. 조해진 소설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듣는 한 우리는 모두 예술가일 것이며, 우리의 삶은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사랑이 아카이빙된 박물관이 될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젊은 여자들을 봐왔다. 겨우 스무 살의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같은 나이의 카타리나 판헤메선, 불과 열세 살의 클라라 페이터르스. 전부 1600년 이전에 태어났다. 누군지 모른다면 이들의 그림을 찾아보라. 세 사람에게는 그들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진가를 극찬한 아버지가 있었다. 또한 재능이 있는데도, 살림을 하고 아내 노릇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삶을 살 거라는 주위의 기대에 굴복한 어머니가 있었다. 너무 많은 여자들이 물감, 팔레트, 캔버스, 잉크, 학비, 종이, 시간을 제공받지 못했고 스스로 구할 수도 없었다. _92쪽
레빈은 함께 계단을 내려갈 때 아버지가 손을 잡아줬던 것을 희미하게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일지도 몰랐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나쁜 일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거의 참기 힘든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가 리디아를 사랑했다는 게 중요할까? 그가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다는 게 중요할까? 그는 괜찮은 영화음악 몇 편을 만들었다. 몇몇 사람을 자신의 음악으로 행복하게 해줬다. 그것을 제외하고 그가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가 정말 중요할까? 어떤 전구를 사야 할지 아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들었다. 혹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이해하는 것. 야구 경기를 읽는 것. 새 전화기를 고르는 것. 목록은 끝이 없었다. 이렇게 작은 일도 이해가 안 되는데 결혼처럼 큰일에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그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충분치 못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슬픔을 느꼈다. 아주 중요한 뭔가를 놓친 듯한 느낌이었다. _217쪽
다니차 아브라모비치는 회고전 안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딸의 삶을 찍은 사진들을 봤다. (…) 그녀는 자진해서 그 독일인에게 뺨을 맞고, 그와 함께 옷을 벗고, 그를 뒤따라 유럽을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온 세상에 자신의 나체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사랑은 황무지였다. 원래 그런 법이라는 것을 다니차는 알았다. “강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녀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돌아다니는 관람객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을 동등하게 대하는 남자는 절대 찾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연기를 해야 해요. 웃어주고, 요리하고, 그들이 당신한테 좆을 들이댈 때마다 정말 크다고 생각하는 척해야 하죠. 사실 남자들은 텅 빈 존재예요. 여자들이 그들을 채워줘야 하죠. 내가 정말로 존경했던 남자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충분히 오랫동안 지켜보면 남자란 늘 실망스럽거든요.” _288쪽~289쪽
어쩌면 무시하기야말로 저평가된 예술일지도 몰랐다. 심지어 중요한 생존 기술일 수도 있었다.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총 맞은 상처를 무시한다. 뉴스를 피할 수 있도록 울리는 전화벨을 무시한다. 상처받지 않도록 기억을 무시한다. _316쪽
예술가는 오랫동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내야 한다.
예술가는 매일 작업실에 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예술가는 은행원처럼 스케줄을 관리해선 안 된다.
예술가는 자기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소유물을 정해야 한다.
예술가는 점점 더 적은 것을 점점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예술가는 정신을 고양해주는 친구를 둬야 한다.
예술가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_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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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작가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