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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682 / 148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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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시작 시인선 (천년의시작) [300]
출판사 리뷰
어느 방송의 앵커는 서서 방송할 때 손에 들고 있는 대본으로 아랫배를 감추기도 한다. 화장실에 달려가서는 거울을 보겠지. 그러다가 아름다운 옷을 고르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나의 손은 가장 알맞고 매력적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그 손으로 김장을 하고 시를 쓰며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이란 무엇인가. 무는 단단하고 단 것을 골라야 한다. 나는 자주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데 장을 보는 일은 슬프기도 하면서 어느 땐 값을 깎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시는 필요하다. 무값을 깎을 때도…… 악마의 시가 내 시라면, 이서화의 시는 어머니 시 같다. 오늘은 장을 보고 나서 그의 시를 읽으며 집에 온다. 거짓말을 하고 살아온 것이 그의 시를 읽으면 후회된다. 무란 무엇인가? ―최호일(시인) 책 속에서 흔들리는 균형 물지게를 기억하시는지 아무리 가득 담아도 출렁출렁 흘리던 걸음 균형 하나가 제대로 잡히기까지 온전한 물통 속의 물은 손실이 크다 그래서 더욱 가득 담아졌던 물 미리 흘릴 균형까지 고려하고 담았었다 담긴 양이 제각각 달라도 물통에 남아있던 물은 늘 같은 양이었던가 균형은 어깨와 발걸음의 출렁거림이 아니라 물통의 그 수위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 나의 균형은 다 흘러넘쳤다 빈 것들의 속내일수록 휘청거리기 쉽다 더 이상 흘려버릴 균형추가 없는 나이가 될수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가령, 팔이 자꾸 안으로 굽는 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다툼 사이에서 균형은 또 그때처럼 흘러넘친다 봄, 바람이 출렁거리며 넘친 벚나무는 이미 바닥이 났고 평행을 유지하던 몸, 출렁거리던 옛 기억들도 감흥이 없다 그때, 오래도록 물이 다 새어나간 어깨가 살처럼 아프다
시인의 말
한동안 강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닌 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지명들이 아니라 시詩의 행간들이었다
삼거리쯤에서 고민하며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 달렸던 쇠락한 탄광촌
창문이 깨지고 간판이 낡은
폐업한 다방
모두 한때 흥청거렸던 곳들이었지만
지금은 제 거칠었던 호흡을 되삼키며
산비탈, 허물어지는 사택들처럼 적요해지고 있었다
그런 하루하루에 제목을 붙였다
그 편 편들이 시가 될지 안 될지는
독자들께 맡긴다
2019. 겨울
이서화
흔들리는 균형
물지게를 기억하시는지
아무리 가득 담아도 출렁출렁 흘리던 걸음
균형 하나가 제대로 잡히기까지
온전한 물통 속의 물은 손실이 크다
그래서 더욱 가득 담아졌던 물
미리 흘릴 균형까지 고려하고 담았었다
담긴 양이 제각각 달라도
물통에 남아있던 물은 늘 같은 양이었던가
균형은 어깨와 발걸음의
출렁거림이 아니라
물통의 그 수위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
나의 균형은 다 흘러넘쳤다
빈 것들의 속내일수록 휘청거리기 쉽다
더 이상 흘려버릴 균형추가 없는
나이가 될수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가령, 팔이 자꾸 안으로 굽는 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다툼 사이에서
균형은 또 그때처럼 흘러넘친다
봄, 바람이 출렁거리며 넘친 벚나무는 이미 바닥이 났고
평행을 유지하던 몸,
출렁거리던 옛 기억들도 감흥이 없다
그때, 오래도록 물이 다 새어나간
어깨가 살처럼 아프다
시인의 말
제1부
국숫집 13
부론 14
흔들리는 균형 16
동인지 18
여행을 밀어 넣다 20
실금 22
우설牛舌 24
집밥, 26
그도 저녁이면 28
도돌이표 30
고목 부처 32
황태 날다 34
물의 상처 36
부론강 38
제2부
꽃 떨어진다 43
배추밭 44
봄을 전지하다 46
논둑의 지형도 48
탈수 50
늦가을 답변서 52
문 54
잠의 맛 56
흑백 57
눈물 한 끼 58
화전火田 60
비 끝 62
부추꽃 64
흔들리는 일 66
제3부
고양이 조각 71
양팔 저울 72
엉겅퀴 74
중심 76
돗자리마다 봄 78
침낭 80
잠꼬대 82
거슬러 오르다 84
고양이 자리 86
실수를 고치다 88
귀를 이식하다 90
에코존 92
거울이 하는 일 94
전생과 놀다 96
제4부
신위 101
보라색 투병 102
발뺌 104
폐광의 메모 106
연장론 108
미로 찾기 110
무심함에 대하여 112
역참 114
러닝셔츠는 달린다 116
걱정은 오지랖이 넓다 117
술 취한 목소리가 없는 집 118
도시의 귀 120
아문 곳들 122
흔들리는 손잡이 124
해설
박성현 ‘무심함’의 시선, 혹은 일상에 대한 명징한 직관들 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