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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591328 / 480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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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인 걸까? 방금 전 우리 몸에서 나온 그것은 어디로 흘러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저널리스트 로즈 조지는 이러한 의문을 품고 분변의 세계를 향한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여정을 시작한다. 런던과 뉴욕의 하수도부터 일본의 변기 회사, 남아공의 재래식 변소, 중국의 공중화장실, 미국의 하수처리장을 거쳐 인도의 슬럼가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계 곳곳의 위생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실무를 경험한다. 그리고 분변과 화장실에 얽힌 역사와 문화, 현실의 문제를 두루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분변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주제에 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이나 섹스가 더 이상 터부시되지 않는 지금, 인간의 배설물만큼은 여전히 사회적 금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위생운동가의 말처럼, 똥에 대해 솔직하지 않으면 위생 문제를 논할 수 없고 화장실을 빼놓고선 인류의 평안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당장 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도 매우 진지하게.
출판사 리뷰
▲ 왜 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가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분변은 인류의 중대한 관심사였다. 많은 이들이 국경과 문화, 종교를 초월해 이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했다. 인도의 민족운동가 모한다스 간디는 조국의 독립보다도 국민의 위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화장실 문제에 늘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이트는 분변학이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며 배설물을 이해하고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사할린 섬의 비참한 위생 상태를 열정적으로 기록했고, 러디어드 키플링은 문학보다 하수도에 더 큰 매력을 느낀 나머지 틈날 때마다 배수관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썼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변기야말로 ‘산업 분야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라며 예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위생과 배변은 현대 인류 문명의 토대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현대의 도시를 정의하는 핵심 항목 중 하나는 ‘하수 체계가 갖추어진 도시’다. 인간과 배설물 간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위생 도시’야말로 현대적인 도시로 인정받는다. 또한 아이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첫 과정은 다름 아닌 배변 교육이다. 이른바 예의범절의 습득은 유아용 변기로부터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분변에 대한 태도는 문명의 척도이자 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생활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배변과 위생이 다른 이슈들에 밀려나 주목받지 못하게 되었을 뿐, 분변은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진지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 수십 억 삶을 결정짓는 문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4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뒤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가장 더러운 도시다. 거리에는 사람의 분변과 지독한 악취로 가득하다.” 20세기 초까지도 서울 시내는 궁궐을 제외한 사대문 주변이 말 그대로 똥밭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30~50%에 그쳤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하수 설비가 신속하게 갖추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 어딜 가더라도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생 시설을 구축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 약 20억 명은 지금도 최소한의 위생 시설조차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그들 대부분은 기찻길 옆이나 숲속에서 대충 볼일을 해결한다. 심지어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강간이나 뱀에게 물릴 위험을 무릅쓰고 껌껌한 야외에서 숨죽여 용변을 본다. 아이들 역시 고통받는다. 15초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설사병으로 죽는다. 이 중 90퍼센트는 분변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 때문이다.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비위생적인 환경은 전 세계 5세 이하 아동의 사망 원인 2위로 지목된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상한 음식을 먹다가 걸리는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 위생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매년 약 2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게리 루브쿤 하버드대학교 유전학 교수는 화장실이야말로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절대적 요인이며, 다수의 빈국에서 깨끗한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어도 평균 수명이 약 20년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위생 문제의 해결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제공하는데, 정부가 적절한 위생 시설을 제공할 시 환자 수 감소로 의료 예산을 아낄 수 있고 이질이나 콜레라 같은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일수록 청결하고, 건강하며, 부유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이야기가 됐다.
▲ 여러모로 흥미로운 공간, 화장실
똥은 사회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중화장실과 수세식 변기다. 우리가 집밖에서 가장 사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공중화장실은 과연 실제로 사생활을 보호해줄까? 최근에 가본 공중화장실을 떠올려보라. 공공장소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21세기 현재에도 플라스틱 재질의 칸막이 하나에만 의존할 뿐이고, ‘청각 사생활’까지 완전히 보호하는 칸막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중화장실에서의 사생활 보호는 ‘보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는 가정(사회적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 다시 말해, 완전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선 자기 최면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이를 ‘시민적 무관심’이라고 불렀다. 공적인 환경에서 사생활을 보장받으려면 낯선 사람과의 삶을 인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편 인류 최고의 발명품도 화장실에 있다. 《포커스》 지가 독자를 대상으로 ‘역대 최고의 발명품’을 꼽도록 한 결과, 그 영예의 1위는 수세식 변기가 차지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컴퓨터, 인쇄기, 불, 바퀴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의 모양이 과거 수세식 변기가 처음 나왔을 때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전화기, TV 등 현재 우리가 쓰는 물건 대부분은 수 세대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거치며 모습이 바뀌어왔다. 예컨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아이폰iPhone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변기만큼은 더 새롭고 발전된 제품으로 혁신되지 않는다. 저자는 심지어 1793년 오늘날의 현대식 변기의 기틀을 만든 조지프 브라마가 지금 우리가 쓰는 변기를 보더라도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상수도만큼 하수도가 중요한 이유
하수도 역시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을 가능케 한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하수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그 지하 세계가 너무도 궁금했던 저자는 런던과 뉴욕의 하수도로 직접 들어가 사람들이 흘려 보낸 배설물의 자취를 쫓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하수도에서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인간의 배설물이 아닌 탐폰과 일회용 컵 등으로 가득한 만물상이었다. 하수도에는 없는 게 없다. 휴지심, 기저귀, 팬티, 휴대폰, 금붕어, 주사기, 수류탄 등 세상 모든 물건이 있다. 값나가는 물건을 찾아다니는 하수도 사냥꾼까지 생길 정도다.
그러나 이같이 하수도에 분변이 아닌 다른 물질이 많을수록 하수 처리는 어려워지고 하수도 작업자의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가 운영하는 하수 체계는 수질 환경 보호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하수의 약 90퍼센트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곧장 바다와 강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현실은 그 대표적인 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의 하수처리장에서조차 우천 시에는 미처리 하수를 호수나 바다로 그냥 흘려 보낸다. 이러한 방류는 불법이 아니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는 우리 사회의 하수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선진국들의 기만적인 위생 조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 모두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
건축가 알렉산더 키라는 《화장실》이라는 책을 쓰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민 1000여 명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몰랐다.” 정말 그렇다. 사람들은 화장실에 대해, 똥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어렵다는, 공개적으로 입에 올려선 안 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똥이나 화장실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진지한 대화의 주제로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의 배설물이 다방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답변과 함께, 분변과 관련한 공중보건과 위생, 환경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생물학부터 인류학까지 다양한 문헌과 연구를 아우르면서도 이론에 침잠하지 않고 현실의 문제들을 끊임없이 조명한다. 저자는 베테랑 기자답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깊이 있는 취재와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분변에 대한 인문학적·저널리즘적 접근이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탐사 논픽션이 탄생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에게 똥이란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단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서문. 우리가 외면해온 그것에 관한 이야기
1장. 지하 세계를 걷는 사람들
영국×미국
2장. 미래형 변기의 도래
일본×미국
3장. 위생운동가들이 살아가는 법
남아프리카공화국
4장. 누구의 손에 오물을 묻힐 것인가
인도
5장. 분뇨의 힘
중국
6장. 화장실은 인권이다
중국×영국
7장. 슬러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미국
8장. 새로운 배변 생활을 꿈꾸며
인도×방글라데시
9장. 가난한 도시의 비극
탄자니아×인도
10장. 우리 앞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