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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630 / 143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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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지
창밖으로는 꽃들이 지나갔는데
언제까지고 계속될 듯한
한낮이 있어서
언제든 제대로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나는 의자에 앉아 있고
다음 정류장은 보이지도 않고
2019년 12월
박진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내가 찾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는 것이었지
지금도 여전히
-「숨바꼭질」부분
무승부가 없는 놀이
나는 지기만 했지
바위는 보에 지고 보는 가위에 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데리러 온다고 했지
- 「가위바위보」 부분
발 하나 들어 있지 않은 난전의 신발들
맨발보다 더 시려 보이는 저 표준의 사이즈들은
몇 번을 신어 보고 몇 번을 돌아서 보고
몇 번을 벗어두고 나서야
발의 온도를 이해할까
오늘도 얇은 먼지와 흰 눈에게 제 크기를 내어준다
겨울, 한기를 견디던 힘으로 발을 기다리는 일
진열이 아닌 나열의 추운 발
그러나 아무도 저 시린 발은 사지 않겠다는 듯
지나가는 걸음들은 빠르다
맞춤이 아니어서 주인이 없는 발
- 「신발」 부분
몇 장의 꽃잎 세는 동안
손가락 끝을 빠져나가는 꽃
내리실 분은 벨을 눌러주세요
난 여기까지야
저녁마다 버튼이 붙어 있다
꽃잎과 꽃잎 사이로 차창이 지나고
졸음이 밀려오고
꽃에 내리려면
건망증만큼의 할증이 있어서
몇 장의 붉은 꽃잎
다시 세는 동안
덜컹, 흔들리는 버스
어떤 꽃은 나무에 들어 햇살만 축내고
한철 흩날리는 봄
우린 다른 봄을 살았을까
난 여기까지야
- 「환승」 부분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모래톱에 찍힌 발자국에는
지난밤 큰 물고기를 물가까지 끌고 나온 수달이 있고
들쥐를 쫓는 너구리가 있고
황조롱이 한 마리 앉았다 날아오르고
-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부분
바래다줄게, 꽃 피는 근처까지
막 햇빛이 다녀간 벤치에 앉아
지루한 발밑에서 절걱거리는
돌멩이 소리를 듣곤 했지
문득 새들이 날아들었다 흩어지고
갓 쌓인 눈에 발이 잠기는 순간까지만
바래다줘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야
어디?
오래된 질문이 마음에 들어
- 「바래다줄게」 부분
차라리 맨발로 땅을 걷고 싶어요 계모와 이복언니는 행복의 전제 조건인가요? 행복해지기 위해 얼마나 더 불행해져야 할까요 계단은 너무 길어서 구르거나 넘어지거나 일정 부분은 운명에 맡겨야 해요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가고 여자의 유일한 혈육인 신발은 꽉 끼어 잘 벗겨지지 않아요
- 「술에 취해 우는 여자는 어떤 얼굴을」 부분
엄마는 만국기 중 어느 국가에서 펄럭이고 있을까
매트 위를 한 번 구르고
훌라후프 두 개를 빠르게 통과한다
몇 개의 장애물을 지나
작은 쪽지를 펼쳐 엄마가 나오면
나는 잠깐 동안 지워지는 아이
해마다 할머니는 엄마가 있다는 나라를 바꿨다
안경 낀 할아버지
교감 선생님
쌍꺼풀이 있는 남학생
파마머리의 아주머니
기형적인 가족이어도 너무 좋아
엄마가 아닌 사람의 손을 잡고 뛰는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아이
할머니는 흙이 묻지도 않은 내 운동복을 자주 털어 주었고
가끔 올려다본 하늘엔
만국기처럼 많은 엄마의 나라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 「가을 운동회」 전문
1부 세상의 모든 노래는 젊어서
숨바꼭질
욕조에서
줄넘기
고무줄놀이
나는 죽어서도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죽은 신부의 얼굴
꽃놀이
손금
세상의 모든 노래는 젊어서
강박 신경증
흰 할머니를 잃었다는 동화
낭만적 등굣길
할머니 언제 이곳까지 와서 울고 계셔요
꽃상여
2부 공기놀이
가위바위보
신발
지갑
어금니
공기놀이
속눈썹 연장술
베이비 박스
달방
버들강아지
날파리증
철거 통지문
콜렉트콜
마중
숨은그림찾기
창
무릎
환승
3부 사다리타기
냇가의 물이 무릎까지 차오를 때
마지막 졸음
물고기 계단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발자국을 지나다
주먹 쥔 나이
간주
바래다줄게
예쁜 혈액형
과거로 달리는 시속
숟가락
사다리타기
천하명당복권방
공공근로
공작단풍
4부 가임기의 나를 지나는 아이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임기의 나를 지나는 아이들
술에 취해 우는 여자는 어떤 얼굴을
애호박
원을 세다
그리운 나무그늘이여!
불꽃의 이력서
직소퍼즐
다만 이름만 빌려왔을 뿐
육백
불안한 이탈
가을 운동회
화전花戰
해설
모노산달로스의 시적 여정 :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길 잃기
- 김지윤(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