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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316572 / 192쪽 143 x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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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시베리아 열차의 창문은 말해주었다. 맛보고 땀 흘리며 살아갈 세상. 인생은 창문 밖이 아니라 떠들썩한 객실 안에 있다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있다고. 지금 이 순간에 있다고. _본문 27쪽
* 일몰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만약 그 일몰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 길을 달렸다면, 그 일몰은 조금 더 특별해진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 할아버지가 달리는 속도보다 느리게 자전거를 탔던 한 시간은 역사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데 필요한 과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앙코르 와트는 이곳에서 9백여 년 동안 변치 않고 일몰을 봤겠지. _본문 33쪽
* 어느 곳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물 흐르듯 살아보고 싶었던, 아직 개울조차 벗어나 보지 못한 나 자신을 보았다. 모든 젊은이의 실수를 부르는 들뜸, 하지만 젊은 날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_본문 49쪽
*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다른 친구가 유목민 집에서 3주 살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허연 미국 친구였다. “대화는 어떻게 했어?” “그냥 말을 안 했어.” 약골 곰팡이처럼 생긴 녀석이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3주를 지내다니. 멋져 보였다. 그래, 바로 이거다. _본문 94쪽
* 게르에 있는 식재료라고는 밀가루와 양고기뿐인데, 매끼 새로운 요리가 나왔다. 오늘은 뭐가 나올까. 오늘은 양고기 수제비가, 다음날은 양고기 칼국수가 나왔다. 사실 메뉴는 중요하지 않았다. 맛은 항상 같았으니까. 어느 날, 떡 하니 양 머리가 나왔다. 솥에 담겨있는 양님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양 머리는 몽골에서 귀한 요리라고 한다. 저희가 뭘 잘못했기에 귀하게 여겨주시는 겁니까. _본문 100쪽
* 유목 식사에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채소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유목민들은 광합성을 하는가? 왜 야채를 안 먹지? 그들의 음식은 오직 밀가루와 고기로 만들어졌다. 개운한 맛이 필요했다. 어느 날은 양 옆에서 풀을 뽑아 먹었다. _본문 101쪽
* ‘시간을 견디는 것’ 그래, 이것이 자전거 여행의 요체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화분에 담겨있던 시간들. 가슴속 한가득한 마음은 터질 것 같은 데 쏟아낼 곳을 찾지 못하던 순간, 그리고 시간들. 답할 수 없는 질문들로 가득했던 날들.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던 날들. 그런 시간이 있었다. 흐르는 세월을 견딜 만큼 강한 몸과 마음을 나는 갖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 이 농밀한 시간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_본문 125쪽
* 20대의 나는 어느 것, 어느 곳에도 마음을 오래 두지 못했다. 바람이 불었다. 가슴속 바람은 나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떠밀었다. 월급, 대학, 취미, 자동차, 아파트. 어느 곳에도, 어느 것에도 내려앉지 못했다. 현재와 미래 사이 어딘가를 떠돌았다. 전역을 결심했다. 하지만 두려웠다. 이 바람이 그저 젊은 날의 혈기라면 어쩌지, 젊음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바람이면 어쩌지.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곳에 주저앉게 되면 어쩌지. 두려웠다. _본문 128쪽
* “옷을 사라. 그러면 보내주겠다.” 이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 화가 울컥 치밀었다. 이것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우리는 안 살 거다.” 그러자 B가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희는 오늘 우리의 첫 손님이다. 너희가 사지 않으면 오늘 우리 가게는 재수가 없다. 우리 가게의 행운을 위해 옷을 사라. 인도의 전통이다.” _본문 158쪽
* 이런 심장 쫄깃한 시점에 영제가 함께 있어서 다행이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영제를 보았다. 나와 달리 영제는 ‘납치’당하는 중이 아닌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백미러로 아까 그 동료 택시가 보인다. 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우리 택시를 쫓아오고 있다. (우연이라고 말해 줘… 제발!). 같은 상황에 다른 걸 생각할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인지도 모르지만, 이건 교통사고냐 납치냐 둘 중 하나, 아니면 두 개가 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 _본문 164쪽
*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세상의 모든 길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하루 8시간. 페달을 밟았다. 탈진과 바람을 가를 때 피어나는 상큼함 사이를 왕복하는 수행이었다. 푸른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어,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할 수 있어, 개뿔. 페달을 밟을 땐 허벅지 근육 경련이, 페달을 밟지 않을 땐 전립선의 고통이, 이래도 저래도 고통스러운 사이클이 반복됐다. _본문 168쪽
* 여행이라는 산을 오르며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여행은 내게 무엇을 말해 주었을까. 나는 진정으로 여행을 다녀온 걸까. 여행은 내게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 여행에 돌아온 나는 왜 귀촌을 했을까. 여행을 떠났던 이유만큼 귀촌을 한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됐기 때문에 여행을 떠났던 것이고, 똑같은 이유로 귀촌을 한 것이다. _본문 186쪽
프롤로그 - 279일 길은 여기까지, 여행의 끝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 005
CHAPTER 1 여행이 묻다
01. 동해항에서 러시아로, 자유의 첫걸음 / 흑흑(黑黑) / 014
02. 러시아 시베리아 열차, 창문 너머의 세상 / 그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은 / 020
03.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지난 뒤에 치는 북소리 /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거야? / 029
04. 태국 파타야, 상처뿐인 파타야 여행 / 너 변했어 / 038
05. 인도 맥그로드 간즈,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 044
06. 이란, 뒤를 돌아보면 / 다시 만날 수 없더라도 / 050
07. 이집트 스쿠버 다이빙,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 / 삶의 기쁨 / 057
08. 에티오피아 활화산, 지구의 심장 / 허영에 반(反)하다 / 065
09. 인도 맥그로드 간즈, 날 길들인 개요정 / 시간이 주어지는 이유 / 072
10. 그리스, 이건 뭡니까? 맛 파스타를 만드는 비법 / 이것도 여행입니까? / 078
CHAPTER 2 여행에게 묻다
01. 베트남, 여행의 파도가 밀려오면 / 여행을 즐기는 우리의 자세 / 086
02. 몽골, 유목민들과 일주일(1) / 여행의 Must have 아이템은? / 092
03. 몽골, 유목민들과 일주일(2) / 자네, 야생이 되어 볼 텐가 / 102
04. 인도, 고아원에서의 일주일(1) / 유서를 꼭 써야 했니 / 110
05. 인도, 고아원에서의 일주일(2) / 나는 언제쯤 성숙해질까? / 117
06. 그리스, 1,149㎞ 자전거 여행(1) / 바람이 분다 / 124
07. 이란, Be my ATM(나의 현금인출기가 되어주오) / 얼마면 되는데 / 132
08. 베트남, 라면과 함께 춤을 / 앞일은 정말 모르는 걸까? / 139
CHAPTER 3 사람들이 묻다
01. 에티오피아, 소매치기는 외양간을 남기고 / 왜 돌아온 거야? / 146
02. 인도, 네가 밉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가 어디야? / 154
03. 인도, 야간 택시를 탔다… / 위험하진 않았어? / 160
04. 그리스, 1,149㎞ 자전거 여행(2) / 로맨스는 없었어? / 165
05. 러시아, 고담시를 걷는 기분 / 러시아는 어때? / 172
06. 귀국, 여행을 마무리하며 /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세계인 거야? / 177
에필로그 - 사랑, 조금 늦거나 / 183
[부록] QR코드로 보는 여행 / 1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