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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봄날의 짧은 글

시리즈 : 반니산문선 [1]

나쓰메 소세키 저 | 손정임 역 | 반니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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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467063 / 248쪽 125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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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夏目漱石) 

나쓰메 고헤나오카쓰(夏目小兵衛直克)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신 직후 가세가 기울면서 늦둥이였던 소세키는 태어나자마자 두 번이나 양자로 보내졌다가 되돌아오는 파란을 겪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흥미를 두어 니쇼가쿠샤(二松学舍)에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영어 교육 기관이었던 세이리쓰 가쿠샤(成立学舎)를 거쳐 17세에 도쿄대 예비 과정에 입학했다. 학창 시절에는 영어의 수재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장래 진로로 건축가를 꿈꾸기도 했다. 22세에 동급생 시키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하이쿠를 짓기 시작했고, 시키의 고향을 방문해 훗날 그를 직업 작가의 길로 인도한 다카하마 교시(高浜虚子)를 처음 알게 되었다. 
1903년 귀국 후 도쿄 제국대학 강사로 재직하면서도 동양인으로서 영문학을 강의한다는 위화감에 힘겨워했는데, 그의 처녀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신경 쇠약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필한 것이다. 1907년부터는 대학 교수라는 최고 엘리트 신분을 박차고 ≪아사히(朝日) 신문≫의 전속 작가로 전향했다. 이후 10년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통해 근대화의 모순, 근대 문명 속의 개인의 불안과 고독, 인간의 속물성과 에고이즘에 대한 탐구 등, 근본적인 고민을 이어 갔다. 
근대 지식인 청년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모색을 그린 삼부작 ≪산시로≫, ≪문(門)≫, ≪그 후(それから)≫에 이어, ≪행인(行人)≫, ≪마음(こころ)≫의 대표작은 일관되게 개인의 내적 고뇌를 묘사한 것이다. 한편 근대 문명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전통과 탈속적 세계관으로 인생을 바라보고자 한 ≪풀베개(草枕)≫와 ≪열흘 밤의 꿈(夢十夜)≫, 만년의 자전적 소설 ≪길 위의 생(道草)≫ 등에 이르기까지,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이 휘몰아치는 시대에 태어나 근대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고뇌한 지식인으로서, 그의 소설은 그의 삶 자체였으며 나아가 일본 근대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 오랜 고투의 상징이기도 한 위궤양 악화로 1916년, 49세로 타계했다. 마지막 작품 ≪명암(明暗)≫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역자 소개

동덕여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일번역학과에서 석사, 동 대학원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기술, 미디어 등 분야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삶보다 죽음을 귀하다고 믿는 나의 희망과 조언은 결국 불쾌함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것을 초월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내게는 그것이 실천적인 면에서 나 자신이 평범한 자연주의자라는 것을 입증한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 p.31 <유리문 안에서> 중에서

아침저녁으로 독경할 때 울리던 바라 소리는 지금도 내 귓가에 남아 있다. 특히 안개가 많이 끼는 가을부터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걸쳐 댕댕 울리는 세이칸지의 바라 소리는 언제까지나 가슴에 슬프고 차가운 무언가를 박는 것처럼 어린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 p.65 <유리문 안에서> 중에서

기운 넘치고 강한 사람의 장례식에 갔던 나는 그가 죽고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생각하면 자신이 살아 있는 게 더 부자연스러운 심정이 되기도 한다. 운명이 일부러 나를 우롱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게 된다.
- p.74 <유리문 안에서> 중에서

아직도 이따금 휘파람새가 정원에서 운다. 봄바람이 가끔 생각난 것처럼 춘란 잎을 흔들고 지나간다. 고양이는 어딘가에서 된통 물린 관자놀이를 햇볕에 내놓고 포근히 잠들었다. 아까까지 마당에서 고무풍선을 띄우며 떠들던 아이들은 모두 활동사진을 보러 갔다. 집도 마음도 고요한 가운데 나는 유리문을 활짝 열고 조용한 봄빛에 감싸여 황홀히 글을 마무리한다.
- p.126 <유리문 안에서> 중에서

그때 나는 뒤집힌 고타쓰를 상상했다. 타버린 이불을 상상했다. 가득한 연기와 불타는 다다미를 상상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 남포등이 원래대로 켜져 있다. 아내와 아이는 평소처럼 잠을 자고, 고타쓰는 초저녁과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이 자기 전에 봤을 때와 같았다. 평화롭고 따뜻했다. 그저 하녀만 울고 있을 따름이다.
- p.139 <긴 봄날의 짧은 글-도둑> 중에서

아내가 나간 빈자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야말로 눈 내리는 밤이다. 울던 아이는 다행히 잠든 모양이다. 뜨거운 메밀물을 후루룩거리며 밝은 남포등 아래에서 새로 넣은 숯이 탁탁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재 안에서 붉은 불기운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숯의 단면에서 가끔 파르스름한 불꽃이 일렁인다. 나는 불빛에서 처음으로 하루의 따스함을 느꼈다.
- p.154 <긴 봄날의 짧은 글-화로> 중에서

고양이는 별로 화를 내는 기색이 없다. 싸움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저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런데 누워 있는 모양새에 어쩐지 여유가 없다. 느긋하고 편하게 몸을 뉘고 햇볕을 쬐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만한 자리가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아니, 이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몸이 나른한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외로운데 움직이면 더 외로워져 참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165~166 <긴 봄날의 짧은 글-고양이 무덤> 중에서

그사이 들판과 숲의 색깔이 점점 바뀐다. 신 것이 어느새 달콤해지듯 온 계곡에 세월의 두께가 더해진다. 이때 피틀로크리 계곡은 백 년 전 옛날, 이백 년 전 옛날로 바뀌며 평온한 정취를 담는다. 사람들은 세상사에 익숙해진 얼굴을 나란히 하고 산등성이를 지나는 구름을 본다.
- p.215 <긴 봄날의 짧은 글-옛날> 중에서

목차

유리문 안에서 · 7
긴 봄날의 짧은 글(永日小品) · 127
· 설날 129
· 뱀 134
· 도둑 138
· 감 146
· 화로 150
· 하숙 155
· 과거의 냄새 160
· 고양이 무덤 165
· 따뜻한 꿈 170
· 인상 175
· 인간 179
· 구리꿩 184
· 모나리자 190
· 화재 194
· 안개 198
· 족자 202
· 기원절(紀元節) 206
· 돈벌이 208
· 행렬 211
· 옛날 215
· 목소리 219
· 돈 223
· 마음 227
· 변화 232
· 크레이그 선생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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