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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503492 / 36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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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일본 천황가의 이미지 정치와 천황가의 여성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은 국가 재건을 위해 개혁의 길에 나서게 되는데, 그 첫걸음은 천황의 ‘인간선언’(1946.1.1. 「天皇の詔書」)이라 할 수 있다. 1946년 1월 1일 신년을 맞아 발표한 조서(詔書)에서 천황은 자신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신성’한 존재가 아님을 밝힌다. 이는 반대로 과거에는 천황이 일본인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화신’과 같은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당시의 조서는 그러한 신성함을 부정했다는 뜻에서 천황의 인간선언으로 불린다. ‘비로소’ 인간이 된 천황은 현재 일본국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징천황제의 규정에 따라 국민통합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그 뒤 천황을 비롯한 천황가는 새롭게 재건되는 일본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미지 전환을 이룬다. 특히 1958년 아키히토 황태자[전 헤이세이 천황]가 일반 ‘평민’ 출신의 여성 쇼다 미치코와 결혼하게 되면서 천황가는 친근함으로 무장해 ‘안방’ 속으로 파고든다. 사랑받는 천황가를 만들기 위한 황태자 부부와 국민과의 접촉은 ‘민주적 황실’, ‘열린 황실’처럼 비권위적 이미지의 황실론을 확산시켰다. 무엇보다 둘의 결혼식은 ‘성혼(聖婚)’으로 치장되어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는데, 이를 시청하기 위해 국민들이 구매한 텔레비전의 수가 급증하여 일본 사회 내의 매체 및 콘텐츠 발달에도 큰 도약대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전환기적’ 호황을 황태자비 쇼다 미치코의 이름을 따서 ‘밋치 붐(ミッチ·ブ―ム)’이라 명명하며 사회 각계에서 기념비적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천황가는 대중에게 친숙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어머니’로서 세 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아내’로서 남편에게 헌신하는 미치코 황후의 모습은 이른바 현모양처의 이미지와도 중첩된다. 이러한 모습에서는 데이메이 황후처럼 진구 황후와 일체화하여 ‘신’과 ‘천황’의 중간에 위치하는 ‘나카쓰스메라미코토(中皇令, 中天皇)’로서의 황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고대 일본에 쌍계제 문화가 존재했다면, 남존여비라는 관념은 본래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연장자인 여성이 권력에 오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쌍계제가 폐지되고 부계제로 이행한 뒤에도 여성 연장자가 권력을 갖는 시대가 끊이지 않고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내내 설명한 바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시대가 있었다는 그 자체마저 완전히 망각되어 남계의 황통이 지속적으로 보존되어 온 것이 마치 일본의 정체성이라는 식의 언설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본문 제2장에서 언급했던 피(血)의 ‘불결함’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듯이, 여성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궁중의 관습이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유지되어 미치코 황후로 대표되듯 현모양처다우며 국민에게 따뜻한 자애를 베푸는 ‘모친’으로서의 여성상이 널리 칭송되고 있다. 일본에서 근대 이후 강화된 여성의 권력을 ‘모성’이나 ‘기원하는’ 주체로 왜소화해 버리는 경향은 황후나 황태후가 ‘신’과 천황의 중간에 위치하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여성의 정치참여가 헌법에서 인정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여성을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일본에서 여성의원이 늘어나거나 여성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계 이데올로기에 의해 은폐된 ‘여제’의 일본사를 다시금 들춰내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젠더적 역할 분업관을 역사적으로 상대화하는 관점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황가의 황후들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되고 받아들여질 때마다 절대 권력으로서의 근대 천황제가 완성되었고, 또 현대에 와서는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천황제가 정착된 것을 우리는 천황제 시스템의 자장 안에서만 평가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마사코 황후의 문제를 포함해 이러한 천황가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10월 22일 레이와 천황의 공식 즉위식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다시 여성 천황에 대한 인식 조사가 이루어졌다. 국민들은 상당수 여성 천황을 지지하며 현 천황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근대화의 길에 막 들어선 일본에서 1882년에 시작된 여성 천황에 대한 논의가 이번에는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까? 앞서 보았듯이 약140여년 전의 논쟁 구도가 여전히 반복될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계승 형태가 제안되고 인정될까? 근대화 이래 천황이 바뀔 때마다 등장한 ‘여제론’은 어쩌면 미래의 일본 사회를 좌우할 함의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여성 권력자의 계보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 『여제의 일본사』는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리라 기대한다. 일본 역사에서 천황가를 포함해 지도자적 권력층의 배후에 포진해 있던 여성들에게 주목해 봄으로써 현대 일본의 성감수성은 물론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 역사 서술 방식에 얽매여 온 우리의 젠더 바이어스[Gender Bias, 성역할에 대한 편견]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장 알려지지 않은 여성 권력자의 계보
제1장 여성 천황이 계속 등장한 시대: 나라 시대까지
제2장 모후(母后)가 권력을 잡은 시대: 헤이안 시대
제3장 장군 등의 모친이 힘을 가졌던 시대: 가마쿠라 · 무로마치 ·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제4장 ‘모친’의 권력이 봉쇄되었던 시대: 에도 시대
제5장 황후가 ‘기원’의 주체가 된 시대: 메이지 · 다이쇼 · 쇼와 시대
종장 일본 여성의 정치참여는 왜 진전이 없는가?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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