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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 문학동네시인선 129

김수형 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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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9987 / 128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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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김수형
저자 : 김형수
1985년 『민중시 2』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애국의 계절』 『가끔씩 쉬었다 간다는 것』 『빗방울에 대한 추억』 등이 있다.

머리말

시인을 성자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2019년 12월
김형수

책 속에서

1
한반도가 시궁창 같다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하게 걸을수록 안전하지 않다

고운 잎이 벌레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한때 순정을 이지메하던 병동에서 나는 인생 수업을 마쳤다

오늘도 젖은 물방울들이 서로 부서지는 속을 나는 흐르고 있다

2
이사회가 있었던 다음날
영근 형이 전화해서 마구 욕질을 해대었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 불끈 받아치기 직전
한없이 서러운 울음을 쏟아낸다

그 자식
네 끼는 굶은 얼굴이드라 면도조차 안 하고
그럴 거면 명편(名篇)이라도 좀 내놓지
내가 1980년대의 종점인 줄 알았는데 남일이가 종점이었어

갑자기 무장해제되어 얌전하게 꿇어버렸다

형, 울지 좀 마라

3
멀리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제 무덤을 파는 노인처럼 보였다

쉬는 날 마포 삼층에 앉아 담뱃불을 붙일 때면
연기 같은 영혼 천삼백 개가 파는 천삼백 개의 무덤이 보인다

나도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전문


나는 모르지
고향집 들판 어스름 속을
혼자 떠난 황새
그것이 너인지 아닌지

발 하나 옮길 때 위태로이 구부리던
줄을 타다 몇 번 쓰러질 뻔했던
어릴 때 곡마단에서
외줄 타던 어머니가 도망쳐
온종일 분장실에 숨어서 울던
그 한쪽 발이 네 건지 아닌지

외롭고 막막할 때 그 애가 되어
하오의 무대를 가로지른 외줄처럼
가지만 올 길은 없는 거라 믿으면서
아 삶이라는 게 정말
가기 위해 있는 건지 닿기 위해 있는 건지

─「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 부분


밀래미 사람들은 세 가지 말을 하지 않아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돈이 필요해요. 그런 말 하는 자를 약장수라 했어요. 사람의 귀만 보면 나팔을 불고 손뼉을 치는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 부분

목차

시인의 말

1부 형, 울지 좀 마라
눈먼 가수의 길/눈물이 가려 보이지 않네/하모니카 블루스/라이터를 그으며/밤 기차에서/해인(海印)/혼몽(昏?)의 집/타버린 불꽃의 흔적/암 병동/시인의 상가(喪家)/종점 근처/헛꽃/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어떤 끝에서/공장의 달

2부 눈에 불이 있고 뺨에 빛이 있는 친구
야생의 기억/차바퀴에 부서지는 별빛/나그네 새/겨울 막북(漠北)/내가 잡은 메뚜기를 날려보낸 여자에게/작은 이슬 노래/광야를 가득 채운 유령/8백 개의 고원에서/자무카의 노래/내 머리통 속에서/슬픈 열대/궁남지를 떠나가는 연잎 행렬을 거슬러 걸으며

3부 불현듯 멀어지고 있어요
부음/날궂이/함평 밤바다에/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서커스/먼바다에 떠 있는 나의 광대에게/붙잡을 수 없는 노래/꽃무릇 피다/약장수들/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중년/산그늘/30년이란다/봄 트로트

4부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산다
버림받은 시/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하나/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둘/평양/북행/예언자/2008년의 청계천을 사유하는 촛불들/컬트 서울/사라진 별을 기리는 노래/인터넷 반군들/이슬 묻은 꽃잎을 줍다/명천 선생/신동엽 생가에서/해 지는 집/별빛 뒤에 서 계신가봐/시간의 물살 위에서

해설|통속성의 미학화
|이택광(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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