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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만 괜찮습니다 섬에서 보내는 시 편지

시린 저 | 대숲바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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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4468129 / 30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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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그리고 한라산이 있다.
여기 있는 모든 존재들을, 들판과, 길과,
마을과 나무와 돌과 그 모든 생명들.
작은 섬들과 섬 주위의 바닷물까지 품에 안고 앉아 있다.
한라산은 높이 솟은 산이 아니었다.
산이 아니다.
이곳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죽은 존재들까지 다 안고 있는,
땅이다.
한라산은 나를 내려다보지 않는다.
그저 여기에 있다.
그렇구나.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겠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왔구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한라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보기 위해.
풀이 무성하게 자란 무덤과 작은 풀씨 하나,
모래알 하나까지
아껴 품고 있는 저 산이 말한다.
괜찮다. 여기 있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해주세요>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고
온몸이 슬픔으로 팽팽해져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때,
여기 당신의 손을 잡고 함께 동행해 줄
<<괜찮지만 괜찮습니다>>.

제주의 길, 바다, 숲, 오름, 그리고 삶.
그 속에 깃들고 기대어 살며 위로받은
작가가 보내는 시 편지.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은밀한 안테나로 포착해낸
글과 사진 들은 당신의 잠든 감각을 깨우며
사소한 일상이 힘을 발휘하는 길로 안내해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여행하는 중입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실은 헤매는 게 특기인 철딱서니입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일이든 장소든 뭐 하나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늘 낯선 데서 서성입니다. 
어느 날 제주에 왔습니다. 
인생의 종착지이길 바라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묻혀 있던 꿈 하나를 기억해 냈으니까요. 
세상의 눈물이 되어줄 단 한 줄의 시를 완성하고 싶다는. 
뷰파인더 속으로 뛰어 들어온 낱말을 발견한 후로 카메라는 또 하나의 펜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두 개의 펜을 들고 시의 조각을 모으는 여행을 합니다. 
나는 길 위에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여행과치유〉, 〈인문숲이다〉 회원. 사진집 〈〈제주시 중산간마을〉〉, 〈〈서귀포시 중산간마을〉〉 공저. 다수의 사진전. 비정기적인 잡지 기고와 인문학 프로그램 강사로 연명 중. 

책 속에서

괜찮다. 슬프면 목놓아 울어도 되고 다시 웃어도 된다.
웃어서 미안하다는, 살아 있는 게 죄스럽다는 슬픈 말은 없어야 한다.
숨죽여 숨어 있는 생명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p. 28)

돌아가야 할 계절이 있다
그 골목엔 여름에 눈이 내리고
아침녘 아이들의 웃음소리
비가 오면 별이 내렸지 (p. 59)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속을 비운다.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니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고목의 거친 껍질을 두르고 새 생명이 자란다. 다시. (p. 67)

해가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빠르게 빛깔을 바꾼다. 황금빛으로, 붉은빛으로, 보랏빛으로, 능소화 주홍빛으로. 순식간에 마지막 햇살까지 삼키고 다시 보랏빛으로, 푸른빛으로 식어간다. 수평선 푸른 줄기 따라 어화가 하나둘 피어난다. (p. 149)

뭐 그리 대단한 걸 쓰려 했던 걸까요. 내 속에서 끓던 건 큰 감동 같은 게 아니었는데. 삶의 구겨진 틈 사이로 건네는 실없는 농담. 무거운 한숨이 피식, 김빠진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이 주는 작은 위로였는데 말입니다. (p. 199)

들판은 바람으로 가득하다. 햇살이 억새 물결 속에서 금빛으로 은빛으로 몸을 뒤치고, 억새는 저마다의 박자로 고개를 흔든다. 수많은 손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저 손짓이 나를 그렇게 불렀나 보다. 가을 바람이 우리 마음에 사무치는 건 억새를 지나온 바람에 묻어 있는 그리움 때문이었나 보다. (p. 206쪽)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은 갑자기 다가오기에 충격이다. 예상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기에 비현실적이다. 이때 우주로 날아가버린 정신을 돌아오게 하는 건 너무 평범해서 평소엔 눈에 띄지도 않던 풍경들이다. (p. 216)

목차

어느 해 어느 월
섬에 눈이 내리면
나의 첫 카메라
사진에 부침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시집은 어디에 있나요

3월
하늘래기
기대어 선 모든 너에게
동백에게
무꽃이 나에게
해후

4월
내 눈에 좋은 사진
그 골목의 계절
사월을 찾아가다
숨
사월에는 모든 시詩가

5월
귤꽃 편지
오월이 난분분
당신만의 섬
이어도
봄의 뒷모습

6월
보리밭을 대하는 시시한 자세
보리밭 사잇길 따라 여름으로
하지
蝶 _ 다수의 잠

7월
여름의 시작, 소나기
계절 감기
보통날
미아

8월
태풍을 기다리며
비가
여름 밤바다에 핀 꽃
채비
낮잠

9월
이 나비가 그 나비는 아니지만
숨어 있기 좋은 숲
습관
수요일은 쉽니다

10월
미쳐야 할 때
스스로 유배시키기
마중거리
퐁낭은 말이 없지만

11월
육식 코끼리 그리기
금백조로를 노래함
저녁에
배웅

12월
평화로운 일상을 위하여
귀가
귤림산책
그때만 찍을 수 있는 사진
친절한 꽃들
신평리 상동 차부에서

1월
내가 그린 지붕 그림
파란만장 겨울 산책
동네
산목숨

2월
작가가 뭣산디
대보름이 오면
낭만 하면 겨울바다
물끝;애
너무 먼 골목에서

다시 어느 월
술래야 고래야
간발
설화를 따라가다
여기 아닌 어딘가
바다가 떠오르거든
詩寒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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