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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925973 / 280쪽 / 415g / 14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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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세이/기행 > 에세이 > 사진/그림/카툰에세이
출판사 리뷰
살아보니 ‘이렇게 된’ 서른 살 이야기
“애가 왜 그 모양이니?”
바쁜 아침 허둥대며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나를 불러 세우며 하는 잔소리의 시작은 “너는 애가 왜 그 모양이니?”였다. 핸드폰이나 지갑을 두고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구겨진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가거나 가방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 외출하려 할 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어김없이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란 말을 듣고 있다.
비단 엄마에게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이런 물음에 작가는 열 마디 수식어보다 그냥 나를 담고 있는 주머니 속을 보여주는 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생겨 먹은 이유를 ‘나’라는 주머니 속에 깊숙이 숨겨둔 비밀과 상처, 습관이나 물건, 감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라는 질문의 답변이다.
대개의 경우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생겨 먹는) 데에는 몇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책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는 ‘내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작가가 딸부잣집의 막내로 태어나 자라면서 느낀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해, 그리고 학교 밖에서 만난 ‘관계’의 울타리에 대해, 마지막으로 어쨌든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임팩트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있고 찌질해 보이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히 나를 뜯어보려 한 작가가 어떤 감정들을 안고 현재의 ‘나’라는 주머니가 되어 가는지, 살아보니 이렇게 된 서른 살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생겨 먹었다는 것만 기억하면서 말이다.
책 속에서
같은 이불을 덮었다는 이유로 시시콜콜할 수 있다.
어릴 적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언니들이 지금은 어떤 친구들보다 친숙하다. 동네 친구 대신 같이 곱창에 소주를 마신다. 언니들은 술을 따라주며 잊고 지내던 나의 유년 시절을 상기시켜준다. 또 내가 보지 못한 젊은 시절의 엄마, 아빠의 모습도 말해준다. 같은 공간에서 네 사람이 느낀 감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다음날이면 사이좋게 숙취를 앓지만.
우리는 지금 같은 이불을 덮지 않지만, 살을 부대끼며 지냈던 기억으로 계속 시시콜콜할 예정이다. 이제 이런 빈말 한마디쯤 건넬 수 있다.
“오늘 자고 가.”
- <처음 사귄 친구_딸부잣집> 중에서
주머니에 속옷을 숨겨둔 적이 있다.
건조대에 널린 속옷 중에서 깨끗한 걸 가져다가 몰래 내 외투 주머니에 숨겼다. 중학교 수학여행 전날이었다.
우리는 같은 속옷을 입었다.
언니들과 공유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속옷이다. 한집에 살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같은 속옷을 입었다. 우리는 생리주기와 사이즈가 다 다르
다. 또 한 사람당 일주일에 한두 번씩만 입어도, 속옷은 일주일 내내 세탁기에 처박힌다. 나는 조금이라도 깨끗해 보이는 속옷을 보면 서랍 깊숙이 숨겨두었다. 다음날이면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반대로 누군가 숨겨놓은 속옷을 내가 찾은 적도 많다.
그렇게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속옷을 입고 사춘기를 났다.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은 얼마나 될까.
삼십 대에 접어든다. 그만큼 내 것이 아닌 속옷을 함부로 입는 데에도 면역이 생겼다. 언니들 중 몇은 결혼해서 집을 나갔고, 돈을 벌면서부터 속옷 몇 벌쯤은 살 수 있었다. 언제든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지만 선뜻 내 것을 갖지 못한다.
-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_속옷> 중에서
쟁반 가득 보석이 있었다.
이모는 주방 바닥에 앉아 보석 알마다 실리콘을 칠했다. 그러고는 머리핀에 하나씩 옮겨 붙였다. 이모의 손길은 느릿느릿해서 꼭 소중한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사촌 여동생들은 그 주위에 앉아 손끝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나도 그 곁에 바짝 앉았다. 이모는 앉은 자리에서 커다랗고 멋진 보석 머리핀을 만들었다. 반짝거렸다. 텔레비전에서 똑같이 생긴 다이아몬드를 본 적이 있었다. 심지어 이모가 만드는 보석 밑부분은 금으로 되어 있었다. 몰래 보석들을 움켜쥐었다가 내려놨다. 잠시나마 내 손도 반짝반짝 보석이 된 것 같았다. (중략)
낮잠에 들 시간이었다. 나는 사촌 여동생들 곁에서 내내 눈만 꿈뻑거렸다. 보석을 한 번 더 만지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하나만 갖고 싶었다. 어두울 때 꺼내보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모
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주방으로 나와 쟁반에 손을 뻗었다. 가득 보석이 만져졌다. 한 움큼을 집어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안녕히 계시라는 말 한마디를 하고 그 집을 나섰다. 누군가 내 목덜미를 잡아채지 않을까 싶어서 뛰지도, 그렇다고 천천히 걷지도 않는 상태로 집으로 향했다. ‘이모는 보석이 많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하고 중얼거리면서.
- <최초의 도둑질_큐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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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초의 장래희망은 문방구 사장님이다.
문방구에서는 백 원만 있어도 즐거웠다. 뽑기나 오락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물건도 가득했다. 탱탱볼이나 곤충 채집통, 컴퍼스 같은 것들. 나는 특히 종합 문구 세트에 열광했는데, 3단짜리 회전판에
핑킹가위, 수정펜, 자 등이 꽂혀 있었다. 수업 시간에 문구류를 하나씩 꺼내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뿌듯하기까지 했다. 당시 나에게 필요하거나 필요할 것만 같았던 모든 것은 문방구에 있었기 때문에 내 일상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했다.
몇백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문방구 사장님은 달랐다. 온갖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낸다면 매일 매일 이 즐거울 것 같았다. 학기 초에 학급 친구들이 대통령이나 탤런트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문방구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게 돌아온 반응은 “그런 거 말고”였다. 아, 그런 거 말고.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장래희망을 삼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익숙한 일_장래희망> 중에서
프롤로그
제1부 김 씨네 막내딸이라
처음 사귄 친구 # 딸부잣집
하루 벌어 하루 웃는 사람 # 임금지급봉투
우리는 다른 식탁을 쓴다 # 참치 통조림
할머니의 그릇 # 스카치 캔디
여느 집의 사정 # 빚
방이 필요해 # 카페 쿠폰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 조카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 속옷
엄마가 아기가 되더라도 # 동영상
아빠의 자존심 # 버스
밤 산책 # 신발 한 짝
언제나 열 수 있는 문 # 도어록
엄마에게도 비밀이 있을까 # 반찬통
나의 몫 # 다섯째
가족이라는 이름의 경험 # 새 가족
제2부 나도 나랑 안 친해서
어려서 예쁘다는 말 # 사진
더하는 놀이 # 손거울
세일러 머큐리 # 파란색
최초의 도둑질 # 큐빅
차가운 손 # 우산
빨간 마스크를 찾아서 # 판타지
언제 어디서든 갖는 공간 # 숨바꼭질
나의 여자친구 # 구슬
보물상자 # 크리스마스 카드
웃긴 사람 # 표정
“누구야 놀자” # 동네 친구
쓰고 지우는 마음 # 고백
헐렁한 교복 # 전화기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익숙한 일 # 장래희망
꿀벌 선생님 # 시집
언제 적 이야기 # 동창
제3부 세상 혼자 사나
외향도 내향도 아닌 사람 # 객관식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 # 같아요
밥 한 번 먹은 사이 # 친구
선택적 어른 # 커피
9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 차가운 손
퇴근길에 ‘사고라도 났으면’ 하고 바랐다 # 플러스펜 자국
비빌 언덕 # 상수역
회사에서 만난 친구 # 상사
오래된 사람을 들어내면 드러나는 # 새집
습관적 아는 척 # 그것
‘착하다’와 ‘착하게 굴어라’ # 주먹
한 끗 차이 # 좋은 호구
다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날 # 책
어린 꼰대 # 꼰대
제4부 아직 덜 자라서
스물아홉 살 생일 # 이십만 원
24시간 가게가 주는 위로 # 해장국
계획적으로 쉬는 날 # 컵라면
우연히 걷기 # 길치
적나라한 물건 # 쓰레기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 # 전단지
뭐 재미있는 일 # 관찰일기
어쨌든 저녁이 있는 삶 # 알람
둘이 하는 여행 # 실수
내가 하고 내가 듣는 말 # 혼잣말
그냥 하는 게 빠르다 # 낭독회
나에게 주는 선물 # 예쁜 쓰레기
현실 서른 # 서른
나의 장례식 # 장례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