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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19

시리즈 : 소설 보다 [20]

강화길, 천희란, 허희정 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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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949 / 156쪽 113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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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가을, 이 계절의 소설 강화길의 「음복(飮福)」은 결혼 후 첫 시댁 제사에 참석한 며느리 ‘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고모와 시어머니/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간의 촘촘히 연결된 갈등을 조망한다. 특히 작가는 ‘나’와 시댁의 직접적인 연결고리인 ‘남편’의 순진무구한 태도와 ‘나’의 섬세한 촉수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 문학이 계속 제기해온 젠더 문제에 한층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문제를 감지하는 사람과 감지 못 하는 사람, 둘 중 진짜 악역은 누구일까. 천희란의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는 ‘사랑’이라는 선택에 대해 끝없이 생각게 만드는 작품이다. “애당초 기대할 것이” 없는 관계,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이 폭력적인 연애를 ‘그녀’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들 사이의 명확한 가해와 피해를 규명하기보다는 ‘그녀’가 느꼈던 감정과 작은 결심들을 그녀의 몫으로 남기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남성의 가해를 단죄하는 데에 앞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언어화하는 데 충실함으로써 여성의 언어를 복원해내는 일에 성공한다. 세번째 선정작은 허희정의 「실패한 여름휴가」이다. ‘너와 나’는 수영장을 가고 싶었으나 쇠락한 해변가에 도착했다. 이미 한 번 실패했음에도 이 소설은 “아직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다. 실패할 일은 아직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언술로 실패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내며 실패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패를 향한 갈망을 보여준다. ‘미완의 상태’로 남는 것들, “도무지 온점을 쓸 수 없는 나날”에 대한 실패의 글쓰기가 가로놓여 있다. ■ 본문 중에서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_「음복(飮福)」 그녀는 그가 절반의 선택권을 가져가기를 바랐다. 그는 기다리는 그녀를 찾아와야 했고,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아야 했고, 불편한 자세로 앉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가 도착한 뒤로 그녀는 모든 의지를 상실했다.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렸고, 그의 의지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매우 능동적인 선택이었다. _「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도무지 온점을 쓸 수 없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점도를 잘못 맞춘 반죽처럼 툭, 툭 끊어지는 나날, 그것을 구운다고 한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반박하고 싶고, 반발하고 싶다. 음악을 듣지 마, 그림을 그리지 마, 말을 하지 마. 아무것도 쓰지 마. 무엇도 적절하지 않다. 낡은 1인용 욕조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_「실패한 여름휴가」 ■ 추천사 강화길 「음복(飮福)」 가족 내부에 겹겹이 쌓인 삼대에 걸친 젠더 문제를 단편 분량 안에서 교묘하게 짚어가고 있다. _이수형(문학평론가) 천희란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작가는 단순하게 단죄하지 않고, 단순하게 면죄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들의 온도로부터 견디기 버거울 만큼 뜨거운 통증이 전해져 온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허희정 「실패한 여름휴가」 여름휴가에 관한 소설이지만, 동시에 ‘실패’에 관한 소설이다. 실패를 둘러싼 강렬하고도 모호한 갈망이 있다. _이광호(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화이트 호스』,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제11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페미라이터. 1984년 경기 성남 출생. 201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창백한 무영의 정원」이 당선되어 등단.
1989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같은 과 대학원 재학 중.

책 속에서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_「음복(飮福)」 


그녀는 그가 절반의 선택권을 가져가기를 바랐다. 그는 기다리는 그녀를 찾아와야 했고,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아야 했고, 불편한 자세로 앉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가 도착한 뒤로 그녀는 모든 의지를 상실했다.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렸고, 그의 의지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매우 능동적인 선택이었다.
_「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도무지 온점을 쓸 수 없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점도를 잘못 맞춘 반죽처럼 툭, 툭 끊어지는 나날, 그것을 구운다고 한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반박하고 싶고, 반발하고 싶다. 음악을 듣지 마, 그림을 그리지 마, 말을 하지 마. 아무것도 쓰지 마. 무엇도 적절하지 않다. 낡은 1인용 욕조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_「실패한 여름휴가」 

목차

강화길 「음복(飮福)」
인터뷰 강화길X강동호

천희란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인터뷰 천희란X조연정

허희정 「실패한 여름휴가」
인터뷰 허희정X조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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