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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시리즈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7]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이 저 | 송병선 역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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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410 / 492쪽 145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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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이 책에 대하여 ‘좌절된 사랑, 변형된 꿈, 뒤틀린 시공간과 같은 주제들은 비오이 카사레스의 독특한 창조적인 공장에서 제분製粉된다.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비오이 카사레스는 1944년부터 1967년까지 여덟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고, 1972년에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사랑 이야기Historias de amor』와 『환상 이야기Historias fant?sticas』로 분류해 모아 내놓았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열네 편은 모두 『환상 이야기』에 실린 작품들로,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비오이 환상문학의 전범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라 할 수 있다. 일상적 삶에 환상성을 도입한 그의 단편들은 자잘한 인간사와 아르헨티나 현실을 은유로 표현해 응축시킨다. 단편선의 표제작으로 뽑은 「눈雪의 위증」은 비오이의 시학을 가장 잘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보르헤스의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혹은 「알레프」와 비견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멈춘 공간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환상적 요소가 탐정문학과 형이상학적 사고와 합쳐지면서 혁신적인 독창성을 획득한다. 한편 이 책의 단편들은 『환상 이야기』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환상’만 담긴 것이 아니라 ‘사랑’도 환상과 뒤섞인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등 비오이의 사랑 이야기는 연애 관계에서 비롯된 질투와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 이들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작가는 또한 평행 우주, 가능세계, 외계 생명체, 인간의 사고 내지 영혼을 불멸로 남기는 기계 등 SF적 설정들을 자유자재로 끌어오면서 여기에 유머와 패러디를 가미해 독특한 작품들을 창조했다. 대표적으로, 보르헤스가 선집한 바벨의 도서관에도 수록된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모렐의 발명』 패러디 격인 「열망」과 「하늘의 음모」 등은 SF 소설로 분류돼도 모자람이 없다. 비오이의 환상은 이처럼 물리적, 수학적, 철학적 세계에 기초해 다분히 논리적이지만, 종말이 다가오는 「위대한 세라핌」과 무신론자가 뜻밖의 존재와 맞닥뜨리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처럼 신화와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변형돼 인간성에 대해 더욱 깊이 고찰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보다 번영한 시절의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이제는 젊음과 번영으로 가득한 유럽을 늙고 낙담한 채 바라보고 있다며 조국을 표현한 비오이는 페로니즘에 대해 경고한 작가였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조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은밀한 비유로 숨겨 놓았는데, 이번 단편선에서도 이러한 면면을 볼 수 있다.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하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는 비평가와 작가들이 비오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영웅들의 꿈』(1954)에서 보여 줬던, 문명과 야만의 대립에 대하여 우화적으로 풀어낸 단편이다. 혼란한 조국 상황을 통찰하고 일생 문명적 태도를 견지하려 한 비오이를 가리켜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언제나 존경한다’고 상찬한 바 있으며, 1999년 3월 비오이가 사망하자 《가디언》지는 ‘완벽한 아르헨티나의 댄디dandy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첫 줄로 부고 기사를 냈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세계문학 단편선>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자 소개

 1914∼1999
“나에게 문학은 삶 안에 있다, 그것은 삶의 일부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라틴아메리카 문단에서 과학소설, 환상소설, 탐정소설을 혁신한 ‘합리적 상상력의 소설’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사회 정치적 요인들을 비판하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광범위하게 탐구한 작가이다. 그는 1914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풍부한 문화적 수혜를 누리며 자란 그는 스스로 “읽기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일찍이 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열한 살 때 첫 소설을, 열네 살에 첫 단편소설을 완성했으며, 열다섯 나이에 첫 책을 출간했다.
1932년 열여덟 나이에 그는 서른두 살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처음 만나 지적이고 문학적인 모험의 동반자로 평생 교류한다. 1940년 동료 작가 실비나 오캄포와 결혼한 그는 같은 해 『모렐의 발명』을 발표하면서 큰 명성을 얻고, 192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생생하게 재현한 『영웅들의 꿈』(1954)을 통해 아르헨티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다. 이후 『돼지 전쟁 일기』(1969), 『햇빛 받으며 잠자기』(1973), 『라플라타 어느 사진사의 모험』(1985), 단편집 『위대한 세라핌』(1967), 『환상 이야기』(1972), 『러시아 인형』(1991) 등 유머와 아이러니, 기이한 환상 요소가 어우러진 다수의 독창적인 작품과 더불어 보르헤스와 함께 쓴 여러 편의 탐정소설을 발표한다.
‘비오르헤스’라 불릴 만큼 비오이와 보르헤스는 수많은 문학 활동을 함께하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오이는 거목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1986년 보르헤스가 타계하자 비로소 재조명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작가협회 대상,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멕시코 알폰소 레예스상 등을 수상했고, 1990년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세르반테스상을 받았다.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카로 이 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를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베리아나 대학교 전임교수를 역임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경희대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ㆍ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영화 속의 문학 읽기』, 『‘붐소설’을 넘어서』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미 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칠 일 밤』,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꿈을 빌려드립니다』, 『피델 카스트로 : 마이 라이프』, 『매드 무비』,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나쁜 소녀의 짓궂음』,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나는 그날 저녁의 모습 ― 어둡고 매끈매끈한 거울 깊숙이 있던 파울리나 ― 을 선택했고,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파울리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는 데 전력을 쏟고자 했다. 그러나 환상과 상상은 변덕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의 주름, 그리고 그녀를 에워싼 희미한 어둠을 떠올렸지만, 정작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23쪽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집의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모리스는 모자챙을 아래로 쓱 잡아당기고, 현관에서 가장 불빛이 약한 곳까지 뒷걸음질 쳤다. 곧 그는 졸음에 취한 채 분개한 그 남자를 알아보았고, 꿈을 꾸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 절름발이 그리말디, 카를로스 그리말디야.’ 이제 그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제는 믿을 수 없게도 15년 전에, 아니 더 이전에 그의 아버지가 그 집을 샀을 때 그곳에 살았던 세입자 앞에 있었다.
-「하늘의 음모」, 53쪽

내 눈은 멀리 숲속으로 지붕이 있는 조그만 축사 문을, 그리고 그 너머 나무 사이로 어둡게 사라지던 좁은 길을 보았다. 갑자기 하얀 점이 나타났다. 그때 나는 그것이 마차를 끄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쌍안경을 내게 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서 쌍안경을 빼앗고서 초점을 맞추고는 노란 마차를 끄는 흰말을 선명하게 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굳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남자는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난 그가 축사 문을 향해 부지런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반복된 행위가 서로 겹쳐졌으며, 쌍안경으로 확대된 이미지가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눈의 위증」, 94쪽

“(……) 넌 둘이 얼마나 비슷했는지 몰라. 무척 알랑거리고 아양 떨면서 거짓으로 가득한 고양이는 항상 속이고 농락했지만, 내가 그런 것을 알게 될 때면, 나를 현혹했어. 아주 우아하고 예민했으며, 더러움은 참지 못했어. 밥을 먹은 후에 고양이 아가씨는 모든 훌륭한 부인들이 입을 닦듯이 수염을 닦았어. 어느 날 애정의 증거를 보여 주며 나를 맞이했고, 그러자 나는 매우 기뻐했어. 나는 그것을 라비니아가 집 안에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증명서를 내미는 것과 같다고 이해했거든. 언젠가 한번은 내 파란색 양복을 염색집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암고양이가 나를 친절하게 대하면서 속였고, 그렇게 내 바지를 냅킨처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늘 쪽」, 260~261쪽

“사자가 동물원에서 도망쳤어요.”
그들은 모두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어느 조그만 튜더 양식의 성에서 떨어져 나온 거실 같았다. 그곳에 있던 라디오에서 이런 설명이 흘러나왔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어느 자동차 운전자는 사자가 대로를 마구 건너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경찰 대변인에 따르면, 지금쯤 사자가 아틀레티코 클럽 언덕에 이르렀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우리 나라 만세!” 오를란도가 중얼거렸다.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290쪽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날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존 윌리엄 던의 이론을 아나요?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보낸다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난 관심 없어요.” 캄폴롱고가 말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있을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시간은 때때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오.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예언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봐요.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예언은 수용될 수 없다오. 없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소?”
캄폴롱고가 질문했다.
“당신은 알바레스 씨를 예언자라고 여기나요?”
“절대 그렇지 않소.” 린치가 단언했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 심지어 가장 세속적인 사람들도 조건이 되면 다른 시간에서 서로 연결된다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오늘 아침 알바레스 씨는 해적 돕슨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예감했을 수도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여주인이 의견을 피력했다. “돕슨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 150살 이상 되었을 거예요. 아무도 그 나이만큼 살 수는 없어요.”
-「위대한 세라핌」, 381~382쪽

비오이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두 개의 현실, 즉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빛과 어둠 사이에서 움직인다. 방심하거나 조그만 실수로, 혹은 강박적인 탐색의 결과로, 대부분 여행을 하는 동안 ‘동요하지 않는 현실의 틈’이 발견되고, ‘다른 땅’과 연결된 비밀 통로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다른 세상에서는 무진장한 미스터리가 발견된다. 핵심은 그런 세계를 들여다보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현실이란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 아니라 틈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476~477쪽

목차

파울리나를 기리며
하늘의 음모
눈雪의 위증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열망
위대한 세라핌
기적은 복구되지 않는다
지름길
일등실 여자 승객

옮긴이의 말 과학소설, 탐정소설, 형이상학과 사랑의 통합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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