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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저 | 노승영 역 | 알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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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2718 / 232쪽 130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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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위선과 추악함, 연민이 뒤범벅된 인간 군상과 급작스런 서정적 풍광으로 현란한 점묘를 이루는 문장들 지독한 문장의 랠리 끝에 마주치는 번뜩이는 통찰들 작가 자신이 코트 위에서 경험한 초월적 감각은 가령 이런 식의 문장으로 예고 없이 튀어나온다. “당신 내면에서 새로운 둔주 상태(fugue?state)가 열려 멀리 고정된 한 점에 의식이 집중되고 팔다리와 부드럽게 쓱 미끄러지는 운동화 소리와―하트루에서 달릴 때는 발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코트 라인 밖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각을 잃는다. 그때 자신이 아는 것이라고는 밝은 공과, 코트의 초록 당구대를 가로지르는 궤적의 나비 모양 8자 윤곽뿐이다. 우리가 바로 그런 끝 모를 랠리를 하나 마치고 내가 내면으로 적막하게 낙하하여 지구를 떠났을 때, 머리 위 하늘에서 햇빛이 싹 사라지면서 코트와 공과 8자 궤적이 모조리 환하게 빛났다. 눈에 흙먼지를 불어 넣던 바람이 몇 분간 사라진 것을-이것은 나쁜 징조였다-우리 둘 다 눈치채지 못했다.”(본문에서) 이런 묘사가 가능한 것은 작가가 실제로 열다섯 살까지 주니어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월리스의 이 산문들은 단순히 비유로서 테니스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테니스코트의 기하학적 해부부터 공을 때리는 샷의 각도와 깊이, 속도, 스핀, 게다가 바람과 날씨의 함수를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 그리고 그것들에 온전한 언어를 부여함으로써 특유의 스타일이 응축된 스포츠 미학으로 나아간다. 향수, 서정, 위선, 헌신, 자조, 연민, 초월적 재능에 대한 어떤 본보기로서 데이비드 월리스 포스터가 펼쳐내는 산문의 정수 〈토네이도 앨리에서 파생된 스포츠〉 월리스가 주니어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십 대 시절, 매년 토네이도가 몰아쳐 주민들이 모두 ‘바람의 전문가’가 된 동네에서 그는 “바람과 날씨의 어떤 부당한 처우”로부터도 “기묘한 로봇 같은 초연함”을 유지하며 변호사와 치과 의사 자제들을 물리쳤다고 회고한다. 월리스는 작고 느리고 오목가슴이었지만, 그가 살던 동네의 악명 높은 바람과 날씨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의 민망한 실수로 포인트를 따내는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수학에도 꽂혔던 시절이라 샷을 때릴 때 습기 찬 바람의 미분 효과를 계산에 넣고, 눈이 잔뜩 쌓인 들판과 덤불로 이루어진 밭의 기하학에서 테니스코트를 떠올리는 그의 향수 어린 고백은 기이하게도 서정적이다. 〈트레이시 오스틴이 내 가슴을 후벼 판 사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가 비극적 사고로 선수 생활을 접은 비운의 테니스 스타 트레이시 오스틴의 자서전을 비평한다. 월리스는 물리 법칙에서 벗어난 듯 초월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위대한 선수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는 “샤갈이 그린 신부(新婦)처럼 공중에 매달린 조던, 유클리드를 거스르는 각도로 터치 발리를 구사하는 샘프러스”를 예찬하며, 위대한 선수들의 상업적인 자서전을 탐독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트레이시 오스틴의 자서전 역시 너무나 뻔하고 무미건조한 내용 탓에 실망하지만, 한 가지 귀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행위에서의 천재가 성찰에서도 천재일 거라 기대하는 우리의 어수룩함이 문제라면, 그들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칸트의 유리턱이나 T. S. 엘리엇의 커브 헛스윙보다 조금이라도 비참하거나 환멸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위대한 운동선수들이 “눈멀고 귀먹”는 것은 재능의 대가가 아니라 재능의 본질이요, 심지어 재능 자체라는 통찰에 이른다. 한결같은 어조로 매번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 천재적 재능의 손흥민의 인터뷰를 떠올려보라. 〈선택, 자유, 제약, 기쁨, 기괴함, 인간적 완벽함에 대한 어떤 본보기로서 테니스 선수 마이클 조이스의 전문가적 기예〉 월리스의 눈에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근사한 결승전과 실제 테니스 투어는, 말하자면 레스토랑의 스테이크와 도살장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방송용 카메라가 위대한 몇몇 테니스 선수를 비출 동안 그보다 약간 덜 위대한 선수들은 밥값과 항공료를 벌려고 경기를 벌이는데, 그조차도 엄청난 경기다. 기적에 가까운 정교한 플레이를 찰나에 가까운 순간에, 그것도 연속으로 해내는 이 극소수의 선수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마이클 조이스는 이 두 그룹 사이의 애매한 어딘가에 있는 선수다. 월리스는 위대함의 반열에 오르는 중인 이 선수의 삶에 가해진 제약이 기괴하며, 그러한 기괴함이 만든 완벽한 인간으로 마이클 조이스를 평가한다. 그의 눈에서 평생을 헌신한 종교인에게서 볼 수 있는 사랑을 본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선택의 문제를 떠난 사랑이다. 〈유에스 오픈의 민주주의와 상업주의〉 휴일 테니스 경기장의 아찔한 꼭대기 구역부터 선수들의 배꼽에 난 털까지 생생하게 보이는 아래 구역까지 온갖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집요한 문장들로 그리고 있다. 화사한 햇빛가리개가 주를 이루는 하단에서 꼭대기로 오를수록 맥주 모자와 고무 슬리퍼가 듬성듬성 줄지은 모습을 보며 작가는 “이날 헤드라인 경기의 사회경제적 분위기는 노동보다는 경영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테니스코트의 선수는 “(슬기롭고 슬픈) 시인처럼 보이며 민주주의만이 그렇게 지칠 수 있는 듯한 방식으로 지쳐” 있고, 경기장 안에서 바가지를 쓴 관람객들은 “사람들의 팔꿈치에 맞아 자신의 귀한 식음료가 떨어지고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식음료의 바삭바삭한 유기물 지층에 한 층을 더하지 않도록 요리조리 몸을 틀며 경사로까지 올라가”고 있다. 위선과 추악함, 연민이 뒤범벅된 인간 군상과 급작스런 서정적 풍광이 제멋대로 점묘를 이루는 이 에세이는 유에스 오픈의 자본/상업성이 얼마나 촘촘히 엮여 있는지 날카롭고 냉소적인 필치로 그리고 있다.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 월리스의 테니스 에세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자기 세대의 가장 위대한 테니스 작가가 자기 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에 대해 썼다. 가령 월리스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순간을 페더러 모멘트(Federer Moment)라고 명명하며, 패더러와 애거시의 경기 중계를 보던 중에 일어난 한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떤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내 배우자 말로는 헐레벌떡 들어가 보니 소파에 팝콘이 널브러져 있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눈알이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눈알 같았다고 한다.” 텔레비전 중계가 이 정도라면 페더러 모멘트를 실제 경기장에서 마주하는 건 “지독하게도 종교에 가까운 경험”이다. 성스러운 잔디 위에서 페더러에게 날아오는 공은 응당 그래야 하는 것보다 몇 분의 1초는 더 오래 허공에 머무른다. 그에게만 시간이 느려지는 듯 공을 받아치는 동작은 무용에 가까워 보인다. 월리스에게 페더러는 ‘초월’의 실제 모습이었다. 그는 이 에세이를 통해 인간의 육체가, 그 육체를 끌어올리는 정신이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 분석하고 찬미한다.

저자 소개

고(故)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196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리노이에서 자랐다. 애머스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애리조나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MFA in Creative Writing)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과 퍼모나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1987년 첫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Brooms of the System)》를 발표하며 비평계의 주목을 끌었다. 
33세이던 1996년에는 방대한 분량의 두 번째 장편소설 《한없는 웃음거리(Infinite Jest)》를 발표하였고,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호평을 얻으며 일약 현대의 거장 반열에 올랐다. 《한없는 웃음거리》는 북미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가상의 가까운 미래에서 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약물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시설, 아동 학대, 광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퀘벡 분리주의 등 다채로운 소재를 통해 오늘날 미국 문화의 자화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언어, 30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각주와 미주 등 포스트모던한 작법은 종종 토머스 핀천과 윌리엄 개디스에 비견되었으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미국 문학의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한 평자는 이 작품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1,079쪽에 달하는 이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도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다. 직선적인 서사나 판에 박힌 스토리텔링도 전혀 없다. 월리스가 보여주는 끊임없는 창조성은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한 문단 문단마다, 한 문장 문장마다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시게 빛난다”(Ted Gioia). 《한없는 웃음거리》는 2005년, 《타임》지가 자사가 창간된 1923년부터 2005년까지 발표된 영문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에 올랐다.
2011년, 그의 사후 발견된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미완성 유작 《창백한 왕(The Pale King)》이 출간되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 작품을 1997년 처음 구상하여 10여 년간 집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집필은 그가 목숨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창백한 왕》은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밖에도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 《기이한 머리 모양의 여자(Girl with Curious Hair)》(1989), 《고약한 남자와의 짧은 인터뷰(Brief Interviews with Hideous Men)》(1999), 《망각(Oblivion)》(2004)이 있다. 
논픽션으로는 수필집 《바닷가재론(Consider the Lobster)》(2005), ZZ《매우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A Supposedly Fun Thing I'll Never Do Again)》(1997), 단행본 《온갖 만물에 관하여(Every thing the More)》(2003)를 남겼다. 
《이것은 물이다(This is Water)》(2009)는 2005년 5월 21일 케니언대학 졸업식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작품 중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책이다. 맑고 정제된 언어로 그의 철학의 핵심을 증류하듯 보여주는 이 강연은 책으로 출간되기 이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어왔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오헨리 문학상, 아가 칸 상(Aga Khan Prize for fiction), 래넌 문학상(Lannan Literary Award), 화이팅 작가상(Whiting Writer's Award), 맥아더 재단 펠로십 등을 수상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2008년 9월 12일 4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사인은 스스로 목을 맨 자살이었다. 그의 부친은 인터뷰에서 그가 20년 이상 우울증으로 고통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극심한 부작용으로 항우울제 복용을 잠시 중단한 뒤 병이 재발했으며, 다시 약의 힘을 빌리려 했을 때는 이미 그 효과를 잃은 뒤였다고 한다. 
2012년 8월, 그의 삶을 다룬 전기 《모든 러브스토리는 유령 이야기이다(Every Love Story is a Ghost Story)》(D.T. Max 지음)가 출간되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한다.
옮긴 책으로 피터 싱어의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 노엄 촘스키의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의 《이단의 경제학》 외에도 《정치의 도덕적 기초》, 《말레이 제도》, 《혁명》,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그림자 노동》, 《누구를 구할 것인가?》, 《만물의 공식》,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문화 유전자 전쟁》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아닌 게 아니라 센트럴일리노이의 조건은 수학적 관점에서는 흥미롭고 테니스적 관점에서는 열악하다. 여름은 열기와 젖은 장갑 같은 습기를 내뿜고, 기이할 정도로 기름진 토양은 풀과 넓은잎을 테니스장 표면 위로 온 힘 다해 밀어올리고, 깔따구는 땀을 빨아 먹고 모기는 밭의 고랑과 밭 둘레의 녹조투성이 도랑에 알을 낳고, 나트륨등에 이끌린 나방과 똥깔따구가 키 큰 조명등마다 주위에 작은 행성을 이루고 온통 불 밝힌 테니스장 곳곳에 작은 그림자를 펄럭거리기 때문에 야간 테니스 경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악조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다. 바람이야말로 센트럴일리노이 야외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최대의 단일 요인이다. 휘어버린 풍향계와 기우뚱한 헛간을 소재로 삼은 이곳 농담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고 온갖 바람을 일컫는 남부 지역의 별칭은 눈을 일컫는 이누이트족의 별칭보다 많다. 바람에게는 성격이 있었고 (고약한) 기질이 있었고 필시 의도가 있었다. 바람이 낙엽을 어찌나 규칙적으로 욱여넣어 선과 호를 만들었던지 사진을 찍어서 크라메르 공식(ramer’s Rule)과 3차원 공간에서 곡선의 외적을 구하는 방법의 예로 교과서에 실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_〈토네이도 앨리에서 파생된 스포츠〉 23쪽

오스틴의 이야기는, 운동만 하다가 스물한 살에 소진된 영재가 겪은 역경은 정도 차이를 제외하면 일만 하다가 예순두 살에 죽은 공인회계사 가장이 겪은 역경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심오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은, 열일곱 살에 모든 것을 얻었다가 스물한 살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그 뒤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말고는 죽음과 꼭 같으므로, 참된 영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었다. “트레이시 오스틴이 챔피언십 테니스 너머의 삶을 발견하기까지의 오랜 분투를 그려 영감을 불어넣는 이야기”라는 책날개 문구에서 약속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책날개 문구는 거짓말이다. 여기서 ‘영감을 불어넣는(inspirational)’이라는 말은 ‘가슴 따뜻한’, ‘훈훈한’, 심지어 (하느님, 용서하소서) ‘장대한’ 따위와 기본적으로 똑같은 상투적 광고 문구 클리셰의 의미로서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상품 광고 클리셰와 마찬가지로 이 문구는 모든 것을 암시하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으려는 수작이다.
_〈트레이시 오스틴이 내 가슴을 후벼 판 사연〉 72쪽

방송용 블레이저 차림의 중저음 아나운서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찾아와 신체적 천재들에게 틀에 박힌 클리셰를 이런 식으로 짜깁기해달라고 요구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문구들은 일종의 묘한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하는데, 방송국에서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방송하는 것은 물론 이런 진부한 말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감정을 묘사할 때의 공허가 마치 우리가 믿고 싶은 무언가를 확증하기라도 한다는 듯.
_〈트레이시 오스틴이 내 가슴을 후벼 판 사연〉 75쪽

단언컨대 테니스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장 힘겹다. 테니스는 신체 통제, 손과 눈의 협응, 재빠름, 최고의 속도, 지구력, 그리고 조심과 (우리가 용기라고 부르는) 놓아버림의 기묘한 조합을 필요로 한다. 두뇌도 필요하다. 수준 높은 경기의 한 포인트에서의 한 번의 공방에서의 단 하나의 샷은 역학적 변수의 관점에서 악몽과 같다. 네트의 (가운데) 높이가 91.4센티미터이고 두 선수의 위치가 (비현실적이게도) 고정되었다고 가정하면 샷 하나의 위력을 결정하는 것은 각도, 깊이, 속도, 스핀이다. 이 요인들은 각각 또 다른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테면 샷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공이 네트 위를 지나는 높이에다 속도와 스핀을 아우르는 어떤 함수를 조합한 것인데, 공의 네트 위 높이 ‘자체’는 선수의 신체 위치, 라켓 그립, 백스윙 각도, 라켓 면 기울기, 공이 실제로 줄에 닿는 시간 동안 라켓 면이 움직이는 3-D 좌표로 결정된다. 변수와 요인의 나무는 가지를 뻗고 또 뻗으며, 상대 선수의 위치와 성향과 그가 친 공의 탄도학적 특징을 고려하면 더더욱 뻗어 나간다. 현존하는 어떤 CPU도 단 한 차례의 공방에 관계된 모든 변수를 계산하지 못한다. 메인프레임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사고는 살아 있고 차원 높은 의식을 지닌 존재만이, ‘무’의식적으로만 해낼 수 있다. 즉, 재능과 반복을 고도로 결합하여 의식적 사고 없이도 변수를 조합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테니스는 일종의 기예다.
_〈선택, 자유, 제약, 기쁨, 기괴함, 인간적 완벽함에 대한 어떤 본보기로서 테니스 선수 마이클 조이스의 전문가적 기예〉 117-118쪽

그는 짐승처럼—필리푸시스를 보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드는데—스파르타인처럼 생겼다. 크고 느린, 기계 같은 파워 베이스라이너로, 눈에는 싸늘한 적의가 감돈다. 그와 맞서는 샘프러스는 정확히 문볼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허약하고 지적이고 (슬기롭고 슬픈) 시인처럼 보이며 민주주의만이 그렇게 지칠 수 있는 듯한 방식으로 지쳐 보인다. 그의 표정은 몬트리올과 신시내티 등에서 여름내 그를 괴롭힌 야릇한 윔블던 이후 우울감으로 가득하다.
_〈유에스 오픈의 민주주의와 상업주의〉 158쪽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의 한 장면 같았다. 어떤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내 배우자 말로는 헐레벌떡 들어가 보니 소파에 팝콘이 널브러져 있고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눈알이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눈알 같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것이 페더러 모멘트의 한 예이며, 텔레비전에서만 봐도 이런데 텔레비전 테니스와 실제 테니스의 관계는 비디오 포르노와 현실에서 느끼는 인간적 사랑의 관계와 같다.
_〈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 192-193쪽

목차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의 서문 7

토네이도 앨리에서 파생된 스포츠 19

트레이시 오스틴이 내 가슴을 후벼 판 사연 55

선택, 자유, 제약, 기쁨, 기괴함, 인간적 완벽함에 대한
어떤 본보기로서 테니스 선수 마이클 조이스의
전문가적 기예 81

유에스 오픈의 민주주의와 상업주의 149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 189

출처 225

옮긴이의 말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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