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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상실의 글쓰기에 대하여

원제 : Alibis

안드레 애치먼 저 | 오현아 역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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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905948 / 296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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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내게는 알리바이, 그림자 자아가 있다.” 정체성을 찾아 떠난 소설가의 내면 순례기 “삶은 어딘가에서 라벤더 향으로 시작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알리바이』는 시공간에 흩어진 정체성을 찾아 떠도는 작가의 고백을 담고 있다. 그는 라벤더 향기부터 장소, 시간 등 내밀한 기억의 흔적을 살피며 자신의 상실된 뿌리를 애타게 찾는다. 이런 혼란은 작가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유년의 기억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에서부터 기인한다. 터키계 유대인인 그는 이집트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다국적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유럽을 동경했던 그는 상상한 유럽을 알렉산드리아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애정을 가진다. “유럽으로 돌아가기를 애타게 갈망하는 복제품”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왜곡과 도치로 알렉산드리아를 사랑했던 그는 로마로 망명을 하면서 상상했던 유럽과 실재의 유럽이 다르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그는 다시 문학작품을 통해 상상의 시공간을 로마의 거리에 덧씌우고 동시에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이 되기를 터득한”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상상과 갈망을 그리워한다. ‘다른 곳에’라는 뜻의 제목 ‘알리바이’에서도 드러나듯 다른 곳, 다른 시간을 도치하는 반사실적 전이 없이는 현재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는 그는 과거와 상상의 미래가 중첩된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시도한다. 삶의 연대기에 깊이 새겨져 구분되지 않는 상상과 실재의 단층선을 세심하게 살피고 기억의 에움길을 돌아보는 것이다. 유대인이라는 것도 이런 여정에 많은 굽이를 만든다. 역사적 박해를 피해 유대인이 아닌 척 가장해야 했던 조상들처럼 작가도 어릴 적부터 유대인이 아닌 척 가장하고 유럽에 편입되기를 바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유대인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한다. 스스로 말하듯 그는 ‘집이 없는 망명자’인 것이다. 정체성의 흔적을 찾는 방식의 하나로 장소에 대한 산문들이 눈에 띈다. 「친밀감」 「문학 순례는 과거로 나아간다」 「바르셀로나」 「뉴욕, 찬란히 빛나는」 「델타가」에서 알렉산드리아, 로마 그리고 뉴욕의 기억에 관해 쓰고 유대인 조상의 흔적을 찾아 바르셀로나에 가기도 한다. 「나의 모네 순간」 「지연하기」 등 문학, 예술에 대해 풀어낸 글들도 흥미롭다. 베네치아와 파리, 토스카나에 관해 쓴 「바다와 기억」 「보주광장」 「토스카나에서」,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자기 충전」 「빈방들」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그 자체로 보지도 읽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며, 세상의 흔적을 그 자체로 알지도 못한다. 눈앞에 놓인 것 이외의 다른 것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는지 아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건 장막이다. 그것은 생명 없는 물체에 본질을 불어넣고,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다. 손을 내민 우리의 몸에 결국 와닿는 것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투영한 찬란한 빛이다. 편지가 아닌 봉투이고, 선물이 아닌 포장지이다. ─56쪽에서 ‘심장박동이자 욕망인 운율’로 지은 글쓰기 작가의 맥박으로 초대한다는 것 망명에 대한 글쓰기를 나의 집으로 삼았다고 말하는 걸로 나는 망명을 요약할 수 있으리라. 심지어 내 집을 단어나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아니라 운율로, 단지 운율만으로 지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운율은 감정과 같고, 호흡과 같고, 심장박동이자 욕망이기 때문이다. 운율이, 우리가 꿈꿨던 과거의 삶, 혹은 꿈꾸는 미래의 삶을 재창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운율을 타며 탐색하고 살피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이 세상에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288쪽에서 『알리바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안드레 애치먼은 자연스럽게 작가로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외로운 어린 시절 문학에 빠졌던 기억부터 좋아하는 프루스트와 프랑스 심리소설 그리고 자신의 회고록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친밀감」에서 그는 로마로 망명하고 문학에 빠져 살던 날들을 돌아본다. 로마에서 “책방에서 책방으로 걷는 것”이 일상이었던 사춘기, 문학작품 속 세계를 로마에 투영하고 상상하면서 외롭고 남루했던 시간들을 지나갔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본 것은 로마 자체가 아니라 그곳을 사랑하게 만든, 자신이 끼워 넣은 “필터”였다는 것. 또한 이 시절을 통해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책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나아가 독서가 “작가의 맥박을 마치 내 것인 양 읽으라는 초대”임을 깨닫고 프랑스 심리소설에 빠졌던 추억을 떠올린다. 「지연하기」에서는 프루스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그는 프루스트의 소설이 “더 나은 시간을 고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을 되돌아보는 사내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은 통제 불능의 현재를 통제하기 위해 현재를 예행연습하고 미리 글로 쓴다는 것이다. 애치먼은 프루스트가 기억과 소망이라는 필터를 통해 현재의 경험을 기록하고 가공해서 더 큰 그림을 보려 한다고 분석한다. 시공간을 도치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애치먼이 프루스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델타가」에서는 이집트에서의 유년 시절을 다룬 산문집 『이집트를 떠나며』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기억과 글쓰기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던진다. 1990년 잡지에 먼저 발표한 글에서는 이집트에서 추방되기 전날 동생과 함께 알렉산드리아의 밤거리를 걸었다는 글을 썼다가, 5년 후 이 글을 수록해 출간한 책에서는 동생을 없애서 독자를 크게 당황하게 했던 일을 거론한다. 그리고 다시 애치먼은 실제로는 그 거리를 걸었던 적조차 없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어도 진심으로 갈망했고 상상했던 것도 기억에 포함되는 것이 아닐지 논하면서 글쓰기라는 “평행 우주”에 재배치된 허구의 기억이 ‘마치 억눌러도 떨쳐버릴 수 없는 진실 같았다’라고 토로한다. 문학을 넘어 예술에 관해 논하는 「나의 모네 순간」도 흥미롭다. 『그해, 여름 손님』을 쓸 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모네의 그림 <보르디게라의 저택들>을 통해 현실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한다. 모네가 그림의 실제 풍경보다 “자기 안에 더 많이 깃든 어떤 것, 마치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그 영향을 우리도 느끼는 어떤 것을 그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라고 하면서 “그가 사랑한 것은 배경보다도 그의 내부에 더 많이 있던 까닭에” 모네가 가장 좋아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의식이리라 추측한다.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에서 그는 정체성을 찾는 망명자로서, 망명에 대한 글쓰기를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고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밝힌다. 운율로 지은 글이 삶을 재창조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심장박동이자 욕망”인 운율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부분에선 흩어진 기억의 흔적을 에둘러 쓰는 영원한 망명자 애치먼의 애달픈 진심이 느껴진다. 안드레 애치먼의 운율이 오롯이 담긴 『알리바이』를 이제 독자들이 자신만의 맥박으로 읽을 차례이다. 어쩌면 글쓰기가 열어젖힌 평행 우주로, 우리는 모든 소중한 기억을 하나하나 옮겨 원하는 대로 재배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39쪽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안드레 애치먼
저자 : 안드레 애치먼
소설가. 195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터키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965년 이집트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가족과 함께 로마로 망명했고, 1968년 다시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뉴욕시립대학교 리먼칼리지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학교와 바드칼리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다가 2019년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이론과 프루스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1995년 이집트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기록한 산문집 『이집트를 떠나며(Out of Egypt)』로 화이팅어워드 논픽션상을 받았고 『그해, 여름 손님(Call Me by Your Name)』(2007) 으로 람다문학상 게이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2017년 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평단과 대중의 호평 속에 아카데미시상식을 포함,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 『8일의 백야(Eight White Nights)』(2010) 『하버드 광장(Harvard Square)』(2013)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2017), 산문집 『위조 서류(False Papers)』(2000) 등이 있다.

역자 : 오현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인스닷컴(Joins.com)에서 서평 전문 기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작가님, 어디 살아요?』 『작은 공주 세라』 『디어 개츠비』 『사냥꾼들』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도시의 공원』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스팅』 『내니의 일기』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오현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인스닷컴(Joins.com)에서 서평 전문 기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작가님, 어디 살아요?』 『작은 공주 세라』 『디어 개츠비』 『사냥꾼들』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도시의 공원』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스팅』 『내니의 일기』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난 꿈꾼 삶을 살았던가? 과연 내 삶을 살았을까? 내가 꿈꾼 삶과 실제로 영위한 삶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또 어떤 것을 더 잘 기억할까? 내 것이라 여겼던 것을 삶이 하나씩 앗아가고, 패를 돌리려고 내 카드를 하나씩 엎어놓는 지금, 난 벌써 삶이 다하기도 전에 이 두 개의 삶을 잊어가는 건 아닐까?
─38쪽에서

가장 진실하고 내밀한 기억이 그렇듯이, 가장 진실하고 내밀한 순간은 바로 이런 상상 속의 빈약한 이야기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그날 밤 늦게 떠올랐다. 허구들.
─53쪽에서

내가 본 건 로마 자체가 아니라, 마침내 그곳을 사랑하게 만든, 이 고도(古都)에 내가 끼워 넣은 필터였고, 저녁 늦게 책방에서 나와, 거리에 존재하리라 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희미한 미소와 우정을 찾아 나의 넵스키 대로를 서성일 때마다 내가 갈구하던 장막이었다.
─55쪽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게 요구한 것은 그들의 책을 친밀하게 읽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타인의 작품에 대한 나 자신의 맥박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맥박을 마치 내 것인 양 읽으라는 초대였다.
─60쪽에서

글쓰기는 진실과 거짓이 자리를 바꾸는 단층선을 파내고자 한다. 아니면 오히려 그 단층선을 더 깊게 파묻고자 하는가?
─67쪽에서

오랫동안 갈구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걸 우리 자신도 알고 있는 어떤 것을 인식하기 위해 우리에겐 모네가 필요하다.
─78~79쪽에서

지연 행위가 깊게 새겨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고통과 슬픔, 상실을 직면하는 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과 슬픔, 상실을 에두르는 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런 능력이다.
─101쪽에서

내면의 여행을 시작할 때면 난 장소에 대해 쓴다. 사랑이나 전쟁, 고통, 잔혹함, 힘, 신, 혹은 나라에 대해 쓰면서 그렇게 하는 작가들도 있다. 난 장소, 다시 말해 장소의 기억에 대해 쓴다. 내가 사랑했다고 하는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에 대해 쓰고, 돌아가고 싶은 사라진 세계를 상기시키는 다른 도시들에 대해서도 쓴다. 난 망명과 기억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쓴다. 비록 과거를 잊고 외면하기 위함일지도 모르지만, 난 과거를 되찾고 보존하고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쓴다.
─133쪽에서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곧 나 자신을 피하려고 난 글을 쓴다. 세상에서 늘 한 걸음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으므로, 난 쓴다.
─135쪽에서

우리가 삶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견디고 궁극적으로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바로 그때가 아닐까 싶다. 삶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삶의 결점을 보고, 삶의 결점이라는 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을 알고, 그럼에도 매일 못 본 척 시선을 돌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름다운 삶의 기준인 까닭이다.
─139쪽에서

우리가 결국 기억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과거의 우리 자신이다. 또한 종종 우리가 고대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복원된 과거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바가 아니라 갈망 그 자체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바가 아니라 기억 그 자체를 사랑하듯이.
─253쪽에서

글쓰기는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한 후 형제자매를 하나하나 초대하듯이, 우리가 소중한 물건을 하나하나 옮겨 놓는 평행 우주를 열어 보일까?
─259쪽에서

알렉산드리아를 기억할 때 나는 이미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길 즐겼던 장소를 떠올린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파리를 갈망하던 나 자신을 떠올리지 않고 알렉산드리아를 기억하는 것은 잘못된 기억이다.
─269쪽에서

나는 다른 곳에 있다. 이것이 알리바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다. 그것은 다른 곳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체성이 있다. 내게는 알리바이, 그림자 자아가 있다.
─277쪽에서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우리에게 손짓하는 도시들도, 그곳에서 보낸 시간도 아니다. 우리를 부르며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우리가 그 도시들에 투영한, 살지 않은 상상의 삶이다. 도시는 다만 분장이고 차단벽이며 화가 클로드 모네가 말했듯이 빈 봉투이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기를 바랐던 상상의 삶에 대한 기억이다.
─281쪽에서

글쓰기는 귀향이 아니다. 그것은 알리바이다. 알리바이들의 영원한 말더듬.
─286쪽에서

목차

라벤더
친밀감
나의 모네 순간
지연하기
불확실한 어느 유대인에 대한 생각
문학 순례는 과거로 나아간다
반사실적 여행자
로마의 시간들
바다와 기억
보주광장
토스카나에서
바르셀로나
뉴욕, 찬란히 빛나는
자기 충전
건물들도 죽었다
빈방들
델타가

끝맺는 말 - 시차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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