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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성석제 저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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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8515 / 272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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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내 이름 뒤에 ‘소설가’라는 생경한 호칭이 처음 붙게 된 1995년 이후 나는 다시는 시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시를 쓸 수도 없게 되었다. 한 인간이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워 익히게 되면 두뇌의 기능 연결 방식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다시는 그걸 배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어떤 소설을 쓰든 마찬가지였다. 싫든 좋든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로 기억되었고 그 소설을 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도와 소설」, 23~24쪽) 대화는 지속된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저녁을 먹은 뒤 여름밤의 산책과 카페에서의 나직한 이야기와 두런거림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얼마 전까지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두 나라 정상끼리의 역사적 회담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그것이 “아니…… 진짜…… 그래서…… 그러니까…… 아주 조금…… 굉장히…… 있잖아…… 사실은…… 말이지”로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사람과 사람 서로 간의, 지성체 간의 대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귀중하고 단 한 번, 한 순간뿐인 우리의 삶이자 비전이며 성스러움에서 비루함까지 인간세의 표리를 명경처럼 반영하는 것이니.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184쪽) 빅뱅처럼 경이롭고 고유한 순간은 언제나 짧다. 매일 새로운 하루 24시를 개벽하는 새벽 또한 숨쉴 사이조차 없이 사라져간다. 치솟은 태양이 새벽의 박명을 유리그릇처럼 깨뜨리며 쳐들어온다. 어디선가 거대한 얼음장이 무너져내리듯 어둠의 형해가 무너지고 있다. 나는 어느 여름 새벽에 태어났다고 들었다. 새벽에 태어나서인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새벽을 위해서라면 하루 중 새벽 이외의 시간 전부를 저당잡혀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고 불완전하고 흐릿한 한때, 그래서 인간적이고 예술적이고 자연의 본성에 가까운 그 시공간. 새벽의 정신처럼 새벽의 문장 역시 맑고 간명하다. 새벽이 준 단어는 사물 위에 단단하고 깊게 박을 수 있다. 새벽에 쓴 편지의 문장은 하나 버릴 게 없다. (「새벽, 개벽」, 211쪽)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 내 존재를 찬란하게 물들였을 희로애락의 어느 순간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는 헛되이 낭비한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내 삶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팔백 살을 살았다는 팽조의 유언이 “내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침을 멀리 뱉지 않(고 헛되이 기운을 쓰지 말)았을 것을!”이었다는데. (「여행의 속도」, 214~215쪽) 낙원을 빠져나가면 또다른 낙원이 이어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라는 낙원이 있으니까. 낱낱의 사람이 가진 그 낙원은 언제나 평화롭고 안전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낙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 끊임없이 그 낙원을 희구하지만 그곳에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의 슬픈 운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낙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또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이 끝나갈 때」, 269~270쪽)

저자 소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문학사상』에 시 「유리 닦는 사람」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단편소설 「유랑」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탁월한 이야기꾼의 탄생을 예고했다.



2000년 소설집 『홀림』으로 동서문학상, 2001년 단편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소설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현대 한국문학에서 숨죽이고 있던 해학의 전통을 되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능청을 주무기로 소설의 서사성에 충실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인 그는 2003년 단편소설 「내 고운 벗님」으로 현대문학상, 2005년 단편소설 「잃어버린 인간」으로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호랑이를 봤다』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참말로 좋은 날』 『지금 행복해』 『인간적이다』 『이 인간이 정말』,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아름다운 날들』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단 한 번의 연애』,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내 이름 뒤에 ‘소설가’라는 생경한 호칭이 처음 붙게 된 1995년 이후 나는 다시는 시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시를 쓸 수도 없게 되었다. 한 인간이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워 익히게 되면 두뇌의 기능 연결 방식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다시는 그걸 배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어떤 소설을 쓰든 마찬가지였다. 싫든 좋든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로 기억되었고 그 소설을 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도와 소설」, 23~24쪽)

대화는 지속된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저녁을 먹은 뒤 여름밤의 산책과 카페에서의 나직한 이야기와 두런거림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얼마 전까지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두 나라 정상끼리의 역사적 회담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그것이 “아니…… 진짜…… 그래서…… 그러니까…… 아주 조금…… 굉장히…… 있잖아…… 사실은…… 말이지”로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사람과 사람 서로 간의, 지성체 간의 대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귀중하고 단 한 번, 한 순간뿐인 우리의 삶이자 비전이며 성스러움에서 비루함까지 인간세의 표리를 명경처럼 반영하는 것이니.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184쪽)

빅뱅처럼 경이롭고 고유한 순간은 언제나 짧다. 매일 새로운 하루 24시를 개벽하는 새벽 또한 숨쉴 사이조차 없이 사라져간다. 치솟은 태양이 새벽의 박명을 유리그릇처럼 깨뜨리며 쳐들어온다. 어디선가 거대한 얼음장이 무너져내리듯 어둠의 형해가 무너지고 있다.
나는 어느 여름 새벽에 태어났다고 들었다. 새벽에 태어나서인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새벽을 위해서라면 하루 중 새벽 이외의 시간 전부를 저당잡혀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고 불완전하고 흐릿한 한때, 그래서 인간적이고 예술적이고 자연의 본성에 가까운 그 시공간. 새벽의 정신처럼 새벽의 문장 역시 맑고 간명하다. 새벽이 준 단어는 사물 위에 단단하고 깊게 박을 수 있다. 새벽에 쓴 편지의 문장은 하나 버릴 게 없다.
(「새벽, 개벽」, 211쪽)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 내 존재를 찬란하게 물들였을 희로애락의 어느 순간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는 헛되이 낭비한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내 삶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팔백 살을 살았다는 팽조의 유언이 “내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침을 멀리 뱉지 않(고 헛되이 기운을 쓰지 말)았을 것을!”이었다는데.
(「여행의 속도」, 214~215쪽)

낙원을 빠져나가면 또다른 낙원이 이어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라는 낙원이 있으니까. 낱낱의 사람이 가진 그 낙원은 언제나 평화롭고 안전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낙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 끊임없이 그 낙원을 희구하지만 그곳에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의 슬픈 운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낙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또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이 끝나갈 때」, 269~270쪽)

목차

1부 소설 쓰고 있다
나의 스승 알파칸
맛있는 책, 일생의 보약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쇳덩어리
지도와 소설
영원한 어른의 아이
이화령 남쪽, 각서리
홍명희와 나
따뜻한 쌀국수의 기억
이 세계의 진미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
시인은 말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제2부 나라는 인간의 천성
첫맛의 경이
삶을 기쁘게 만드는 별식
봄의 은혜로 만드는 비빔밥
홍익인간의 음식
특허를 낼 뻔한 음식
맛집의 비밀
전통을 잇기 힘든 이유
귀룽나무 꽃 피운 소식
촌닭을 기리며
생명의 노동
시월
늙지 않게 하는 약

3부 실례를 무릅쓰고
안아주세요
깔딱고개가 있어야 할 이유
싸구려의 복수
부끄러움 유전자
할말은 하는 유전자
문제 해결의 비밀
우리 아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
허공을 쳐다볼 때는 발밑의 구덩이를 조심하세요
중독의 언어, 각성의 문장
아이가 본받는 부모
부자가 되는 이유
전문가의 생업
껍질이 본질을 뒤흔드는 세상
자투리가 없다
점방, 구멍가게, 동네 슈퍼를 기리며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제4부 여행 뒤에 남는 것들
어느 좋은 날
눈부신 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여행
요원의 불길을 바라보며
여행 뒤에 남는 것들
새벽, 개벽
여행의 속도
극락은 여기 어딘가에 있다
여행이 끝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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