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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2695 / 152쪽 114 x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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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아프리카의 언어로 ‘~의 딸’을 뜻하는 빈티
소수자의 지위를 전복시키는 한 소녀의 이야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몸이 불편해 큰 고통을 받았던 저자 자신의 삶에 빗댄 듯, 책의 주인공 빈티도 10대 소녀이자 소수민족 흑인 여성으로서 차별과 멸시에 시달린다. 그러나 빈티는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수자 중에서도 극단에 있는 듯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정은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를 극적인 반전 드라마로 만드는 포석이 된다. 지구에서는 주류 세력의 행태에 위축되던 빈티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되새기고 주체성을 확립한다. 나아가 자신을 깔보는 시선에 보란 듯이 코웃음 친 뒤 우주의 주인공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는 데 이른다. 무엇보다 저자는 외계 종족과의 갈등 상황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 빈티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수자의 존재론적 문제라는 커다란 화두를 던진다. 빈티는 진흙과 기름을 섞어 만든 피부 보호제인 오치제(otjize)를 바르는 부족 전통의 행위를 통해 주류 세계의 모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다진다. 빈티(binti)는 아프리카의 언어, 스와힐리어로 ‘~의 딸’을 뜻한다. 빈티의 모험담과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면, 그 이름의 의미처럼 낯선 누군가에서 우리 모두의 딸이 된 그녀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빈티 3부작 출간 예정
《빈티: 홈》(가제) 《Binti: Home》(원제)
《빈티: 밤의 가장무도회》(가제) 《Binti: The Night Masquerade》(원제)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에 이어 2부 《빈티: 홈》(가제), 3부 《빈티: 밤의 가장무도회》(가제)로 이어지는 대서사가 출간 예정이다.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 이후, 빈티가 지구를 떠나 움자 대학행성에 정착한 지 1년. 이제는 지구로 돌아가 외계 종족 메두스와 인간의 화합이라는 대승적 목표를 위해 가족과 장로들을 설득해야 하는 빈티. 메두스와 함께 평화로이 지구로 귀환하는 듯하지만 지구의 주류 세력인 쿠시인은 외계 종족과 인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전쟁으로 인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빈티는 우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탁월한 중재자가 되어 갈등을 봉합하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첨예한 대립 양상을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빈티 시리즈’ 3부작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불가능하고도 가능한 세계,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 FoP)!
2019년, 알마의 새로운 소설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현실과 이상이 결합하는 낯선 행성,
견고한 일상의 궤도에 틈입하는 새로운 문학.
마침내 한국소설의 미완의 조각을 채워 넣는다.
★ FoP 2019년 현재 출간작 ★
《천국보다 성스러운》 (김보영)
《산책하는 침략자》 (마에카와 도모히로)
《월간주폭초인전》 (dcdc)
《두 번째 유모》 (듀나)
《구부전》 (듀나)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 (마샤 웰스)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 (은네디 오코라포르)
★ 김보영, 듀나, 송경아, 김성일, 이수현, 은림, 박성환 외 출간 예정 ★
15분 후에 나는 표를 사서 근거리 왕복선에 탔다. 해는 이제 겨우 지평선에 빼꼼 돋아 오르려는 참이었다. 자리에 앉은 승객들 옆을 지나가면서, 쫑쫑 땋은 머리의 부숭부숭한 끝이 사람들 얼굴에 부딪히는 게 너무 의식이 되어 눈을 바닥으로 깔았다. 우리는 머리숱이 많은 편인데다가 더욱이 내 머리카락은 타고나길 굉장히 숱이 많았다. 큰이모는 걸핏하면 내 머리를 ‘오도도’라고 불렀다. 오도도 풀처럼 기세등등하고 무성하게 자라났기 때문이다. 떠나오기 직전에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새로 만든 향기 좋은 오치제를 땋은 머리에 펴 발랐다.
_22쪽
탑승 보안 검사 줄에 서 있던 차에, 누가 머리카락을 훅 당겼다. 나는 뒤로 돌았고 한 무리 쿠시 여자들의 시선에 맞닥뜨렸다. 전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내 뒤쪽 사람들 모두가 처음부터 다들 날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땋은 머리를 잡아당긴 여자가 자기 손을 보면서, 찡그린 표정으로 손가락을 비볐다. 그 여자의 손가락은 내 오치제가 묻어서 주황색이었다. 킁킁 냄새를 맡았다. “재스민 꽃 냄새 같은데?” 그 여자가 놀라서 자기 왼쪽 여자에게 말했다.
“똥이 아니야?” 한 명이 말했다. “똥 냄새가 난다던데, 똥이라서.”
“아니야, 틀림없이 재스민 꽃 냄새야. 그래도 냄새가 똥내처럼 독하긴 하네.”
“진짜 머리카락은 맞아?” 또 다른 여자가 손가락을 맞비비는 여자에게 물었다.
“몰라.”
“이런 ‘흙목욕꾼’ 족속들은 원래가 더러워.” 맨 처음 여자가 중얼거렸다.
_29~30쪽
나는 식탁에 앉아 우유를 주재료로 코코넛 조각을 넣어 만든 젤라틴질의 디저트를 한입 가득 만끽하며 헤루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헤루는 나를 보고 있지 않은 참이었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내 에단을 들었다. 헤루가 옆에 있는 남자애와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면서 에단을 만지작거렸다. 맛 좋은 크림 같은 디저트가 내 혀 위에 시원하게 녹아들었다. 내 옆에서 올로와 레미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기들이 살았던 도시에 전해 내려오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물의 영처럼 흐늘흐늘한 목소리로 불러야만 하는 노래였다.
그러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고 헤루의 가슴이 쩍 벌어졌다. 헤루의 뜨듯한 피가 나에게 확 뿌려졌다. 헤루 바로 뒤에 웬 메두스가 서 있었다.
_42~43쪽
72시간 후,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다 떨어지고 물도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 나와 내 머릿속 생각들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그 작은 방에 갇혀 있었다. 이젠 그만 울어야 했다, 수분을 잃어도 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화장실이 방을 나가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아껴 모은 내 구슬 장신구들 담던 통을 써야만 했다. 이제 내가 가진 건 오치제가 든 단지뿐으로, 할 수 있는 한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오치제를 얼마큼은 써버렸다. 나는 걸어다녔고, 방정식을 음송했고, 만약에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죽지 않는다면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려고 신경질적으로 만들어냈다가 없애버리는 흐름들로 인해 불이 붙어 죽을 것이 틀림없다 생각했다.
_60~61쪽
“내 침은 우리 메두스들의 힘이다.” 그것이 말했다. “놈들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갔지. 그건 전쟁 행위다.”
“제가 말한 대로 한다면 당신의 침을 되찾게 될 거예요.” 내가 얼른 말했다. 그랬다가 뒤에서 험하게 쿡 찌르는 느낌에 몸을 굳혔다. 뾰족한 것이 정통으로 내 뒷목 한가운데를 꾹 눌러오는 게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작전을 말씀드려.” 오크우가 말했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조종사가 우주선을 무사히 착륙하게 해줄 거예요. 그러면 제가 여러분 중 한 명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움자 대학행성 측과 협상할게요. 그 침을… 평화롭게 돌려받도록.”
“그렇게 하면 기습의 이점이 없어지지.” 족장이 말했다. “전략을 하나도 모르는군.”
“기습을 한다면 많은 수를 죽이겠지요. 그렇지만 그다음에는 그쪽에서 당신들을 죽일 거예요.”
_104쪽
죽음. 내가 집을 떠나온 그때 나는 죽었다. 나는 떠나기 전에 일곱에게 기도 드리지 않았다.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엿한 여자라면 다녀올 순례 길에 나선 적이 없었다. 나는 장차 어른 여자로서 우리 마을에 돌아가 그 일을 할 것을 틀림없이 믿었다. 나는 우리 가족을 떠나왔다. 나는 내 할 일을 다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터였다. 메두스. 메두스는 우리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진정성이 있다. 명쾌하다. 결단력이 있다. 경계도 가장자리도 딱 떨어지게 선명하다. 그들은 명예와 불명예를 안다. 나는 그들에게 명예를 인정받아야 했고 그렇게 할 길은 오직 한 번 더 죽는 것뿐이었다.
_108~109쪽
인간 교수 몇 명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클클 웃었다. 커다란 곤충 인간 한 명은 아래턱으로 짤깍짤깍 소리를 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고, 콧구멍을 크게 부풀렸다. 지구에서 우리 부족 사람들이 쿠시 사람들에게 받던 것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는 이게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다들 거기서 거기다. 어디를 가든지. 이 교수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_123쪽
그날 밤에 나는 오치제를 만들었다. 섞은 다음 다음 날 하루 동안 강한 태양 빛에 널어 두었다. 나는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날은 먹지도 않았다. 저녁이 되어 나는 기숙사로 가서 샤워를 함으로써 우리 민족 사람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즉, 물로 씻었다. 물이 머리카락을 통해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게 한 채로 나는 울었다. 이것이 내게 남은 고향의 전부였는데 물에 씻겨 내려가서 이제 우리 기숙사 밖 나무들에게 밥이 될 도랑으로 흘러가는 참이었다.
서문
빈티
감사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