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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시리즈 : 을유문화사 현대 예술의 거장 [30]

피에르 아술린 저 | 정재곤 역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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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31420 / 636쪽 130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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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평생에 걸쳐 분야를 막론하고 시각적 환희를 추구했던 예술가, 기하학과 휴머니즘의 경이로운 조합으로 만들어 낸 예술적 감동 저자 아술린은 전기 작가답게 카르티에 브레송의 일대기를 다룬다. 눈여겨볼 점은 사진가였던 그의 처음(유년 시절)과 끝(말년)이 그림(데생, 회화)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가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작품에서 ‘예술’을 감지해 내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명한 〈마른 강가에서Sur les Bords de la Marne〉와 같은 사진에서 우리는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Dejeuner sur l’Herbe〉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시테섬Ile de la Cite〉과 같은 풍경 사진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사진작가로서의 경력에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 돌연 사진을 그만두고 데생에 천착하기로 한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심은 그를 동경하고 그의 뒤를 좇은 수많은 후배 작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년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그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기에 오히려 이는 필연적인 귀결로 보이기까지 한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그가 영화에도 한때 몸담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장 르누아르 같은 영화감독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실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사진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 시각적 기쁨을 추구한 예술가였다. 그중에서도 ‘기하학적인 시각’을 빼놓고는 그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의 사진 전반이 그렇지만, 특히 미술사가인 언스트 곰브리치의 명저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에 사진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실린 〈아브루치의 아킬라Aquila degli Abruzzi〉를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엄격한 구성과 기하학적인 우아함이 완벽한 조합을 이룸으로써 예술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아술린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자서전을 쓴다면 채택할 만한 제목으로 ‘삶’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그가 사진의 거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시각적 안목이 크게 작용했지만,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휴머니즘적 시각도 그만의 예술을 한층 더 농밀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회의 참모습을 찍으려 늘 주변부로 눈을 돌렸다. 수많은 매체가 윈스터 처칠 경의 장례식을 취재하던 현장에서, 우리는 카르티에 브레송이 아니었다면 그곳에 “「타임스Times」”를 외쳐 대며 신문을 파는 판매원도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여덟 장이 새롭게 수록된 개정판 침묵으로 모든 것을 웅변했던 사진가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전기 이번 개정판에는 정진국 사진 평론가의 추천의 글이 더해져 본문을 읽기에 앞서 사진과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아술린의 이 책은 그동안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정작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이 도판으로 실리지 않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한국어판 개정판에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미학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여덟 장의 사진이 책 앞부분에 실렸다. 본문에 언급된 사진이 주를 이루는, 매그넘 측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은 원본 파일의 사진에서, 카르티에 브레송 특유의 사인처럼 인식되는 검은 테두리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에 대해서 말을 아꼈던 사람이다. 텔레비전에도 거의 출연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증거를 대다 보면 결국 진실이 죽어 버린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결국 사진들만이 우리 앞에 남았다. 우리는 이 대가가 남긴 사진과 그가 사진에 대해 취했던 태도, 지나가면서 했던 말 들을 토대로 그의 예술관을 짐작할 따름이다. 이 전기가 중요성을 띄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정진국 평론가의 표현대로 저자는 “거장의 생애를 거슬러 올라가며 주변의 모든 풍경에서 풀 한 포기 바위 한 덩어리 놓치지 않으려고 샅샅이 훑었다.” 2004년, 거장의 장례식에 참석한 저자는 생전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이 적힌 일종의 명함을 한 장 받는다. 거기에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필치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 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다.” 마찬가지로 아술린의 이 전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카르티에 브레송이 살았던 순간을 영원히 붙잡는다.

저자 소개

  • 저자 : 피에르 아술린
저자 : 피에르 아술린 (Pierre Assouline)
1953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출생해 프랑스의 낭테르대학교와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다년간의 기자 활동을 거친 뒤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1993년부터 2004년까지 문학 월간지 『리르Lire』에서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르 몽드Le Monde」,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 등 여러 매체에서 문학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고 전기, 기록 문학,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30여 권의 책을 냈다. 그가 쓴 전기로 『가스통 갈리마르Gaston Gallimard』, 『심농Simenon』, 『에르제Herge』 등이 있고, 소설로 『한계 상황Etat Limite』, 『이중생활Double Vie』, 『루테티아Lutetia』 등이 있다.

역자 : 정재곤
1958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교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꿈 이야기」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 네트워크 ‘사이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 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로렌대학교에서 심리학(다문화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정부 공인 심리 분석가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궁리닷컴’에 심리학 에세이를 연재 중이며, 이를 곧 단행본(『나를 엿보다』)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족의 비밀』, 『외젠 앗제』, 『정신과 의사의 콩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의 대화』 등 다수가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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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 역자 : 정재곤

옮긴이 정재곤
1958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교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꿈 이야기」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 네트워크 ‘사이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 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로렌대학교에서 심리학(다문화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정부 공인 심리 분석가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궁리닷컴’에 심리학 에세이를 연재 중이며, 이를 곧 단행본(『나를 엿보다』)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족의 비밀』, 『외젠 앗제』, 『정신과 의사의 콩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의 대화』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에서

그때 나는 카르티에 브레송과 헤어지면서 언젠가 그에 관한 기사가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존하는 위대한 사진작가이자 새로이 활동을 재개한 데생 화가, 장거리 여행을 마다않는 리포터, 현시대를 증언하는 인물, 영원한 탈주병, 집요한 기하학자, 열성적인 불교 신자, 청교도적 무정부주의자, 개전의 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골수 초현실주의자, 이미지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따위가 아니라, 그저 이 모든 모습 뒤에 숨어 있으면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붙잡아 보고 싶었다. 한 세기를 살아왔던, 그저 한 사람의 프랑스인을.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인간 자체이니까. - 63~64쪽


다른 기자들은 화려한 행사에 신경을 쏟았지만, 카르티에 브레송은 정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타고난 기질은 어쩔 도리가 없는가 보다. 만일 카르티에 브레송이 중세에 태어나서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업을 했더라면, 틀림없이 호화롭게 장정된 책의 가장자리 장식에 관심을 쏟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사회나 중심부는 관습에 얽매여 있는 반면, 사회의 참모습은 주변부에 드러나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회 권력층에 대한 관심은 다른 기자들 몫으로 남겨 두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소시민에게 눈길을 주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어떤 사건을 다루건 간에 언제나 주변부에 관심을 쏟았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사건 현장에 있되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임하고, 사물을 역전된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카르티에 브레송 특유의 반순응주의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 준다. - 267~268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정해진 시간이면 마티스 집에 와서 구석에 앉아 화가에게도, 모델인 리디아 들렉토르스카야에게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몇 시간씩 얌전히 바라만 보곤 했다. 대화는 금물이다. 점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진을 찍을 때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재채기를 하듯, 그야말로 순간적이면서도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때 사진의 주인공은 자기가 주인공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마티스도 포즈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다른 손에는 비둘기를 든 채 세상 바깥에 있을 따름이었다. 바로 이 순간, 사진작가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형용하기 힘든 시선을 포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 309쪽


르포르타주란 문제를 표현하고 사건이나 인상을 고정할 목적으로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이 동시에 점진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나에게 사진이란,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대상의 의미와 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형태들의 엄정한 조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 주제란 사실들을 그저 집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들 그 자체는 아무런 중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고, 사실의 진면목을 심오한 현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포착하는 일이다. 사진에서는 아주 작은 대상도 커다란 주제가 될 수 있고, 사소한 인간적 디테일도 라이트모티프가 될 수 있다. - 429~430쪽


우리는 그의 몇몇 사진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들은 우리의 머릿속을 집요하게 떠돌기 때문에 마치 현실인 양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우리는 시테섬을 쳐다볼 때마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시테섬의 이미지를 떨치고는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세상은 좀 더 삭막해졌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삶을 바라다보는 시각을 바꾸어 버렸다.
- 590~592쪽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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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 공장 집 아들, 1908~1927
2 결정적 순간들, 1927~1931
3 도구를 찾아 나선 예술가, 1932~1935
4 이전 세계의 종말, 1936~1939
5 국적: 탈주자, 1939~1946
6 뉴욕에서 뉴델리까지, 1946~1950
7 세계가 그의 스튜디오다, 1950~1970
8 또 다른 삶을 향해서, 1970~

후기 - 세기의 눈이 세기와 더불어 눈을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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