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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고운 먼지

시리즈 : 현대시 시인선 [94]

신옥철 저 | 현대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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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413 / 142쪽 13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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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함축된 언어의 예술, 시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창의성을 과감없이 발휘한다. 그 속에 담긴 감성과 사색이 독자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여 문학적 감수성을 깨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경기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였다. 1996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뚜껑을 열어보고 싶다」 「딱딱한 나」 「유신론, 사랑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머리말

시인의 말


내 시를 내가 읽으며 우네
수초같이 나부끼는 내 시 안에서
몸을 쉬는 어린 물고기처럼 안도하며
구절구절 애처로운 한때들이
물방울 받아들이는 스펀지, 내 심장에 젖어들어
내 시를 내가 읽으며 울고 있네

나를 위한 초라한 집을 지은 것이었구나
아스팔트 한 가운데 뿌리내린 들꽃으로 살아가는 삶
두려울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나뭇잎 말아 몸을 숨기는 거위벌레가 되어
나만의 은신처 홀로 짓고 있었구나

세상은 눈부시다. 그 밝음 속에서 나만이 자꾸 그늘 속으로 움츠러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는 그곳에서 날 잡아 준다. 시의 그늘 속에서 안도하며 가만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시를 가르쳐주신 박상천 교수님, 너무 밝아 버거운 세상에서 어머니의 손길로 지켜주신 안남연 교수님 그리고 명래씨, 제현, 정현, 윤미, 동욱……

2019년 10월에
하늘 집 창가에서
신옥철

책 속에서

[ 대표시 ]

결 고운 먼지

참 결 고우시다. 조용하시다. 가는 체로 내려놓은 녹말입자처럼 조용히, 살며시, 아무도 몰래 찾아오신다. 소리 내거나, 건드리거나, 들쑤시는 일 없이. 주변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고대의 훈육 몸에 배어. 일상에서, 명상 중에, 잠결에도 언제나 다가와 곁에 머무신다.
가벼우시다. 구스 재킷 가슴털이 영역을 탈출하여 하늘 향해 날아가는 모습 본 적 있지. 저것이 꿈이었겠구나 생각하며 바라보았던 그 무게보다 가볍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앉는 겸손.

그를 닮기로 했네
세상으로부터 추방당해
밀려난 후미진 곳에서
묵언으로 견디어
햇살 대하는 한때
금분으로 맞는 그 고귀함을,
중심부로부터 떨려나도
다시 찾아가
낮은 곳 외로운 자에게 임하여
마지막 말 들어주는,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되는,
헬륨풍선 천지인 세상에서
고요히 가라앉는 덕목 온몸으로 수행하는 수도자修道者
그를 따르기로 했네

말없는 것들을 닮기 위하여

어제는 소리 없는, 절대 누구를 방해하는 일 없는
그러면서 제 구실 다하며
넓은 세상 다 누비며 살고 있는
먼지에게 꽂혔었다.
오늘 아침 베란다 배추 분盆에
초대받지 않아도
제 스스로 찾아든 불청객이
염치도 없이 이파리 구멍 내며 조찬 중인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
그 엄숙한 의식 앞에
두 입장 중 취해야 할 방향이 잠시 혼동 되어 그저 지켜보고 있다.

숭숭숭? 아삭아삭?

점점 구멍 커져간다
아프겠다.
배추 잎은 어쩌면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 걸까.
고통을 참으며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나는 다 먹힐 것이다?
곧 죽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남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돼, 안 돼……
아프다는 말
억울해 죽겠다는 말 모두 참아낸다
견뎌내야 살아남는 세상
입 틀어막고
먼지처럼, 배추 잎처럼 소리 내지 않기로 한다

가로수 잘린 팔 하늘 향해 뻗다

아프리카 한 종족이 도시로 끌려가고 있다. 발에 족쇄를 차고, 잘린 팔 하늘 향해 쳐든 채 수인산업도로변 줄지어 걷고 있다.

알고는 있는 걸까? 불평 한마디 없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 견디어야 하는 까닭을. 가지를 뻗는 즉시 거세되어 어떤 모반謀反도 허용되지 않는 벌 저토록 처참히 견디어야 하는 이유를

저들
중국 여인의 전족纏足처럼
끌려가 거세된 내시처럼
상대를 지키기 위해 침묵했다는 이유로 평생
주홍 글씨 가슴에 달고 살아야 했던 서구의 어느 여인처럼
운명도 아니면서
맥없고 힘없고 답답한 무지無知가 죄가 되어
잘린 팔 뻗은 채 하늘을 향해 통곡하고 있다면
그걸 듣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보고도 못 본 체 지나는 거라면
세상은 무고죄誣告罪 하늘은 공범이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걸레가 쉬고 있다

제2부 사과 속에서

제3부 풀잎 탄성彈性

제4부 나는 지푸라기다

제5부 샤이국민

제6부 뼛속 아버지


신옥철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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