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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05478 / 128쪽 134 x 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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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람’과 ‘시’와 ‘역사’를 건너온 구명숙 시인은 이제 좀 더 정신적인 고처高處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 서정시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삶의 지혜랄까 원숙한 통찰이랄까 하는 것을 지향하고 선취한다. 이러한 자가自家 충격과 치유의 시학은 구명숙 시의 궁극이 담겨 있는 범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기 충격 과정이 사사로운 개인으로의 퇴행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췌언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구명숙의 이번 시집이 시간예술로서의 요체가 만져지는 절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시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사물은 비교적 역사적 구체성보다는 존재론적 원형성을 강하게 띠고 있고, 그는 어떤 구심적 주제나 원리에 의해 시세계를 구성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순간적 기억을 남다른 진정성으로 언표해간다. 구명숙의 시는 자기 탐닉의 나르시시즘으로 기울지 않고, 탄탄한 지성적 절제를 통해 사물의 속성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균형을 매우 심미적인 형상으로 보여준다. 그의 시는 다양하게 산포된 자신만의 내면을 펼쳐내면서, 그 안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메타적 질문을 깊이 산입하고 있다. 시인은 다양한 음색과 음감音感을 통해 그러한 과제에 골똘하게 응답해가면서, 비교적 단형으로 씌어진 시편들을 통해 따뜻한 성정과 깊은 자의식과 타자 지향의 상상력을 지극하게 들려준다. 이처럼 심미적 사유와 감각의 세계를 완결한 이번 시집의 성취를 넘어, 구명숙 시인은 또 다른 넓은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일곱 번째 시집이 거둔 이러한 생명 사랑과 인간 탐구의 시적 존재론에 대한 반향을 마음 깊이 고대하면서, 구명숙 시인이 펼쳐갈 다음 세계의 심미적 진경進境을 스스럼없이 소망해보게 되는 것이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나서 10년 동안 시인이라 말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에 숨어서 시를 썼다.
옛 벗들이 낯설게 바라보는 ‘이람’이라는 필명을 벗고
용기를 내어 이제 다시 본래의 나, 명숙으로 돌아간다.
모든 생명과 인간, 자유를 사랑하는 길
그것은 바로 시를 사랑하는 마음 아니겠는가.
나의 삶에 있어 언제나
가장 순수한 열정과 성심성의를 시에게 바치고 싶다.
2019년 8월
서래마을 우거에서 이람 구명숙
1부 조선의 날개
서랍
서랍은 잠겨 있다
오늘
우리의 세상도
열지 못하는데
어찌 돌아가신 어른의 서랍을
열려 하는가
잠가둔 이 세상의 귀중한 보물들
비밀번호를 잊은 채 스스로 갇혀 있다
가슴 속에 잠겨 있는 비밀들처럼
열쇠를 찾아라
보물 말고
참사람 한 분을
꼭 만나보고 싶다
몰입 속에서
시간은 바람인가
시를 써도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불러도
척추 한 줄만 남기고
바람 되어 날아가 버린다
대나무는 대나무로 살고
소나무는 소나무로 산다
꽃들은 왜 피고 지는가
나는 왜
진짜의 바람이 되고 싶은 걸까
삶과 유산
세상의 모든 것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다 간다
울지 마라
사랑도 태어나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으며
힘겹게 자라나선
죽는다
저 홀로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벌, 나비
다람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시덤불
깊은 산 속
하양 노랑 파랑
풀꽃 송이송이
보는 이 하나 없어도
저마다 단정히 꽃피어
웃고 있네요
막막한 슬픔
구름에 가로막힌 하늘
가서 만날 수도
뛰어넘을 수도 없는
먼 곳
얼음 겨울 녹아 위대한
봄 되어도
경계선은 풀리지 않네
홀연 단풍 속으로
떠나가버린 사람아
아지랑이 아른아른 삼수갑산
얼마나 더 헤쳐 나아가야
그대 만날 수 있으려나
그 이름 석 자 아직 잊지 못하는
내 슬픔아!
시 1
언어로
속을 푸는 것
자연, 인간, 그리고
그 무엇인가의
오장육부를 먹어치우는 것
시 2
우주 무한
조화의 힘을 가지는 것
언어가
진리의 몸, 핏속으로 들어가
영혼의 빛을 불러내려 애쓰는 것
그래 봤자 불가능인 것
시 3
캥거루 달려 종점에 이른다
창공을 날던 비행기 산산조각 추·락·한·다
세종도
이순신도 잠들었다
시가 되어 우리 곁에 살아 숨 쉰다
삶과 죽음도 한 편의 시
시 4
떠돌며 가득한 침묵
철망에 갇힌 짐승처럼
포효하며 가시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다
시의 멍에를 풀어
바다를 출렁이게
하늘을 달려가고 싶다
웅크린 시들에게
나를 산산이 부숴
바치고 싶다
울고 웃고
숨 쉬는 무엇인가가
되게 하고 싶다
1부 조선의 날개
서랍·12
몰입 속에서·13
삶과 유산·14
저 홀로·15
막막한 슬픔·16
시 1·17
시 2·18
시 3·19
시 4·20
조선의 날개·21
20190301·22
굴러온 돌·23
흐름·24
봄날·25
범어사 등나무·26
열반 2018·27
12월 끝날·28
나무들은 겨우내 옷이 없다·29
김칫독 ― 소빈 시인에게·30
2부 민통선 나리꽃
민통선 나리꽃·34
버들개지 눈떴다·35
꽃 2018·36
북한 니우스·37
종전선언·38
함께·39
서울 바람·40
보릿고개 1·41
보릿고개 2·42
그 사람·43
우리들의 조용필·44
목화 꽃·46
대한민국 부모님·47
케이프타운 포도밭·48
내 모든 생각·49
이 가을, 랩소디 인 블루·50
주부합창단·51
슬픔 연구·52
어느 화가의 늦가을·53
3부 나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삶·56
나의 주인은 누구입니까·58
꿈과 웃음의 전도사 ― 제덕에게·59
자유·60
황새와 참새·61
허리·62
춘궁기·63
무릎·64
콩밥·65
3부자·66
2019 미투·67
뭉클 1·68
뭉클 2·69
뭉클 3·70
뭉클 4·71
뭉클 5·72
뭉클 6·73
맘모스 아파트·74
70년대 학창시절·75
4부 천국은 어디에
좋은 나라·78
갓·79
꽃밭, 아미타불·80
천국은 어디에·81
꽁 꽃·82
어둠·83
노안·84
목련은 철부지가 아니다·85
박히정의 첫돌에 부쳐·86
거미 집·88
거미줄 세상 1·89
거미줄 세상 2·90
거미줄 세상 3·91
거미줄 세상 4·92
묵비권·93
노점상·94
로마·95
오고 있다·96
시인 없는 시 ― 故김유선 시인에게·97
■ 해설 | 유성호
생명 사랑과 인간 탐구의 시적 존재론·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