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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819 / 342쪽 138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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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계약과 관습으로 지탱되는 관계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순간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이 떠올랐다. 윤리란 무엇인가? 자식은 자랄수록 부모로부터 점점 떨어져 나가기를 원하고 있는데, 세상은 그것이 두려워 도덕과 제도로서 그 허물어지는 관계를 유지시키려는 것인가? 그러한 윤리와 도덕은 사회 통합의 근원이 되기 때문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다. 모른 척함으로써 일종의 음험한 결탁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pp. 97~98) 남편만을 사랑했다는 것은 남편밖에 관계 맺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더 좋은 즐길 거리가 있다면, 돈 버는 일이나, 일에 미치도록 몰두했다면? 내 사랑도 일상적인 것에 불과했을까? [……] 사랑은 일종의 감성이고, 결혼은 그것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관습이 아니었을까? (「별들은 어떻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pp. 202~03) 수많은 대화와 만남이 있었는데도 우리는 종종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그 관계가 부부, 부모 자식, 연인으로 묶여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현길언은 이번 소설집에서 친밀한 관계 속 겹겹이 쌓인 오해와 그 오해에서 비롯된 관계의 모래성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는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6·25전쟁 중 자신의 제자와 사랑에 빠진 아버지를 아들과 그 가족들은 이해하기 어렵고(「애증」), 딸뻘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와 이혼을 결심한 아버지를 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아버지와 아들」). 부부간에도 다르지 않다. 온전히 한 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에야 ‘임 여사’는 고민에 빠진다. 우리 사이에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가 없었다면, “남편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했을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는 분명 이들 사이의 관계가 더없이 온전하고 완벽했다는 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충실하기 그지없던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깨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들며 현길언은 그간 관계를 지탱했던 제도과 관습에 주목한다. 우리의 마음은 분명 오래전부터 서로 멀어지기를 소망했으나, 그것이 두려웠던 탓에 “도덕과 제도로서 그 허물어지는 관계를 유지”시키려 했던 것이 아니냐,라고 질문한 것이다. “일종의 음험한 결탁”이라고도 표현된 현길언의 질문은 그간 작가가 견지해오던 사회 공동체 안의 허위와 거짓을 폭로하려는 주제 의식과도 맞물려 있다. 이는 곧바로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왜곡되기 쉬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실한 소통을 꿈꾸다 “방송국이 그것을 조작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고 싶으니까, 조작했다는 사실은 문제가 안 됩니다. 진실이 문제가 아니라, 그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드느냐가 문제지요. 믿고 싶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만, 믿고 싶지 않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어요.” 나는 딸의 말에 긴장했다, 조작된 거짓도 내가 좋아하면 진실이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 풍토라면, 두려웠다. (「언어 왜곡설」, p. 265) 만약 그 뇌에 잠자는 언어를 찾아내는 기구가 발명된다면 언어는 투명해지고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빈 잔에 와인을 채웠다. 자, 세명휴먼사이언스의 회복을 위하여. (「이야기의 힘」, p. 112) 결국은 인간의 언어가 문제다. 우리 밖으로 발화되는 순간, 자신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핵심인 것이다. 제도와 관습 역시 언어로 씌어지고 전해졌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현길언의 관심이 언어에 머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언어라는 것은 왜곡되기 너무나 쉬운 성질을 지녔다. “진실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드느냐”에 따라 언어의 내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광대의 언어」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법을 전하는 무연 스님과 벽으로 쌓인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는 현운 스님의 모습을 대조함으로써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대중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골라 하는 무연 스님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스스로를 ‘언어의 광대’라고 칭함으로써 작가는 언어의 한 속성을 비판한다. 하지만 작가라는 본분에 맞게 현길언은 단순히 언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언어가 가진 힘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야기의 힘」에서 아들은 식물인간 상태의 아버지를 돌보며 아버지의 “뇌에 잠자는 언어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버지가 이끌었던 ‘세명휴먼사이언스’사에서 실제로 잠든 뇌 속 언어를 끌어내는 기술을 완성시킴으로써, 현길언은 육체를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애증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의 힘
미궁(迷宮)
별들은 어떻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언어 왜곡설
광대의 언어
해설 왜곡과 위선, 언어는 진실한가? · 김주연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