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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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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86440 / 25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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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믿고 싶은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억하다 부산에 묻힌 영국 병사들에게 우리가 아직 묻지 못한 것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추웠던 1950년 겨울, 각자 사연을 가진 영국 청년들이 군복을 갖춰 입고 부산항에 들어왔다. 저자는 먼 타국에 묻힌 전사자들에게 우리가 아직 묻지 못했던 질문을 꺼낸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이 먼 나라의 전쟁터까지 왔을까? 그건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을까? 영국보다 네배나 더 추운 한국에서 젊은 군인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열악했다. 쏟아지는 폭우에 진흙을 온통 뒤집어썼고, 변변한 월동준비를 하지 못한 탓에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자르기도 했다. 샤워실은커녕 화장실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병사들은 전투에서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했다. 참전군인들은 대부분 열여덟, 열아홉살로 어린 의무징집병이었다. 아버지와 삼촌 들이 2차대전에 참전했듯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소년도 있었고,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청년도 있었다. 전투에 나가면 정규군과 똑같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기에 한국으로 향한 이들도 있었다. 병사들은 어떤 거창한 사명감만이 아니라, 저마다 사적인 이유로 한국행 배에 올라탔다. 참전군인을 이렇게 기억하는 일이 혹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까? 저자는 누군가를 ‘믿고 싶은 모습’이 아닌 그 자신의 모습 그대로 기억하는 일이 그를 더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마이클 호크리지가 다녔던 학교의 성당에는 그 학교 출신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벽이 남아 있다. 거기에 마이클에 대한 기록은 “1952년 2월 6일 한국에서 전사했다” 단 한줄뿐이었다. 저자는 그 단 한줄의 기록에서 시작해 마이클의 생애를 다시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이 마이클과 그를 비롯한 참전군인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쟁이 한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을 배우자고 제안한다. 외로웠던 그들이 겪어온 삶의 여러 지층 마이클, 제임스 그리고 아버지… 사라진 이름을 부르다 영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2014년에야 런던 템즈강변에 한국전참전기념비가 제막되었으며, 그 이전까지는 런던에 제대로 된 한국전쟁 기념물 하나 없었다. 군인들은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싸늘한 대우를 받았다. 군사를 파병한 영국정부는 마땅한 기념식을 거행하지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참전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저자는 ‘잊힌 전쟁’이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전쟁이라는 뜻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게조차 이 전쟁이 점점 잊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한다. 잊힌 전쟁에서 사라진 이름들을 호명하며 시작된 여정은 저자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아버지가 전쟁 중 쓴 일기와 생전에 남긴 자서전을 읽으며 아버지세대의 전쟁경험을 돌아본다.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읍 출신의 아버지는 1950년 12월 신포에 미사일을 터뜨린다는 소문을 듣고 두 누이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곧 고향으로 다시 돌아올 줄 알고 어머니와 막냇동생을 두고 떠났으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열다섯살이었던 소년은 여든살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나의 동생 또는 그 자식을 무리 없는 범위 내에서 찾아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우리는 전쟁세대의 경험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너희는 모르는” 고생을 늘어놓는 노인들의 ‘지긋지긋한’ 외침에 질려 귀를 닫아버리지는 않았던가? 저자는 아버지의 한국전쟁 경험을 돌아보며 그 세대와 천천히 화해를 시도한다. 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지고 피난길에 올라 발이 부르틀 때까지 걸었던 일, 도움을 받을 곳이 하나도 없어 막막함에 눈물을 흘렸던 일, 가슴에 묻어둔 가족을 평생 그리워하기만 했던 일을 묵묵히 곱씹으며 다정한 위로를 보낸다. 자식세대의 마음의 문이 닫힌 만큼 외로웠을 한 노인이 겪어온 삶의 지층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조곤조곤 말을 건네는 저자의 편지를 따라 읽다보면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다시금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이 조우는 적군의 만행이 아니라 전쟁 자체의 잔혹함에,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에, 우리가 지레 만들어놓은 마음의 장벽에 주목하도록 한다. 역사를 책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듣고 느끼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의 골을 메우고 새로운 이해의 지평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아버지세대와 우리 세대의 화해는 가능한가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평화를 이야기할 시간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추모일로 기린다. 영국사람들은 그날 ‘포피’(poppy)라고 부르는 붉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고 저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한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세대와 계급, 정치성향과 무관한 포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과 상처를 보듬는 현명한 방식으로, 비극을 겪은 이들을 기리는 표지를 기꺼이 가슴에 다는 일을 제안한다. 독자들에게 우리의 포피는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중요한 숙제를 남긴다. 전쟁을 경험한 아버지세대의 시각과 다가올 평화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의 경험과 기억을 존중하고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함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은 잘못을 ‘용서받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참회하는’ 긴 과정”이다. 결코 짧지 않은 그 여정의 첫걸음을 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평화를 꿈꿀 수 있는 오늘과 내일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갈등의 해결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로부터 시작해보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서로 반목하는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이야기의 다른 부분입니다. 그들은 함께 상처 입었기 때문에 결국 치유도 함께 해야만 합니다.” (225면)

저자 소개

  • 저자 : 이향규
저자 : 이향규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북한 교육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청소년위원회 무지개청소년센터(현 여성가족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북한대학원대학교,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 등에서 북한 출신 이주민, 다문화 청소년, 결혼이주 여성 관련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일했다. 2016년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한국전쟁과 분단 문제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탈북청소년과 북한 교육에 대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후아유』 『나는 조선노동당원이오!』(공저) 『북한 교육 60년』(공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아버지께

봄: 영국군 참전군인을 찾아서
여행의 시작
템즈강변의 기념비
노병의 목소리

여름: 황량한 벌판
마을 사람
마이클 기억하기
전사자의 얼굴
싸늘한 환영

가을: 아버지의 전쟁
일기
소년의 눈물
피부
브로슈어

겨울을 넘어: 기억과 참회
양귀비꽃
멀리서 찾아온 젊은이들
유엔기념공원
메타노이아

에필로그: 굿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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