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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05454 / 120쪽 129 x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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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새벽 잠버릇에 하루가 길다 용건에 맞게 미리 물건을 챙기지 못한 날 손발에 고양이 한 마리 붙어살아도 늘 치매기가 발동하여 큰 눈으로 어둠을 쓸지만 그만 소리의 발을 밟고 만다 매섭게 추운 날 미화원의 날카로운 비질 소리 같은 시간쯤 만나지만 먼저 건넨 인사말 아직 되돌아오지 않아 듣지 못해 그러려니 하고 다시 건네도 들리는 토막말 아직 없다 그냥 지나친 일상이 부끄러워 가슴이 찔렸을 거라는 속 좁은 내 생각 경인년 동짓날 가로등 밑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바람이 헤적여 낙엽처럼 날린다 ― 「마음의 꼬리」 전문 굵은 표기 부분의 감각적 비유가 돋보이지만, 독자의 흥미를 더욱 끄는 것은 현대시학의 주요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미묘한 심리묘사일 것이다. 특히 시에서 일상의 섬세한 심리를 담담한 이지력으로 토로하기란 썩 용이한 일이 아니다. 장년에 이른 소시민이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인데, 시방 시적 화자는 새벽녘 인사에 대꾸가 없는 청소부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서운한 제 ‘마음의 꼬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장점은 심리의 절제된 진술력이며, 담담한 듯 풀어나가는 그 이지력은 더 큰 미덕인 정직성의 소산이다. 모름지기 진솔함이란 가식이 없는 겸손의 표출로서, 시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호가호위하는 위선적 속물근성이 즐비한 세상에서, 절묘한 일상심리의 한 자락을 짐짓 느긋하게 도출해내는 자아성찰의 힘은 곧 인격이다. 그의 첫 시집에 실린 시 〈방정식 풀기〉 같은 데서 이미 선보인 시인의 이지적 통어력은 필시 체질적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거의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회의가 은근히 배어있어서, 현대 소시민의 사소한 일상심리가 미묘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반복적인 일상은 현대도회인에게 곧잘 무료의 절망감을 선사한다. 똥개의 하루는 마음대로다. 골목길 누비며 꼬리를 세워 호기 부리나 절절히 자유를 구걸하지 않아 굴레가 없다. ..............(중략)............ 세상의 누가 이보다 더 자유로우리. ..............(중략)............ 제 할 일 헤쳐 가는 한량 같은 일상 -「분견(糞犬)」 부분 ‘똥개’가 누리는 제 멋대로의 삶이란 자유의 구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의 특징은 바탕에 깔려있는 자조적인 분위기이다. 즉 시인은 ‘시방 한량 같은 일상’에 젖어 제 멋대로 살아가는 똥개를 빌어서, 시인 자신의 일상적 무료와 도로를 견인해낸다. 건달 같은 똥개도 그 나름의 ‘오륜’이 있듯이, 퇴직 이후 매일 빈둥거리는 듯한 시인 자신에게도 나름의 좌표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량’ 같지만 무뢰배 ‘한량’은 아니라고 역설함으로써,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견책이 묻어난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주변의 여러 가지 사물들을 통해서 현존재의 양태를 빗대어 들여다보곤 하는데, 가령 〈금붕어 요양원〉에서 시인은 어항 속 고적한 금붕어를 통해 자아가 처한 현재의 처지를 투영해내기도 한다.
시인의 말
만학천봉을 바라보며
함지 속 해를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떨치지 못하고 중얼거린 마음
꼭 붙들고
바람과 돌과 풀과 꽃이며
세상의 모든 눈과 마주하며
끝까지 걷고 싶습니다
2019년 9월
강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