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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43947 / 300쪽 11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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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기억을 지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 김선재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닌 인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되 섣불리 그들의 회복이나 치유를 암시하지 않는다. 잊었던 기억이 되돌아오는 일은 25년 만에 만난 사촌과 한낮 뙤약볕 아래 묘지에 속수무책 서 있는 것만큼(「한낮의 디지」)이나 괴롭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가난한 마음에, 여유 없는 시기에 무시하거나 건너뛰기로 한 어떤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찾아온다. 3년 만에 다시 만나 느닷없이 “도를 아느냐”고 묻는 과외 학생이 털어놓는 트라우마에 떠올리고 싶지 않던 자신의 일그러진 면을 떠올리게 되는 일(「아는 사람」). 그 기억들은 묻는다. 삶에서 이런 기억을 빼 버리고,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그 시간을 빼 버린 채 살았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인물들이 보여 주는 잊으려는 의지, 외면하려는 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결코 그 기억과 시간에서 놓여날 수 없음을 더욱 분명하게 지시한다. 도망치려 했던 스스로의 삶의 궤적, 보려 하지 않던 나이테를 직시하고 자각하는 순간. 작가는 그런 ‘잊으려는 다짐’이 파열되는 순간들을 붙든다. 우리가 사는 동안 ‘왜 사는가?’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할 때마다, 김선재의 소설이 필요할 것이다. ■기억을 품고 우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동전처럼 앞뒤를 지닌다. 살기 위해 잊은, 그러나 완전히 잊지는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줌과 동시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일’에 대한 의심도 내려놓지 않는다. 「죽지 않는 사람들」의 노인 ‘안병수’는 늙고 병들어 기력을 잃어 가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사람답게 살고 싶으냐”는 한마디를 떠올리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그가 보낸 나날들은 지옥과 다름없던 하루하루다. 「3번 국도」에서 한 달 간의 유급 휴가를 받은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여행지에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있음을 서서히 깨닫는다. 그런 남자에게 주변 사람들은 “산 사람은 살 궁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어떤 기억과 함께라면 살아도 죽은 것처럼 살게 되는 인물을 보여 주며, 작가는 비슷하지만 다른 질문을 남긴다. 잊었던 과거는 기어코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고스란히 안은 채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능력을 함께 지닌, 인간인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유효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하마』는 이러한 물음에 소설의 외형을 씌워 건네려면 어떤 식이어야 할지를 유심히 고민하여 탄생한 ‘질문의 책’이다. 본문에서 양은 몸속에 하마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젠가 보았던 딱 그만 한 하마. 집채만 한 유리 수조에 하마를 가둬 놓은 그 동물원에 간 게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 하마가 양의 눈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천천히 멀어져 간 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가고 난 뒤였다. 물속을 둥둥 떠다니던 풀색 똥을 기억해 낸 양이 미간을 찌푸린다, -「누가 뭐래도 하마」, 11쪽 엄마는 이모에게 약속한 대로 디지를 근처 고등학교에 진학시켜 주었고 가끔 용돈을 쥐여 주기도 했으나 그게 다였다. 처음에 약속한 주산 부기 학원에 등록시켜 준다든지 졸업 후 적당한 취직자리를 구해 주는 일은 함께 사는 동안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때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그래도 나와 차별 없이 대했다고 주장했다. 걔는 그 고집 때문에 평생 빌어먹을 거야. 우연찮게 튀어나온 디지의 얘기는 늘 엄마의 그 말로 마무리됐다. -「한낮의 디지」, 47쪽 그날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키스를 하다가 한 명이 상대방 가슴을 더듬는 걸 보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물론 거기까지도 참을 만했어요. 그런데 가슴을 더듬던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가더니 한 애가 다른 애한테 “다리 좀 벌려 봐.” 이러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숨을 막는 것 같았어요.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아는 사람」, 138쪽 언젠가 여자는 네 유치가 벌어지고 비뚤어진 것이 그 손가락 빠는 버릇 때문이라고 했다. 빼라고. 사과를 ?던 여자는 손가락을 문 너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네가 말을 못하는 아이라는 사실도 떠올렸다. 어느 날부터 그냥 말을 안 해. 제 어미를 닮아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도 답답하다는 듯 털어놓았던 걸 떠올린 거다. -「아무도 모른다」, 158쪽
양은 몸속에 하마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젠가 보았던 딱 그만 한 하마. 집채만 한 유리 수조에 하마를 가둬 놓은 그 동물원에 간 게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 하마가 양의 눈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천천히 멀어져 간 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가고 난 뒤였다. 물속을 둥둥 떠다니던 풀색 똥을 기억해 낸 양이 미간을 찌푸린다,
-「누가 뭐래도 하마」, 11쪽
엄마는 이모에게 약속한 대로 디지를 근처 고등학교에 진학시켜 주었고 가끔 용돈을 쥐여 주기도 했으나 그게 다였다. 처음에 약속한 주산 부기 학원에 등록시켜 준다든지 졸업 후 적당한 취직자리를 구해 주는 일은 함께 사는 동안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때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그래도 나와 차별 없이 대했다고 주장했다. 걔는 그 고집 때문에 평생 빌어먹을 거야. 우연찮게 튀어나온 디지의 얘기는 늘 엄마의 그 말로 마무리됐다.
-「한낮의 디지」, 47쪽
그날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키스를 하다가 한 명이 상대방 가슴을 더듬는 걸 보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물론 거기까지도 참을 만했어요. 그런데 가슴을 더듬던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가더니 한 애가 다른 애한테 “다리 좀 벌려 봐.” 이러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숨을 막는 것 같았어요.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아는 사람」, 138쪽
언젠가 여자는 네 유치가 벌어지고 비뚤어진 것이 그 손가락 빠는 버릇 때문이라고 했다. 빼라고. 사과를 갂던 여자는 손가락을 문 너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네가 말을 못하는 아이라는 사실도 떠올렸다. 어느 날부터 그냥 말을 안 해. 제 어미를 닮아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도 답답하다는 듯 털어놓았던 걸 떠올린 거다.
-「아무도 모른다」, 158쪽
누가 뭐래도 하마 7
한낮의 디지 43
일일시고일 79
아는 사람 115
아무도 모른다 153
죽지 않는 사람들 169
남은 사람 207
3번 국도 241
작가의 말 279
작품 해설 281
사람의 조건_노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