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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125893 / 28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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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숨은 진주를 발견하다
조지 기싱은 46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첫 작품 《새벽의 노동자Workers in the Dawn》를 1880년에 발표한 후 23년간 23편의 소설을 발표했으니 상당한 다작을 한 셈이다. 그는 도시 빈민의 삶, 노동의 문제,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 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혹자는 도스토옙스키와 비견하기도 하지만, 종교를 다루는 강도에 있어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더욱이 그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달통한 탁월한 고전학자였고, 무엇보다도 책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희귀한 고전을 손에 넣기 위해 끼니를 거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1890년대 영국에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역시 의미가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일종의 보편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깊은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지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더 이상 기계이고 싶지 않아. 나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라는 인간과, 제도를 할 때 항상 웅웅거리며 귀를 먹게 하는 지긋지긋하게 단조로운 빌어먹을 이 기계 사이에 아주 작은 차이라도 있을까? 이제는 이 일을 끝내고 싶어. _p.29
하지만 아니었다. 그 얼굴은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깊은 관심을 일으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의 감성에 호소하는 힘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랬다.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웠다. 다른 남자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었겠지만, 그에게 이 얼굴은 다른 어떤 얼굴이 말해주지 않는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얼굴은 그에게 깊은 호감이라는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_p.40
“사람다운 삶이란 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인생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도 없는 그런 삶이 아니라, 말하자면, 즐거운 인생을 말하는 거지요. 오늘 같은 저녁도 그 일부라고 할 수 있죠. 더들리를 떠난 후에 이만큼 즐거운 시간은 없었어요. 다 당신 덕분입니다. 제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감사한 마음으로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_p.97
“더들리를 탈출하려고 했을 무렵 내 몸과 마음도 완전히 병들어 있었습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거였지요. 나의 과거 생활의 무게를 털어버리고 휴식, 만족, 즐거움의 의미를 배우는 것 말입니다. 나는 당신에게도 동일한 처방을 내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구제하는 사람이고, 그 치료를 담당하고 있죠.” _p.123
그녀의 눈빛에서 그는 변화를 느꼈다. 그들이 천천히 걷게 됐을 때 그녀는 여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왔고, 간혹 그녀의 팔이 그의 팔을 스치기도 했다. 그 접촉이 그를 기분 좋은 황홀감에 빠지게 했다. 우아하고 나른하게까지 보이는 그녀의 행동과 몸매를 비스듬히 쳐다봤다. 오늘 밤 그녀는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고, 생명이 없다고 느꼈던 그의 욕망은 열정으로 뒤바뀌어 그를 흥분시켰다. _p.168
“당신이 느끼는 고마움 따위는 싹 잊어버리라고! 까짓것 당신의 입술로 갚으면 되지! 당신의 입술이 나에게 닿았을 때 지금까지 누추하게 살아온 나의 인생이 보상되는 기쁨을 누렸다는 걸 당신은 알 수 없었어? 내가 당신을 어떻게 얻었는데…… 당신은 영원히 내 것이야. 그걸로 족해!” _p.197
힐리아드의 열정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이 행위는 도발적이었고, 어떤 때는 그의 감각적인 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어 거의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브가 그를 제어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자신을 덜 몰입시킨다는 사실이 더욱 더 확실해졌다. 이브의 입술 모양과 움직임은 떨리기는 하지만 흥분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느낌이 든 한 순간 그는, “당신이 여기 오지 않는 게 좋을 뻔했어. 나는 당신을 너무 미치도록 사랑하나 봐”라고 외쳤다. _p.209
그리고 자유인이 된 모리스 힐리아드는 인생 환희의 노래를 자기 자신에게 불러주고 있었다. _p.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