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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

정다연 저 | 믹스커피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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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430179 / 300쪽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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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서른은 실수처럼 왔다.” 흔들리는 서른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에세이 어릴 땐 사랑도, 일도, 관계도 모든 것이 안정된 완벽한 상태에서 서른을 맞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무방비한 상태에서 실수로 물을 쏟은 것처럼 갑자기 삼십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서른이 되어 이십대를 되돌아보니 사랑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일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으며, 관계는 계속 삐걱댔다. 처음엔 왜 내 꼬락서니는 이 모양이냐고 누구의 멱살이든 움켜잡고 원망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십대 때 상처투성이가 되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실연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누군가, 지원하는 족족 거절당하는 이력서를 보며 울분을 삭이는 누군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관계 사이에 해자를 두고 경계심을 버리지 않는 누군가. 모두 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춘의 자화상들이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품은 눈부시고 짭짤한 아름다움이 위선적으로 느껴질 만큼 나는 내면의 소리와 세계와의 마찰 사이에서 서툴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리고 진실로 내 몸과 영혼의 주인이 되었다.” _본문 중에서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불안과 아픔을 이 책에 쏟아내기로 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지난날의 실수들을, 모든 것이 서툴렀던 이십대를 이제 그만 보내주려고 한다. 책 속으로 광주에서 보낸 시간은 기자로서의 내 삶에 단단한 주춧돌을 놓았지만, 언제부턴가 마음에 시커멓고 깊은 구멍을 만들었다. 엄지손톱만 했던 구멍은 점점 자라 양손을 움켜쥔 것만큼 커졌다. 검고 큰 구멍은 야금야금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고, 그곳에 머무는 날이 길어질수록 반대로 나의 존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곳은 오롯한 나로 살기에는 척박한 곳이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무언가와 싸워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나는 힘에 부쳤고 점점 지쳤다. 나의 마음은 계속 소모되었다. 결국 기자로서 첫발을 떼기 위해 연고도 없는 낯선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던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_17~18쪽 사랑과 책임은 별개다. 사랑에 수반되는 책임은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내가 소중했다. E의 삶에 깊게 관여해 육중한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일이 내겐 벅찼다. E와 헤어진 이후에도 내 연애의 끝은 엉망진창이었다. 충분히 사랑할 만큼 사랑하고 그래서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진 경험이 내게는 없다. 사랑과 사랑해서 느끼는 책임의 무게 사이에서 나는 늘 갈팡질팡하다 이별했다. 문득 그런 내가 싫어서 몸서리칠 때가 있다. 그깟 연애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해 다시 혼자가 되려는 내가 후지게 느껴진다. _38~39쪽 언젠가 엄마가 농담처럼 수화기 너머에서 넌지시 아빠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엄마와 아빠는 다정한 부부는 아니었다. 결혼 전에 나눈 애틋하게 기억될 추억도 없었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는 늘 엎어졌다. 소통이 잘 되는 부부도 아니었다. 그래도 함께 살았다. 헤어지는 일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 부부였다. 성인이 된 딸로서 나는 엄마의 말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_79쪽 대학에 입학해서는 여성학,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수업 등을 들었다. 페미니즘 수업을 들으면서 대학생이 되길 잘했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외모, 성별, 피부색 등을 빌미로 차별받는 것이 왜 부당한지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는 것 자체가 특권처럼 느껴졌다. 책과 강의를 통해서, 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신체적 특성이 나다움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부조리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땐 화를 자주 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성범죄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주변 어른들에게 화를 냈다. 그런 나에게 드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남자에게는 드세다고 묘사하지 않느냐고 또 화를 냈다. _172쪽 낙태 합법화 바람이 불던 계절에 나는 친구들과 섹스토이 숍을 방문했다. 눈으로 직접 본 콘돔 제품은 확실히 온라인 숍에서 보는 것보다 흥미로웠다. 섹스토이 숍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포틴 콘돔을 200원에 팔았다. 포틴 콘돔을 팔아 모은 금액은 청소년 성문화센터와 베이비박스에 전액 기부된다고 쓰여 있었다. 최근 국내 드러그스토어에서도 콘돔을 팔기 시작했다. 마카롱을 본뜬 케이스 등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포장된 콘돔이 주로 진열되었다. 숨기기 급급했던 콘돔이 버젓이 진열대 위에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콘돔 쓰는 일을 ‘힙’하다고 여기면 어떨까. _195쪽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니 인간관계가 훨씬 편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리해서 잘해주고 난 뒤에 밀려오는 혼자만의 서운함이 사라졌다. 해주지 못한 일들이 미안해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도 없었다. 균형을 찾는 일이 매번 쉽지는 않았지만 하다 보니 능숙해졌다. 나는 시나브로 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성숙한 어른이 된 건지 차가운 사람이 된 건지는 여전히 헷갈리지만. _215~216쪽 생활이 빠듯할 정도로 임금이 적었지만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가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더더욱 내가 그 연봉만한 가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언론이 어려운 건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고 전 세계가 다 마찬가지다. 기자는 과로에 시달리고 업무 강도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가 기자를 하려는 것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적은 액수조차 높다는 타박을 들은 그 순간, 나는 나의 가치가 연봉으로 매겨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_241쪽 서른은 실수처럼 왔다. 아직 삼십대가 될 준비는 되지 않았는데, 어른답지 못한 구석이 여전히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실수로 물을 쏟은 것처럼 갑자기 삼십대가 되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흐릿한 유년기가 끝날 쯤 십대가 되었고, 학교와 집을 쳇바퀴처럼 오가다 이십대가 되었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상처 입다 삼십대가 되었다. 서른이 되었다는 걸 제대로 실감도 하지 못하면서 엎지른 물을 초연하게 닦고 있는 내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_297쪽

저자 소개

  • 저자 : 정다연
저자 : 정다연
기자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색이 다른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이십대 때 우울증을 겪었고, 실직을 경험했으며, 실연을 겪었다. 처음에는 누구의 멱살이든 움켜잡고 원망하고 싶었다. 삶의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내 꼬락서니는 이 모양이냐고. 문득 삼십대가 되어 돌아보니,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십대 때 상처투성이가 되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펜을 들었다. 힘이 되어주기 위해 글을 썼다.

책 속에서

광주에서 보낸 시간은 기자로서의 내 삶에 단단한 주춧돌을 놓았지만, 언제부턴가 마음에 시커멓고 깊은 구멍을 만들었다. 엄지손톱만 했던 구멍은 점점 자라 양손을 움켜쥔 것만큼 커졌다. 검고 큰 구멍은 야금야금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고, 그곳에 머무는 날이 길어질수록 반대로 나의 존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곳은 오롯한 나로 살기에는 척박한 곳이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무언가와 싸워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나는 힘에 부쳤고 점점 지쳤다. 나의 마음은 계속 소모되었다. 결국 기자로서 첫발을 떼기 위해 연고도 없는 낯선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던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_17~18쪽

사랑과 책임은 별개다. 사랑에 수반되는 책임은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내가 소중했다. E의 삶에 깊게 관여해 육중한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일이 내겐 벅찼다. E와 헤어진 이후에도 내 연애의 끝은 엉망진창이었다. 충분히 사랑할 만큼 사랑하고 그래서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진 경험이 내게는 없다. 사랑과 사랑해서 느끼는 책임의 무게 사이에서 나는 늘 갈팡질팡하다 이별했다. 문득 그런 내가 싫어서 몸서리칠 때가 있다. 그깟 연애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해 다시 혼자가 되려는 내가 후지게 느껴진다. _38~39쪽

언젠가 엄마가 농담처럼 수화기 너머에서 넌지시 아빠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엄마와 아빠는 다정한 부부는 아니었다. 결혼 전에 나눈 애틋하게 기억될 추억도 없었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는 늘 엎어졌다. 소통이 잘 되는 부부도 아니었다. 그래도 함께 살았다. 헤어지는 일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 부부였다. 성인이 된 딸로서 나는 엄마의 말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_79쪽

대학에 입학해서는 여성학,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수업 등을 들었다. 페미니즘 수업을 들으면서 대학생이 되길 잘했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외모, 성별, 피부색 등을 빌미로 차별받는 것이 왜 부당한지 공부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는 것 자체가 특권처럼 느껴졌다. 책과 강의를 통해서, 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신체적 특성이 나다움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부조리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땐 화를 자주 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성범죄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주변 어른들에게 화를 냈다. 그런 나에게 드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남자에게는 드세다고 묘사하지 않느냐고 또 화를 냈다. _172쪽

낙태 합법화 바람이 불던 계절에 나는 친구들과 섹스토이 숍을 방문했다. 눈으로 직접 본 콘돔 제품은 확실히 온라인 숍에서 보는 것보다 흥미로웠다. 섹스토이 숍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포틴 콘돔을 200원에 팔았다. 포틴 콘돔을 팔아 모은 금액은 청소년 성문화센터와 베이비박스에 전액 기부된다고 쓰여 있었다. 최근 국내 드러그스토어에서도 콘돔을 팔기 시작했다. 마카롱을 본뜬 케이스 등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포장된 콘돔이 주로 진열되었다. 숨기기 급급했던 콘돔이 버젓이 진열대 위에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콘돔 쓰는 일을 ‘힙’하다고 여기면 어떨까. _195쪽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니 인간관계가 훨씬 편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리해서 잘해주고 난 뒤에 밀려오는 혼자만의 서운함이 사라졌다. 해주지 못한 일들이 미안해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도 없었다. 균형을 찾는 일이 매번 쉽지는 않았지만 하다 보니 능숙해졌다. 나는 시나브로 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성숙한 어른이 된 건지 차가운 사람이 된 건지는 여전히 헷갈리지만. _215~216쪽

생활이 빠듯할 정도로 임금이 적었지만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가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더더욱 내가 그 연봉만한 가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언론이 어려운 건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고 전 세계가 다 마찬가지다. 기자는 과로에 시달리고 업무 강도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다. 그래도 누군가가 기자를 하려는 것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적은 액수조차 높다는 타박을 들은 그 순간, 나는 나의 가치가 연봉으로 매겨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_241쪽

서른은 실수처럼 왔다. 아직 삼십대가 될 준비는 되지 않았는데, 어른답지 못한 구석이 여전히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실수로 물을 쏟은 것처럼 갑자기 삼십대가 되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흐릿한 유년기가 끝날 쯤 십대가 되었고, 학교와 집을 쳇바퀴처럼 오가다 이십대가 되었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상처 입다 삼십대가 되었다. 서른이 되었다는 걸 제대로 실감도 하지 못하면서 엎지른 물을 초연하게 닦고 있는 내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_297쪽

목차

서문

01 애프터레인
블랙홀
작가의 죽음
깊은 밤, 꿈, 무의식
애프터레인
어떤 냄새
헤프게 살고 싶다
키스의 재발견

02 실수로 쏟은 건 너라고 생각했는데
비 오지 않는 토요일이어야 했다
오해는 이별하는 날 풀렸다
퇴사 이유를 묻는 사람들
부모의 부부관계에 대처하는 자세
사랑 없는 섹스는
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

03 여전히 비와 같을까
어른이어야 한다는 두려움
부드러운 말, 사랑, 온기, 호감 그 사이
프리랜서는 비를 피할 곳이 없다
알몸의 나 오롯하게
단 하나의 이야기
비는 언젠가 그치게 돼 있어
테라스하우스
그 여자

04 울프에게 묻다
엄마의 가난이 내게 남긴 것
백년을 관통한 울프의 목소리
코르셋을 벗는 일
비 오는 날의 자존감
시집을 샀다
섬
콘돔은 힙하다
‘기자’라는 무력감

05 관계, 오롯이
개인적 사람 관계
페북시트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법
하루아침에 서울을 덮은 첫눈은 비였다
면접
처음 본 당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
어른의 고백
스물여덟,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

06 어쩌다 서른
고배 그리고 편집국장의 전화
퇴사부터 입사까지
지금이 아니면
혼자서 견뎌내야 하는 시간
깊은 어둠을 찢고 떨어지는 빗방울
엎지른 물처럼 어쩌다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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