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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05416 / 152쪽 / 213g / 129 x 211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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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새롭다고 말하지만 새로울 것 전혀 없는,
‘시인은 시로 평가받아야 한다.’ 라는 것이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시(詩) 운동이다.
10편의 신작을 통해 얼마나 시적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평가해보는 자리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서 이런 노력은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노력들을 통해
시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한다.
제4집부터 이기영 시인이 함께한다.
하로동선에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시문학연구회 하로동선夏爐冬扇 일동
김시탁
경북 봉화 출생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 『아름다운 상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술 취한 바람을 보았다』 『어제에게 미안하다』
창원시 문화상 수상
경남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
창원문인협회 회장역임
경남시인협회부회장
경남문인협회부회장
창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곰탕
출근길에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끼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오마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
이튿날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다
요 질 큰 기 애비 저 봉다리는 누야 요것은 막내
차 조심혀 잠 오믄 질까 대놓고 눈 좀 붙치고
묵처럼 굳은 곰탕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오는데
세 시간 내내 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차 앞 유리창이 부옇다
서 있는 것들
마음을 굽히고 돌아온 날은
서 있는 것들이 먹고 싶다
서 있는 성기 서 있는 소주 서 있는 선인장
서 있는 냉장고 서 있는 당신
서 있는 것들을 먹고 잠들면 꿈도 바짝
발기된다
고개 숙인 새벽이 올 때까지
탱탱하다
실업
공사장 철근공 박 씨
인력사무소에서 돌아와
콩나물 국밥집에서 국밥 먹는다
깍두기 국물을 국밥에 넣고
소주잔 털어 넣는다
녹물 같다
밖에는 철근 같은 빗줄기
땅바닥에 내리꽂히고
콩나물을 씹는데 대가리가
못대가리 같다
스펄 스펄 욕으로 끓는
뚝배기 속 국밥은 참
더럽게 뜨겁다
뜨거워서 고맙다
외등
공간을 휘어서 길을 당겨서
너에게 닿고자 불을 밝힌다
눈먼 사랑 헛발 디딜까 봐
타박타박 오라고 가슴에 단 등
달빛으로 채웠다
먼 데서 오는 사랑아
길목 미리 마중 보낸 마음은
일렁거리는 것도 흔들리는 것도
얼굴 붉게 달아오른 것도 모두
내 고백의 몸짓이다
물 위에 떴거나 나무에 달렸거나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깜박거리거나
심장의 박동은 그리움의 말씀이다
공간을 휘어서 길을 당겨서라도
너에게 닿고 싶은 몸 밤새 환하다
이빨과 충치
밀접한 관계가 있기까지 참 더러운 것들과 난잡하게
놀았다
시간을 잘근잘근 씹으면서도 혀가 욕을 만들면 꾸역꾸역
밖으로 밀어냈다
질긴 것들을 녹인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로
얻은 훈장 하나 가슴에 달고
이빨이 이빨을 위로하는 이빨 사이로 나오는 말이 너무
아프게 슬프다
반납
가려운 등을 긁는 손의 영역이 자꾸 줄어든다
등줄기 저 안쪽으로 미치지 못한다
내 몸도 손이 닿지 못하는 모서리
먼지 앉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아내의 손을 빌려보지만 아내의 손은
닿아도 힘이 없다
가려움 하나 해소하지 못한다
내 몸에 내 손이 닿지 않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할 때
낡은 고무 호스같이 혈관이 막혀
팔다리가 저려올 때 관절마다 소리를 내며
뼛속까지 황소바람이 기어들 때
비로소 반납해야 할 삶을 생각한다
보송보송한 솜털 같은 시간을 잘 살고
너덜너덜해진 누더기 같은 세월로 갚겠구나
이자도 없이 독촉도 없이 참 잘 썼다
아끼다가도 더러는 헤프게
모자라다가도 가끔은 넘치게
참 잘 살았다 잘 살아서 고맙다
가려운 아내의 등을 긁어주고 나와
담장 모서리에 등을 대고 벅벅 문질렀다
견고한 담장에 맡긴 헐거운 생은 참
시원한데 서산에 걸린 노을이 너무 붉다
피나게 긁은 등줄기 같다
농부
심어놓은 땅콩 모종을 까치가 파먹었다
고민 끝에 다시 심고 그물을 쳤다
떼로 날아온 까치가 그물만 쳐다보다가 날아갔다
그물 안에서 땅콩이 자랐다
그물 안에서 잡초도 자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땅콩보다 잡초가 무성했다
다시 그물을 걷고 잡초를 제거했다
까치가 떼로 날아왔다
고라니도 잎을 뜯었다
농부는 밭둑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시커멓고
철창에 갇힌 개가 컹컹 짖었다
김시탁
곰탕·12
서 있는 것들·13
실업·14
외등·15
이빨과 충치·16
반납·17
농부·19
그녀의 고양이·20
정년남자·21
치매2·22
김일태
길을 간다는 것은·24
낙타풀·25
천사를 보았다·26
손을 내밀며·27
눈이 트인다는 것 ― 문해대학·28
뻥 ― 문해대학·29
낙선·30
월아천에서·31
한혈마에게·33
달달한 봄날·34
민창홍
고비考備·36
어머니의 날씨·38
골목, 기울어진 등燈·40
이름에 대한 생각·41
패러글라이딩·44
웰 다잉Well dying·46
밥 먹은 것 같지 않다·48
관음觀淫의 봄·49
까치와 아버지·50
순정영화·52
성선경
적막 상점 11·54
적막 상점 12·55
적막 상점 13·57
적막 상점 14·59
적막 상점 15·60
적막 상점 16·62
적막 상점 17·63
적막 상점 18·64
적막 상점 19·65
적막 상점 20·67
이기영
상식의 시대·70
수면안대·71
잠복·73
논픽션·75
모른 척의 모스 부호·76
아홉 시·78
회색 컬러·79
설원雪願·81
분꽃·82
판화 834 ― 파인텍 고공농성이 끝난 날·84
이달균
고흐 ― 자화상·86
외조부 연계선생 장례일·87
연화열도蓮花列島 지나며·88
망연자실茫然自失·89
생태학 교과서·90
감은사지의 봄·91
난중일기 15 ― 군평선이·92
난중일기 16 ― 객수客愁·93
난중일기 18 ― 초혼제·94
어느 날 홀연히 개마고원에 들어·95
이서린
그러나, 꽃·98
저녁이 나를 그만두게 하였지요·100
젖은 발목으로 날아가는 새·102
오동꽃 저고리에 관한 어떤 기록·104
뭉클한 나무·106
곤포 사일리지·108
불 그림자·110
내 사랑의 방정식·111
외출·112
피습 ― H의 그해 여름·113
이월춘
적멸寂滅·116
다산초당에서·117
다 그렇지는 않다·118
꼴값·119
로맨스그레이·120
분홍이 죽어야 초록이 온다·121
사람이 집이다·122
똥개·123
섬에서 섬을 만나다·125
잠자리의 집·126
■ 해설 | 이달균
2019, 영상시대를 건너는 ‘하로동선’의 시인들·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