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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베를린 달력 공감과 낯설음, 그 사이를 잇다

박소은 저 | 정한책방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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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685371 / 267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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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염무웅(국립한국문학관 관장), 김형수(신동엽문학관 관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적극 추천 문학평론가이자 국립한국문학관 염무웅 관장은 이 책을 읽으며 베를린의 열두 달 풍경이 우리에게 남다른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은 독일과 달리 우리가 여전히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또한 신동엽문학관 김형수 관장은 회한 가득한 역사의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평하였다. 대안연구공동체 김종락 대표는 베를린 특유의 자유롭고도 신선한 공기가 부러워진다고 말한다. 어느 시점으로 바라보더라도 분명 베를린은 한번쯤은 가보고 싶고 궁금해지는 곳임에 틀림없다. 현재 우리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듯이 그리 멀지 않던 시기에 독일은 동서로 갈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짙은 동질감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접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사계절로 단락을 분류하면서 왜 1월부터가 아닌, 12월부터 시작하였을까? 계절로 본다면 일반적으로 12월을 겨울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저자는 2012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반년간 시도했던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왔기에 이야기의 시작이 12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에세이는 때로는 나른하게, 가끔은 서늘하게, 어쩌다 포근하게 문장의 흐름을 촘촘히 엮어낸다. 하펠강, 레퀴엠과 소나타, 베딩, 플뢰첸제, 브란덴부르크 문, 캐테 콜비츠, 템펠호퍼 펠트, 이사 도우미, 오라니엔슈트라세, 잉게보르크 괴텔 등과 같은 키워드들은 이 책을 읽어나가는 핵심 언어들이자 베를린을 향해 뻗어서 살아 움직이는 나뭇가지들이라 할 만하다. 이 언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졌고, 만들어지며, 만들어질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소은
저자 : 박소은
1948년 태어나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뮌헨대학을 거쳐 마부르크대학으로 옮겨 사회학을 공부했다.
1974년 조국의 유신 독재에 반대하여 일어난 단체인 <민주사회 건설 협의회>에 가담했다. 1976년 재독 한국 여성들의 인권과 정치 의식화를 위한 여성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재독 한국 여성 모임> 창립에 기여하였다. 2005년 6?15 유럽 지역 위원장에 선출되어 그해 <6?15 남북 해외 민족 공동위> 금강산 결선대회에 참석하였다. 2012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반년간 서울 생활을 실험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베를린으로 이사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다.
어머니의 자서전을 탈고하여 유작집 《이 여자, 이숙의》(2007)를 출간했으며, 슈테판 헤름린(Stephen Hermlin)의 《저녁 노을(Abendlicht)》(1995)을 번역했다.

책 속에서

베를린은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처럼 세련된 영롱함 보다, 마치 장난감이 귀하던 시절에 신기하기만 하던 만 화경 속의 모습과 닮았다. 대도시의 현기증 나는 속도전과는 반대로 오래된 벽시계의 늘어진 추 같은 느릿함과 골동품 냄새가 풋풋하게 나는 그런 시골스러움과 우아 함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도시 곳곳은 물론 중심가를 달려도 계속 보이는 것은 건물보다 공원과 녹지대가 더 아서 이게 무슨 대도시인가, 과연 독일의 수도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_ p29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은 필하모니에서 열리는 바두라 스코다(Paul Badura-Skoda)의 피아노 독주회에 갈 예정이었다. 어둠이 내리는 필하모니를 향하는 길도 마찬가지로 빙판이었다. 그래도 사고 없이 제시간에 공연장에 들어섰고 곧 바두라 스코다의 쇼팽 연주가 시작되었다. 헝클어진 나의 마음처럼 그의 연주는 갈팡질팡 어수선 했다. 귓속으로는 쇼팽이 아니라 베르디의 진혼가가 들리는 듯했고 무대 위에서는 아바도의 병색 짙은 얼굴과 지휘하던 깡마른 손의 춤사위가 커다란 그림자가 되어 바두라 스코다의 정돈되지 못한 쇼팽의 톤을 휘젓고 있는 듯했다. _ p77

원래는 1800년 말에 베를린 일반 형무소로 지었지만,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전 국에서 검거하여 집결시킨 감옥이자 동시에 중앙 형집행장이었다. 1939년에서 1945년 사이 이곳에서 처형된 숫자가 자그마치 3,000명이다. 학살당한 이들은 유대인뿐이 아니다. 나치 정권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 평화주의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하찮은 정부 비판으로 밀고를 당하면 끌려가서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그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들은 끝 간 데 없다. 희생자의 반 정도가 외국인, 강제로 끌려온 노동자들이다. _ p111

도시 심장을 접수한 관광객들의 전형적인 행동거지가 도무지 눈에 거슬린다면, 베를린 변두리를 가보는 게 더 확실한 피서가 될 것이다. 근교 도시 유적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포츠담(Potsdam)이다. 허나, 포츠담의 상수시성(Schloss Sanssouci)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으니 제쳐두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에 나만의 호수와 작은 성 혹은 유서 깊은 고택을 찾아 나서 본다. 바다에서 떨어진 내륙에 위치하여 산도 없고 밋밋한 평지인 베를린 주변에 호수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베를린 주변에는 자그마치 50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과 3개의 강이 흐르니 물의 도시라 할 만하다. _p169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동네 사람과 주로 베를리너의 특별한 쉼터로 애호를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어찌 된 일인지 관광객들의 행렬이 심상치 않게 보인다. 초창기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생활 속 행위예술 같은 장르로 출발한 프린체씬넨가르텐이었지만 관광객이 줄지어 서는 걸 보면 이미 세계 각국의 눈과 입 요깃감이 되어 일약 글로벌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원을 설치할 무렵에 몇몇 젊은이들이 재활용 비닐봉지며 페트병을 활용하여 허브를 심고, 상추며 온갖 채소들을 심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_p211

목차

추천사 1
추천사 2
추천사 3
책을 내면서
시작하는 글 나는 베를리너

1장 겨울

12월 한강에서 하펠강으로
성탄과 새해의 사잇길
1월 <1월 데모>로 한 해를 시작하다
2월 베르디의 레퀴엠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2장 봄

3월 베딩으로
4월 플뢰첸제
5월 브란덴부르크 문의 노랑나비
캐테 콜비츠

3장 여름

6월 아파트보다 자유를 선택한 템펠호퍼 펠트 구 공항터
7월 베를린의 여름, 피서지의 순례
8월 여름의 한가운데서

4장 가을

9월 이사 도우미 물개
텃밭을 가꾸다
10월 오라니엔슈트라세의 연꽃이라?
잉게보르크 괴텔
11월 노벰버베터
다시 11월

마치는 글 베를린,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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