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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흩어져 있는 것들을 다시 모으는 것, 돌이키는 것, 되돌리는 것
최은미의 산문집. 25년 넘게 대기업 기획 파트에서 일했던 저자가 틈틈이 썼던 글들을 묶었다. 리컬렉션(recollection)은 ‘기억’, ‘회상’이란 뜻과 함께 ‘다시 수집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산문집은 생각, 기억, 단상,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생각과 기억, 단상들을 다시 모으는 작업은 저자가 살아가며 마음을 깊게 쏟았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단단한 사유에 감싸인 생생한 감성의 힘은 이 산문집의 백미라 할 만하다.
출판사 리뷰
■ 작가의 말
즐겨 듣던 시민강좌 중에 헝겊과 꽃, 흙을 만지는 수업이 있었다. 천을 이렇게 저렇게 잘라서 세상에 없는 나만의 옷을 만들고, 바구니에 담긴 색색의 꽃들을 마음 가는 대로 뽑아서 꽃다발과 리스를 만들고, 흙을 조물조물 만져서 그릇도 만들고 접시도 만드는 수업이었다. 취지도 재미있고 재료들도 마음에 들어서 두근거리며 개강을 기다렸는데, 첫 수업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나는 3차원 공간을 점유하며 눈앞에 덩어리째 놓여 있는 날것의 재료들을 다루는 법을 알지 못했다. 못 만지는 식자재가 잔뜩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것만 같아 한동안 한숨만 내쉬었다. 그 덩어리들을 자르고 붙이고 만지는 동안 잠깐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 손길이 한 번씩 더해질 때마다 3차원 물체들은 처음의 의도를 점점 잃어갔고, 조악하게 재조립된 최종 결과물은 급기야 나를 절망하게 했다.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았고 무언가 부자연스러웠으며 왠지 어색했던 내 ‘작품’들을 마주 대하니 마치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내게는 생각, 꿈, 상상, 기억, 계획 같은 것들이 꼭 그렇다. 그냥 무형의 것으로 머릿속에만 두면 꽤 그럴듯해 보인다. 심지어 그대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머릿속 것들이 진동이나 문자의 형태로 만들어져서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에 울려 퍼지고 존재하게 되면 상황이 다르다. 어떤 생각은 위험해서, 어떤 꿈은 맹랑해서, 어떤 상상은 허황돼서, 어떤 기억은 왜곡되고, 어떤 계획은 준비가 안 돼서 처음에 의도된 물질을 입는 데 실패한다.
책을 내기로 하고 뇌 주름 구석구석에 고여 있던 것들을 정교하게 발라내는 작업을 하기 전에는 그 무형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펼쳤을 때, 쓰일 곳이 마땅치 않은 것들이 태반이었고, 나는 절망했다. 많은 분들의 노력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며, 여러 관계자분들께 민폐를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멈추지 않고 철면피처럼 뻔뻔스럽게 밀고 나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조언을 들을 때마다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절호의 기회다.
실패한 자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정했던 것이 뒤늦게 기억났다. 잘하면 제대로 실패할 수 있다.
지나온 삶 중 언제 민폐를 끼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문득 새삼스럽다.
이런 이유로, 나의 허황된 생각과 왜곡된 기억과 민폐의 역사를 다시 모으게 되었다.
흩어져 있는 것들을 다시 모으는 것, 돌이키는 것, 되돌리는 것, 되짚는 것은 앞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나가던 힘을 구부려서 처음 출발한 곳을 향하는 것으로,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 순환하는 자가발전기를 하나 마련하는 것과 같다.
내게만 의미 있는 이 작업이 3차원 공간에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은 쓸모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에게 조건 없는 자비를 베푸는 모든 은인들과 연인들 덕분이다.
책머리에 _4
1부 생각을 다시 모으다
right와 wrong, 그리고 right와 left _15
그리스도교의 원죄에 대한 불교적 해석 _20
신이 자살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_24
다이나믹 유니버스 _27
덜떨어진 선지자의 말로 _30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VS 없다 _32
사주냐 신점이냐 _40
거리에 대한 뒷담화 _43
역지사지 _46
관계, 그 부질없음에 대하여 _49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라 _52
종교를 가지면서 든 생각 _54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_57
스스로 그러한 대로 _60
백척간두진일보 _62
그러나 구원 따위는 오지 않는다 _65
시련이라는 이름의 통과의례 _68
정기신과 가위바위보 놀이 _79
근원에 대한 질문 _85
선악 이분법아, 가라 _89
까르띠에 반지의 원가 _100
자연의 법칙에 승복하라 _104
2부 기억을 다시 모으다
생각의 노예가 되지 말자 _113
그들의 언어로 말하라 _116
22층 높이에서 떨어지기 _118
역사 속의 장미의 숲 _121
쓰레기 줄이기 _124
뼛속까지 정직해진다는 것 _127
잔향이 오래 남는 책들 _130
흙으로 돌아가는 길 _133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_136
독립의 주간 _138
R-OH 해프닝 _140
옛 이웃 여자 이야기 _144
만년빙 _148
옛 사람의 부친상 _151
마취의 추억 _153
조상님께 경배하라 _156
나는 원래 도덕적이었다 _160
나는 물이다 _164
세상에서 인정하는 미친 짓 _167
고역. 못 쓰는 글 쓰는 것, 못 쓴 글 읽는 것 _170
기억, 다시 내 것으로 되는 것 _175
성탄절의 기억 _178
꿈 이야기 _181
결정장애인의 기도 _183
머리카락 기부 _186
그럼에도 불구하고 _188
3부 단상을 다시 모으다
엄마 손은 약손 _193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_196
전략적 의사 결정 _198
사라지는 골목길, 그리워질 뒤안길 _200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소이다 _202
다 먹은 밥그릇은 뚜껑을 닫아놓지 말아라 _204
서 말 구슬이 보배가 되려면 _206
집과 길 _208
날라리 신자 _210
꽃, 풀, 꽃집 여자 이야기 _214
꿈으로 끝난 다시 대학생 되는 꿈 _217
타로 이야기 _221
서해안 풍어제 참관기 _224
먼저 간 친구의 선물 _226
믿음의 편력 _229
기가지니 이야기 _234
어둠은 빛을 이길 생각이 없다 _236
쓰레기 호더 _239
사랑, 모든 것 중 가장 용감한 행동 _241
꿈, 기억,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_244
진정한 언행일치 _247
헤매는 발길 _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