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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25567174 / 332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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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팔다리를 잃기 전에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산덕 어딘가에 묻었다는 내 팔다리처럼 나의 꿈도, 나의 미래도 검고 어두운 땅속에 묻힌 것이다. 곧이어 의사가 내 뺨을 때리며 집요하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97쪽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나쁜 일이다. 나치만 나쁜 것이 아니라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모든 사람들 이 나쁜 것처럼.”
그들은 북한에서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경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들은 나를 용기 있다고 추켜세웠지만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들은 나를 비난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비난했다. 그들이 말하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나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그러면서 외면하고 침묵해온 사람이었다. 동훈도 내게 같은 말을 했었다.
“알면서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항변했다.
“김정일이 죄인이지 내가 왜 죄인이야? 나는 북한 정권의 피해자일 뿐이야.”
나는 이제야 동훈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침묵은 곧 가담이었다.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272~273쪽
“통일이 되고 나서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봐. 내 아버지가 고문으로 죽었을 때, 내 어머니가 굶어 죽었을 때, 어린 동생들이 산속에서 독초를 먹고 죽어갈 때,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래서 행동해야 해. 훗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274쪽
한국에서도 북한 인권은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되곤 한다. 보수 정당은 북한 문제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취하려 하고, 진보 정당은 남북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이 문제를 말하기 꺼려한다.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도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나마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감을 가질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무기를 실험할 때, 남북 사이에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다. 그때야 비로소 한국인들은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북한이 저기에 있음을 인식한다. -292쪽
남한에 정착하는 데 성공한 탈북자들도 자신들이 북한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한 사회에서 목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자청한다. 이들은 저소득층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낯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또 한 탈북자라는 신분을 밝혔을 때 자신이 받을지 모르는 차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당해야 하는 불이익도 큰 부담이다. 또 이들은 북한의 절망적인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나 하나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바로 몇 년 전 의 나처럼 말이다. -292~293쪽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탈북자의 인권 유린에 대해 시치미를 떼는 동안,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는 동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를 잊고 싶어 하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자들이 침묵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아무도 듣지 못할 절규를 내지르며 가혹한 죽음을 맞는다. -293쪽
목발은 내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끝내 자유를 찾았음을 상징하는 물건,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마지막 유품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목발이 내 삶의 상징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상징이 되길 바랐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해방을 이뤄내는 희망의 상징이.
진실은 언제나 강력하다. 나는 오로지 진실만이 저 얼어붙은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다. -315쪽
어떤 사람들은 나우에 묻는다. 우리도 먹고살기 바쁜데 왜 우리가 북한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서운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과 다리가 잘 린 소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도 그 소년을 뛰어 넘어 자신의 석탄 자루를 챙기러 가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그토록 나약한 존재다.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내게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설득할 논리가 없다. 다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거기에 사람이 있으니까.”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저 한반도 북쪽에도, 저 춥고 척박한 땅에도 사람이 있다. 나 같고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 그게 전부다. -317쪽
중요한 것은 ‘사나운 파도를 넘은’ 이후의 일들이었다. 두 다리로 세 걸음만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두 다리로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 북한의 차가운 감옥에 누워 단 하루라도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13년째 자유로운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라오스의 정글을 헤맬 때 나는 살아서 이곳을 나간다면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나는 북한 인권 활동가로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내 삶을 걸고 있다. -319쪽
들어가는 글
1장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다
나의 고향, 한반도의 유배지
죽어도 죽지 않는 신, 김일성
고난의 행군인가, 미공급 사태인가
도둑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절
지상의 지옥, 정치범 수용소
달리는 석탄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
2장 팔다리를 잃은 소년
운명의 밤, 1996년 3월 7일
마취 없이 수술대에 오르다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자식을 버리면 그게 부모입니까
처절하게 살아남으라
3장 세천역의 꽃제비들
나의 새로운 전쟁터, 세천역
꽃제비, 반란을 일으키다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첫 탈북
북한의 청년 사업가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4장 1만 킬로미터의 여정
독약을 품고 집을 나서다
두만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광활한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다
치앙마이의 감옥에서 발견한 글귀
다시 한 번 두 발로 세상을 걷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딛고
5장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살아 있는 양심, 나의 친구 로버트 박
Freedom for North Korea
정권의 피해자에서 인권의 옹호자로
서울 하늘 아래 ‘작은 북한’을 만들다
미국으로 간 꽃제비들
나의 목발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에필로그 내가 닿은 포구는 어디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