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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마리의 양들이 구름으로 몰려온다면

박춘희 저 | 파란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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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422 / 121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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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으며 2018년 현재 한경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오정희 소설 연구: 여성의 성장과 반성장 양상을 중심으로」, 「이승우의 소설 『한낮의 시선』에 나타난 분석가 담론 구조와 강박증의 극복」, 「고백의 서사와 이야기하기의 욕망 :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와 『전기수(傳奇叟) 이야기』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머리말


오래도록 안녕하지 못했던 말들은 사막으로 갔다

푸른 가시가 돋혔다

코치닐 벌레는 죽어서 붉은 스카프가 되고 있다

비가 내릴 것이다


책 속에서


사이

한 마리 염소가 울 때, 뒤따라 우는 염소들과 울까 말까 망설이는 염소들 사이 나뭇잎의 수다. 그 소리를 듣는 나와 울음을 털어 내는 달팽이 두 관 사이,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잎과 잎 사이의 맥락으로 이어진 울음들은 내 붉은 혓바닥, 가시가 돋친 지느러미 엉겅퀴, 나는 그 결과이다. 내 앞에서 울음의 효과처럼 찍히는 발자국 또렷이 돋아나는 저녁이다.
백양나무 잎이 먹물로 번지는 어둠을 제 이마에 찍어 바르고 천천히 사라진다.
이곳저곳 패인 둠벙으로 검은 짐승 절뚝이며 건너갈 때, 어둠의 경계에서 완벽하게 사라지는 염소와 나무들. 그 사이 나는 펄럭이는 울음 몇 장으로 서 있다. ***


감정의 바깥 1

개의 주검을 수습하고
그 손으로

우걱우걱, 사과를 물어뜯을 때
그것은 낯선 공포를 삼키는
식욕의 감정

야음을 틈타 매장을 하고
산을 내려갈 동안
줄기차게 따라오던 개 비린내

죽은 개의 냄새는 개의 나머지

빗줄기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삽날이 들어가지 않던 어둠

헛손질에 엉겨 휘청거리는 손도
삽자루의 당황도

모두 감정의 저항선

숨이 멎을 것 같은 칠흑의 밤도
젖고 젖어
굴참나무 잎눈 못 뜨는

개흙의 밤. ***


저녁의 이사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생의 바깥

마른 다리를 핥던 고양이 울음
시장기로 풀이 죽는데
날은 저물고

이삿짐을 싸다 말고
꽃을 캔다.

파산을 하고 소식 끊은 딸이 하마나 올까
삽짝이 기울도록 기다리시던 어머니 곁에
토종 국화꽃

흙을 거머쥔 잔발을 떼어 놓는데
반쯤 뭉개진 햇빛들
손 하나 더 얹어 간다.

붉어지다 붉어지다 입술이 터진 꽃
마침내 검붉은 잇몸으로 물크러질 때까지
우리는 비바람을 맞으며 그 저녁을 건너왔다.

옴팡한 꽃자리를 들출 때마다 축축하게 돌아눕던 가족들
시큰거리는 무릎을 세워 빈 젖을 물리고
여기까지 왔다.

열렬한 맘도 없이 꽃 몸살 앓던 그 밤
꼬약 한입 베어 물고 나 함께 물크러졌던가?

시큼한 저녁의 바깥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이 ― 13
감정의 바깥 1 ― 14
감정의 바깥 2 ― 16
바람의 미각 ― 18
무덤의 바깥 ― 19
조류독감 ― 20
유전적 죽음 ― 21
눈먼 자의 봄 ― 22
해바라기 습작 ― 24
식욕 장애 ― 26
숲의 비망록 ― 28

제2부
배후 ― 33
천양운집(千羊雲集) ― 36
여우가 출몰하는 골목 ― 38
보성 녹차 병을 비트는 순간 ― 40
꽃의 이데아 ― 42
너를 울어도 좋은 밤 ― 44
바람의 혀 ― 45
사막의 눈물 ― 46
있고 없고 ― 48
쇠뜨기 ― 49
우물 이후 ― 50
붉음의 형식 1 ― 51
사냥의 기술 ― 52

제3부
봄의 연서 ― 57
목숨들에 쓰다 ― 58
숲의 이데아 ― 59
잣나무 숲의 밤 ― 60
오후의 산책길 ― 62
칠월의 편지 ― 64
목련의 시간 ― 66
이별 대신 연뿌리를 심었네 ― 67
붉음의 형식 2 ― 68
붉은 형광등 아래 ― 69
감기 ― 70
포도나무밭 ― 72
맨드라미 ― 74

제4부
저녁의 이사 ― 79
줄기차다 ― 82
붉은 눈꽃이 피다 ― 84
실업의 계절 ― 86
장마전선 ― 87
검은 비의 계절 ― 88
어미 ― 89
분봉(分蜂) ― 90
명태 보살 ― 92
잡풀 ― 94
봄의 행로 ― 95
경칩 무렵 ― 96
해바라기 ― 98
할머니의 바다 ― 100
장곡사 ― 102

해설
김영범 오감도(五感道), 감각의 윤리 ―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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