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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명·우주

조현수 저 | 세창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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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4118195 / 352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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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이 책은 마조히즘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별로 철학적인 주제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이 마조히즘이라는 현상에 대해 그의 철학적 탐구활동의 전 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관심을 쏟으면서 몇 편의 글을 남겼는데, 이 글들 속에서 우리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매우 놀라운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존재 일반의 근본적인 원리나 우주 전체의 보편적인 본성을 사유하는 것을 임무로 삼아야 할 것 같은 철학 본연의 활동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같은 ‘잡스러운’ 주제에, 현대철학의 ‘진정한 주인’으로까지 높이 평가받고 있는 들뢰즈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천착했어야 했는지, 또 그의 글을 읽는 우리는 왜 이토록 이상한 주제에 대한 그의 논의에 깊게 매료되는지,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마조히즘에 대한 이와 같은 관심의 이유가 어느 개인의 병적인 성적 판타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이 현상의 기저에 실은 생명과 우주 전체에 관한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마조히즘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이 비밀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어떤 사유를 거쳐 그러한 비밀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가 보여 주는 새로움은 그것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제시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증상론이나 병인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표면적인 새로움 아래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어떤 근본적인 새로움이 숨어 있다. 그것은 ‘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혀 새로운 생각이다.

우리는 들뢰즈의 마조히즘에 대한 이해란 오직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과학과 철학, 종교는 다른 문제에서는 매우 심한 차이와 대립을 보이지만, 성에 대해서는 매우 드문 일치를 보인다. 그런데 들뢰즈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동의하는 바로 이 보편적 이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 다시 말해, 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세상을 이해하는 표준적 방식의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 오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요구가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떠맡고자 한 과제이다.

성은 생명의 자기표현이다. 그러므로 성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것은 곧 생명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실로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새로운 이해란,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현대과학의 정설인 신다윈주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이해할 것을 요구해 오는 것임을 보여 주려 한다. 일개 비정상적인 개인의 사사로운 성적 일탈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마조히즘이라는 현상 속에 실은 우리의 존재의 모태인 생명이 과연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물음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란 단지 생명에 대한 이해만을 새롭게 바꿔놓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이란 자연이 지닌 한 모습, 즉 자연이 자신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한 모습이므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란, 이 생명을 통해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고 있는 자연 일반(우주 전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바꿔놓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즉 생명이란 생명 없는 물질세계 역시 자신 속에 포함하는 자연의 한 일부이므로, 이 일부(생명)에 대한 이해의 변화는 저 전체(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의 변화 역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상의 역사는 생명에 대한 이해와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 사이에 이와 같은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생명에 대한 이해가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적도 있으며, 거꾸로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는 가운데 그것에 의해 생명에 대한 이해의 일반적인 방향이 미리 규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새로운 이해는,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써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신 속에 포함하는 ‘존재 전체’로서의 자연 일반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속에 함축된 이 모든 귀결이 결국 동양의 오랜 신비주의적 사상인 탄트리즘(밀교)의 주장과 일치하는 세계이해를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우리 자신 속에 숨어 있는 가장 내밀한 본성인 성 속에 실은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광대한 존재인 우주 전체의 가장 근본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탄트리즘의 기이한 주장, 틀림없이 놀랍고 신비롭기는 하나 세계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 미스터리한 주장이 과연 마조히즘이라는 정신병리적 현상 속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실증적인 차원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조현수
저자 : 조현수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베르그송의 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박사논문명?: 지속과 형이상학). 서울대와 연세대, 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다가 지금은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 - 베르그손의 대답」,?「들뢰즈의?‘존재의 일의성’의 두 구성요건인?‘존재의 공통성’과?‘존재\u003d차이’는 어떻게 니체의 영원회귀에 의해 동시에 긍정될 수 있는가?」?등?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철학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자크 모노의 책 『우연과 필연』을 우리말로 새롭게 옮기기도 하였다.?현재, 철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해 가고 있는 것과 함께,?켄 윌버와 같은 명상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자아초월transpersonal 심리학’에서 그간 철학에게 기대해 왔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진행 중이다.

책 속에서

그렇다면, 한번 과감히, 상식과 과학과 절대다수의 사상들의 이름으로 자명하다고 생각되어 왔던 것이 그어 놓은 경계선을 넘어 보자. 그렇게 되면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 그 새로운 세계가 실은 ‘세계의 참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어떤 방법이란 정녕 찾을 수 없을 것인가? _21쪽

마조히즘이라는 아주 작고 사사로운 현상, 그것도 지극히 비정상적인 개인이 겪는 한낱 사소한 주관적인 병리적 사태에 불과할 것 같은 이 현상 속에, 실은 저 거대한 우주 전체의 참된 본성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물음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마조히즘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게 된 이유이다. _75쪽

그런데 정말로 흥미로운 것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은 이제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진 바흐오펜의 이론이 자허마조흐의 ‘세 가지 여인의 이미지’라는 환상과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_101쪽

마조히스트가 환상을 추구하는 것은 그가 현실이 어떤지를 모르거나 환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마조히스트는 현실을, 즉 인간은 누구나 아버지와 엄마 양편의 결합에 의해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가 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다. 그는 “이 현실의 세계가 완벽하다는 것을 믿기 거부하며, 차라리 날개를 달고서 이 세계로부터 벗어나 꿈의 세계 속으로 달아나려 한다”. _121쪽

저 초월적인 것은 우리의 경험 속에 주어지는 것들을 근거 짓는 ‘근거’이면서도 또한 자신이 근거 짓는 것들에 의해 은폐되고 있는 ‘근거 이상의 것’이며, 나아가 그것이 이러한 은폐를 뚫고 자신의 초월성을 드러낼 때, 자신이 근거 짓고 있는 이 경험적인 것들의 타당성과 이것들이 우리에게 평소에 행사하고 있는 그 효력과 지배력을 일거에 붕괴시킬 수 있는 ‘근거 와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_160쪽

마조히스트가 엄마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을 품는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근친상간의 실현을 통해 엄마에게만 의존하는 단성생식의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는 것, 이 새로운 인간은 여자와 구분되는 남자가 아니라 그러한 자연적 구분을 넘어서는 제3의 새로운 인간이라는 것, 이러한 것들이 PSM이 마조히즘의 발생원인으로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의 기저에 실은 자기 자신을 초감각적인 상태의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시키려 하는 ‘성적 욕망의 근원적인 자기변형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_190쪽

선험적이며 초개인적인 원형, 무의식의 내용은 개체를 과거의 망령에 붙들어 매어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현재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_218쪽

생명의 자기 전개 과정이 지나쳐 온 과거의 모든 과정은 우리 인간의 현재 존재 속에 모두 그대로 보존되어 들어와 있게 된다. 즉 생명의 자기 분화를 통해 갈라져 나온 여러 갈래의 길들 중의 어느 하나의 길이 길게 전개되어 나간 위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우리 인간의 존재 속에, 생명이 이러한 분화 이전부터 겪어 온 모든 과정이, 즉 우리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이루어져 온 생명의 모든 자기 전개 과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고스란히 보존되어 들어와 있게 되는 것이다. _262쪽

우리 인간에게는 그냥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가 상실해 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_292쪽

성을 회피하려 하는 것, 본능을 회피하려 하는 것, 그것은 생 자체를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 자체인 한, 우리 자신이 생의 한 표현인 한, 이러한 회피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생을 부정하려 하는 것이며, 생 너머에 있는 초월적인 것을 위해 생이 가진 가능성 일체를 부정하려 하는 것이다. _323~324쪽

나의 존재는 그때에 비로소, ‘시바’나 ‘삭티’ 중의 어느 하나로 나를 일차적으로 규정하고 있던 성적 양극성을 넘어 이러한 성적 양극성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시바-삭티’의 완전성에 이른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나는 그때, 남자와 여자 사이의 자연적인 구분을 넘어선, 남자이면서 동시에 여자인 제3의 존재로 거듭나게 되고, 그러므로 더 이상 이성을 감각적으로 탐할 필요가 없게 되는 양성구유적인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_347쪽

목차

서장 욕망의 자기변형 ―마조히즘을 통한 성의 참모습의 재발견과 새로운 생명의 철학, 그리고 탄트리즘 007

제1장 마조히즘이란 무엇인가? ―마조히즘의 증상론 079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라는 환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1. 자허마조흐와 마조히즘: 자허마조흐의 소설들이 갖는 중요성 081
2. 자허마조흐의 세 여인 090
3. 자허마조흐의 환상과 바흐오펜의 시대 구분론의 일치 ―이 일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096
4.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와 두 번째 엄마의 수수께끼 103
5. 두 번째 유형의 여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계약: 마조히즘적 관계를 성립시키는 본질적인 요건 106
6. 마조히즘의 ‘상징적 질서’: 엄마의 ‘상징적 기능’ 109
7. 마조히즘: 환상을 좇는 이상주의 119
8. 죄의식이라는 마조히스트 특유의 증상의 이유 123
9. 마조히즘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 126
10. 마조히즘의 자연주의 129
11. 마조히즘의 증상론에서 병인론으로 134

제2장 마조히즘은 왜 발생하는가? ―마조히즘의 병인론 137
1.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해 143
2.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172

제3장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1

제4장 생명과 무의식: 베르그송의 ‘생명의 약동’ 이론 237
1. 프로이트 대 베르그송 239
2. 지속과 무의식 247
3. 생동하는 무의식: 본능의 신비 264
4. 변성 의식상태의 의미 293
5. 베르그송의 생명철학을 통해서 본 마조히즘의 의미 303

제5장 탄트리즘: 성과 영성의 근본적인 일치 313
1. 내재성의 존재론과 종교의 초월주의의 화해 315
2. 탄트리즘의 우주론 339

참고문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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