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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096090 / 268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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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8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복구, 제염 작업을 담당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립되어 모순투성이 작업 환경 속에서 하청으로 일한다
이 책은 도쿄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30년간 일한 후 정년퇴직한 저자가 하청 노동자가 되어 후쿠시마 사고 제염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적은 노동 일지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그 여파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했던 후쿠시마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된, 누구도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고 복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후쿠시마로 향한 저자는 원전 복구 현장의 가장 밑바닥 제염 하청 노동자가 되었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 착취, 주먹구구식 운영, 하청 노동자를 부속으로 취급하는 일 등 저자는 후쿠시마에서 환경 문제와 노동, 인권 문제가 뒤섞인 하청노동의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마을의 제염 작업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폐로 작업을 노동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단순히 환경오염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노동과 인권 문제가 후쿠시마 원전 복구 현장에 얽혀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후쿠시마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제염, 폐로 작업을 하면서 후쿠시마를 고향으로 여기게 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현실을 은폐하고 얼버무리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그 아래 무수한 원·하청 회사들이 저지르는 행태들과 이들의 노동자 착취, 기본권 침해, 무책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현실에서도 봄이 되면 들꽃은 말없이 피어났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 착취, 주먹구구식 운영…… 하청 노동자가 기록한 후쿠시마 하청노동 실태 보고서 최근 그린피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난 현재에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계속 진행되어 온 제염 작업이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사고 복구 작업에 수십,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은 우리를 짓누른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와 함께 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노동자와 아이들의 방사선 위험 및 인권 침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린피스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특히 후쿠시마 제염 하청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후쿠시마 어린이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고발했다. 이번에 두번째테제에서 펴내는 책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의 저자 이케다 미노루는 이 보고서에서 인터뷰이로 나와 후쿠시마 하청노동의 실태를 강력하게 고발한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었다. 어떤 사람은 우리를 노예에 비유했다.” 아직 속속들이 알려지지 않은 후쿠시마 제염 현장의 실태를 저자가 실제로 겪은 하청노동 경험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후쿠시마에서 하청으로 일한 한 노동자의 개인적인 일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닥친 엄청난 재앙에 맞서 하루하루 모순투성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장의 기록이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폭발 사고를 지켜본 저자는 후쿠시마 복구에 작은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고 후쿠시마행을 결심한다. 정년퇴직한 후라 나이 제한 등에 걸려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저자는 우선 후쿠시마 원전 인근 나미에정에서 제염 작업원으로 하청 노동자 일하기 시작했다. 오염된 흙, 풀, 돌 등을 제거하고, 내려앉은 방사능 물질을 닦아 내는 작업에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투입되었다. 하청 노동자로 일하면서 점차 현장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된 저자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서 텃세가 횡행하고,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방호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는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비용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의 처지 때문이었다. 방사능은 냄새도 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계측기로만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입은 주변 마을을 제염하는 데 투입된 노동자들은 이렇게 이중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후 사고가 난 원전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던 저자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치에프로 통칭)에서 작업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전에 일하던 마을 주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선량에 노출되며, 실제 작업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보호복을 입고 벗고 수치를 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 버리는 노동 현장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다. 더군다나 밑바닥 하청 노동자 처지에서 제대로 된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현장 지시와 작업 배정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도 없이 그저 몇 푼 일당에 자신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행한 작업으로 인한 동료 작업원의 사망 사고를 여러 차례 겪기까지 한다. 이렇게 저자는 원전 사무본관에서 서비스 건물, 집중 라도(집중 폐로물 처리 건물) 등 여러 작업 공간을 옮겨 다니며 오염된 물건들을 치우는 작업을 수행하고 1년여가 넘는 하청 노동자 생활을 그만두었다. 저자는 생생한 노동 기록과 함께 그간의 하청노동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순을 이렇게 정리한다. 첫 번째로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치에프 폐로 작업만 해도 공정표상 40년 후가 목표이지만, 그것은 수치상일 뿐 현장에서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었다.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일을 진행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청과 2차, 3차 하청으로 각각 따로 떨어져 있어, 효율적인 작업은커녕 일을 두세 번 겹쳐서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부속처럼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수직구조와 각 회사마다 보이는 텃세와 부조리한 작업 지시 등이 폐로 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저자는 정부가 직접 이 사업을 주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조건, 복리후생 등 절실한 문제에도 일본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만 있었을 뿐이다. 두 번째로 현장이 치외법권이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사회보장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하청 회사는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도 하청이라는 것을 빌미로 제대로 들어 주지 않았다. 유급휴가 역시 막상 현장에서는 제대로 쓸 수도 없는 명목상의 것이었다. 제대로 된 사회보험도 없고, 휴가도 없으며, 노동기준법이 정한 취업규칙도 소용없는 곳, 바로 후쿠시마 하청노동 현장이었다. 또한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그저 하루하루 보낼 수밖에 없는 곳, 작업 현장 이외에 어떤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없는 곳이 후쿠시마 제염 현장이다. 이러한 곳에서 노동자들은 하루살이처럼 파친코에 빠지거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 취급을 받았을 뿐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노동자들을 그저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하지 말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이러한 수직적 하청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고가 보도되었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많은 분노를 일으켰다. 자본의 이해만을 추구하는 이러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 인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데 이러한 현장 보고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 도쿄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후쿠시마의 열악한 현장을 비교하며 저자는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인간의 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인간 일반의 죄로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복구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제대로 된 복구가 이루어지기 위해 노동자들의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최종 책임을 일본 정부가 확실하게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를 통해 독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순히 환경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이 모든 문제들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매일 약 8시간 동안 작업을 하지만, 그 방호 대책은 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개인의 외부 피폭선량을 재기 위해 배부된 선량계. 일에 착수할 때 작업자증의 바코드를 판독 기계에 갖다 대어 입장 체크를 한 후, 책상 위 상자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량계를 각자 집어들어 스위치를 켜는데 가끔 그걸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반납할 때 당일 적산積算선량을 보고하는 것은 각 개인으로, 스위치 켜는 것을 잊어버렸어도 적당한 수치를 담당자에게 말하면 되었던 것이다. 기계 조작에 실수가 있어서 수치가 이상하게 나와도 담당자는 동료와 같은 숫자를 적어 넣어 준다. 제1원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이하 정도의 선량이니까 다소 오기가 있어도 영향은 없다는 것인가. (pp. 56~57)
작업을 개시하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경보음이 울렸다. 이렇게나 빨리! 여긴 큰일이군, 하고 생각했다. 특히 앞에서 말한 오염수관 근처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서 계속 경보음이 울렸다. 2시간 가까이 작업하고 철수했지만, 그날은 몇 명이나 경보음이 울렸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현장 중에 가장 고선량 지대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일한 1~4호기에서는 콘크리트로 덮인 실내보다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실외가 선량이 높았다. 하지만 이곳 집중 라도는 바깥보다 안쪽 선량이 높다. “왠지 점점 끔찍한 곳으로 배정 받는 듯한 느낌인데.” 하며 동료가 무심코 뱉은 말에 수긍이 갔다. (p. 147)
한편으로는 공간선량이 높은 구내에서 방사선을 계속 쬘 수밖에 없는 벚꽃이 불쌍해 보인다. 나무 아래로 눈을 돌리니, 민들레와 제비꽃 등 형형색색의 들꽃이 잠자코 피어 있다. 머위와 고비, 쑥도 얼굴을 내밀었다. “먹으면 맛은 있겠지만.” 하고 동료가 중얼거린다. “꽃구경이라도 가고 싶다”며 한마디 더 덧붙인다. 살벌한 무색의 이곳 이치에프에도 봄은 확실히 온다.
이곳에는 인간 이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구내에서 꿈틀거린다. 작업원 도시락의 잔반을 찾아 쥐와 바퀴벌레가 휴게소 안을 배회하고, 파리와 모기도 날아든다. 사무본관 앞에서 봉투 채우기 작업을 하고 있으니 모기가 붕 하고 하얀 보호복에 달라붙었다. 인간의 땀냄새에 끌린 건지, 전면 마스크와 보호복 위를 뚫을 수 없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날아드는 이치에프의 모기조차 안쓰러웠다.
동물이라고 하면 마른 어린 고양이도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채로 타박타박 해안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에게서는 먹이를 얻기 어려우므로 해변에 가서 생선이나 조개류 등을 먹으려고 하는 것인지 다들 불쌍하기만 하다. 덧붙이자면 이치에프 구내 주변은 엄중히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이는 2미터가 넘는 정도이지만 그물의 틈새는 4센티미터 정도이다. 개나 멧돼지 등 큰 동물은 들어올 수 없지만 새끼고양이나 두더지,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은 그물을 빠져나와 들어올 수 있다. 게다가 하늘을 나는 들새에게는 천적이 적은 구내가 낙원과도 같을 것이다. 그중에서 눈을 끄는 것이 꿩이다. 현장에 향하다 보면 도로를 천연덕스럽게 횡단하는 꿩을 보게 되는데, 특히 파랗게 빛나는 날개가 눈부신 수꿩을 자주 보았다. 먹이는 흙 속의 지렁이와 벌레겠지.
하지만 해변의 물고기도 곤충과 지렁이도 초목도 다들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 지금부터 몇 십 년, 식물 연쇄가 구내에 사는 동식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인간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생물들의 미래가 바뀌어 버린다면 그것은 죄다. (pp. 208~209)
나를 바꾼 3·11 7
1장_ 제염 작업 31
2장_ 이치에프에 들어가다 81
3장_ 1, 2호기 건물 116
4장_ 3, 4호기 건물 138
5장_ 작업원 2명이 죽다 158
6장_ 하마도리 179
7장_ 신년 197
8장_ 퇴직 216
9장_ 제염, 폐로 작업을 되돌아보며 238
저자 후기 259
역자 후기 2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