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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들

알리사 가니에바 저 | 승주연 역 | 열아홉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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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612436 / 312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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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미국과 유럽이 사랑하는 러시아의 젊은 작가 알리사 가니에바 소설. 어느 비 오는 밤, 다급하게 중앙광장으로 가 달라는 낯선 남자를 차에 태운 니콜라이. 남자는 별안간 차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니콜라이는 그를 빗길에 내버려두고 도주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고인이 주 장관인 럄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는 파문이 인다.

한편 니콜라이의 직장 상사인 세묘노바는 럄진과 내연관계를 유지해 왔던 아름다운 여자 사업가로, 수많은 남자들과 거리낌 없이 관계를 맺으며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보스를 잃은 비서 레노치카 역시 럄진을 연모했었는데, 그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금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발목을 잡았던 가난을 떠올린다.

그녀는 세묘노바가 범인일 거라 의심하고, 사건의 수사를 맡은 빅토르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학교 교장인 엘라 세라게예브나는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보다도 세묘노바에 대한 증오심에 휩싸여 급기야 공연장에서 그녀와 몸싸움을 벌이고, 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

그녀는 이 모든 불미스러운 일들의 배경에 요즘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가정부 타냐의 저주가 깃든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마약에 중독된 아들로 인해 속상해하던 타냐는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자신의 불행에 한없이 무심한 이웃들과 세상에 앙심을 품던 중, 반지를 훔치러 들어간 집에서 주인집 아주머니의 죽음을 목격하는데…….

출판사 리뷰

‘현대 러시아의 가장 흥미로운 목소리!’ -영국 가디언 지 미국과 유럽이 사랑하는 러시아의 젊은 작가 ‘알리사 가니에바’의 다채로운 작품세계, 국내 최초 번역출간!!! 하나의 일탈처럼 등장한, 오늘날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젊은 작가 알리사 가니에바의 작품세계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된다. 무려 2018년 러시아에서 발표된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올 여름 추리소설 시장에 모처럼 러시아의 매혹적이고 강렬한 서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세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녀는 대담한 방식으로 불가사의한 핏빛 풍광을 뜻밖의 유머와 발칙하고 농염한 표현으로 채색한다. 아직까지도 한국의 독자들에게 러시아 소설은 인간의 위대함과 이념을 이야기하는 지난하고 무거운 인상으로 남아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토록 소란스럽고 활기에 찬 러시아의 오늘은 한참이나 낯설다. 가니에바는 선의와 양심을 가진 사람들을 도무지 찾기 힘든 이 서사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발칙한 욕망에 주목하며, 이를 애정 어린 관심과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세상과 공존해 살아가는 오늘날 러시아의 모습에서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열매들을 한껏 내보이는 작가의 재능은, 현재 미국과 유럽의 독자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발견이다. 그녀는 용감하게 현실에 뿌리내린 채, 오늘날 러시아의 살아 숨 쉬는 서사 한 토막을 탐스럽게 내어 놓는다. 책 속에서 세묘노바는 청동 테를 두른 계란형 거울 앞에 다가가서 초콜릿 조각을 던진 일류센코를 나무라듯 보다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고,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팽팽했다. 눈썹은 길고 밍크 털처럼 윤이 났다. 눈꺼풀은 아몬드처럼 휘어져 있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시선이었다. “아니 왜 싸웠어?” 일류센코는 쩝쩝 소리를 내면서 질문했다. “애를 못 낳게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는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 못 키우게 했어.” 세묘노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긴 성경에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오긴 해. 개는 열네 번 언급되지. 사자는 열다섯 번 언급돼. 그런데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온단 말이야.” 일류센코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본문 51쪽 “오 맙소사!” 그녀는 자신의 아이폰을 흔들면서 속삭였다. “오 맙소사! 부처에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전송됐어.” “무슨 일이에요, 나탈리아 페트로브나?” 부하 직원들이 질문했지만, 그녀는 반짝이는 애플 아이패드를 누르고는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급 공무원이던 여성 두 명이 그녀의 뒤를 따라 뛰어갔고, 나머지는 사제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누군가는 벌써 탄식하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웃고 있는 톨랴 주위로 모였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게 뭐죠?” 레노치카가 관심을 보였다. “봐!” 톨랴는 신이 나서 그녀를 부르고는 사진을 보여줬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진이 그 눈앞에 있었다. 사진은 뻔뻔하리만치 자유분방하고, 인간의 모든 법과 예의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있었다. 가늘고 긴 다리가 달린 등받이 없는 바 의자에 한 타락한 여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악마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다름 아닌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모두가 알던 여자가 아니었고 타락한 창녀처럼 보였다. 그녀의 양 어깨에는 화려한 색의 보아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고, 빵같이 비대한 몸은 코르셋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며, 묵 같은 가슴은 흘러넘쳐 있었다. 망태기 같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두꺼운 다리는 서커스에서 곡예 할 때처럼 쩍 벌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구두 굽은 뒤집혀 검은 망사 팬티로 간신히 숨겨진 여성의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의 빨간 입에는 메탈로 된 채찍의 손잡이가 물려 있었다. ‘채찍으로 스무 번을 때 리면 죽지만, 살짝 스치면 간지럽지.’ 레노치카는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동료들의 머리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 들은 잔뜩 흥분해서 응접실 안을 계속 분주하게 움직였고,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구글에 나탈리아 페트로브나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연관검색어에 ‘코르셋’, ‘채찍’, ‘BDSM’, ‘모욕’ 등을 쳤다. 사제는 이미 그곳을 떠났지만, 도유 냄새는 여전히 진하게 공기 중에 퍼져 있었다. -본문 109쪽 레노치카는 어린 그녀의 목덜미를 내리치던 어머니의 돌덩이같이 억센 주먹을 기억하고 있다. 수프가 탔다는 이유로, 그녀가 낙제를 했기 때문에, 스타킹을 더럽게 신었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레노치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겨서는 미친 사람처럼 슬픔과 광기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는 레노치카의 이마를 벽에 찧어댔다. 이마는 벽에 툭툭툭 부딪히면서 마치 모스 부호의 E-E-E와 같은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들리면 옆 방에 있던, 보드카에 잔뜩 취한 아버지가 몸도 가누지 못한 채로 욕을 해댔다. 아버지의 짧은 삶에서 잠시나마 화려하게 타올랐던 그의 회사는 부도로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일도 돈도 없어진 그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고를 전전했다. 그의 셔츠는 엔진 오일과 식초에 절인 마늘 냄새에 늘 절어 있었다. 집에 올 때면 그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고는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어머니한테 달려들었고, 그러면 어머니의 볼과 눈두덩이에는 빨간 줄이 부어오르곤 했다. 그런 날이면 레노치카는 잔뜩 겁을 먹고 부모님의 싸움을 피해서 부엌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고, 라디에이터 옆에는 바퀴벌레가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잔뜩 열을 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침대에서 화해했고, 다음 날 아침에 크고 무시무시한 한쪽 손을 소파 베드에 축 늘어뜨린 채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한편 어머니는 풍성한 앞머리로 멍든 자국을 가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했고, 저녁 무렵에는 피로에 찌들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귀가했다. 장바구니 속에는 감자의 알뿌리나 흑빵이 불쌍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레노치카는 어제와는 또 다른 이유로 혼이 났다. 한 번은 바보같이 다리미로 어머니가 아끼는 원피스를 다리다가 태웠다. 그러자 합성섬유로 된 원피스는 주름이 지더니 아코디언처럼 되어버렸고 가슴 부분에는 보기 흉한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생겼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서는 다리미의 전선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때렸다. ‘울어, 울라니까, 개 같은 년!’이라고 어머니는 아무리 때려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레노치카에게 진저리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곤 지쳤다는 듯 체벌을 관두고는 슬리퍼 신은 한쪽 다리로 딸의 배를 걷어찼다. 레노치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면서 꼬리뼈를 심하게 부딪쳤고, 어머니는 옆집 여자한테 가버렸다. 닳아빠진 구두 밑창에는 구두 굽이 덜렁거렸고, 복사뼈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나가고 방수 모조 피혁으로 된 문이 쾅 하고 닫히자 그제야 레노치카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본문 107쪽

저자 소개

198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알리사 가니에바는 가족들과 함께 코카서스 지방의 다게스탄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2002년 모스크바 막심 고리키 대학의 문학 비평학과를 졸업했고, 소설가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지에서 문학평론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9년 ‘굴라 히라체프’라는 남성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살람, 달갓>이 최고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러시아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코카서스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로 가득한 이 작품은, 젊은 여성이 썼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남성적인 세계관에 정통해 있었다. 2012년에는 고향 다게스탄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책 <축제의 산>을 발표하면서 영미권 출판계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5년 발표한 <신부와 신랑>으로 러시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면서, 영국 가디언 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의 모스크바 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따. 2018년 출간된 <상처받은 영혼들>로 한국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러시아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활기차고 매혹적인 추리 서사로, 불가사의한 핏빛 풍광을 더없이 유쾌하게 그려낸다.

역자 소개

상뜨 뻬쩨르부르그 국립대학교에서 언어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국내에서 러시아어 강사 및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어 토르플 시험의 공인 감독관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민족우호대학에서 러시아어 강사를 위한 러시아어 교수법 연수를 이수하는 등 한국인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러시아어 학습법을 개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현재 뿌쉬낀하우스 어학원에서 전문 러시아어 강사로 토르플 기초단계에서 2단계까지 다양한 러시아어 프로그램과 동영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공사와 기업체에도 출강하고 있다. 한국 문학 번역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여 오정희 단편집 『불의 강』을 러시아에서 번역 출간(출판사 ‘기뻬리온’)한 바 있으며, 그 외에도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김애란 단편집 『침이 고인다』,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등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책 속에서

세묘노바는 청동 테를 두른 계란형 거울 앞에 다가가서 초콜릿 조각을 던진 일류센코를 나무라듯 보다
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고,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팽
팽했다. 눈썹은 길고 밍크 털처럼 윤이 났다. 눈꺼풀은 아몬드처럼 휘어져 있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시선
이었다.
“아니 왜 싸웠어?”
일류센코는 쩝쩝 소리를 내면서 질문했다.
“애를 못 낳게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는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 못 키우게 했어.”
세묘노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긴 성경에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오긴 해. 개는 열네 번 언급되지. 사자는 열다섯 번 언급돼. 그런데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온단 말이야.”
일류센코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본문 51쪽
“오 맙소사!”
그녀는 자신의 아이폰을 흔들면서 속삭였다.
“오 맙소사! 부처에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전송됐어.”
“무슨 일이에요, 나탈리아 페트로브나?”

부하 직원들이 질문했지만, 그녀는 반짝이는 애플 아이패드를 누르고는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급 공무원이던 여성 두 명이 그녀의 뒤를 따라 뛰어갔고, 나머지는
사제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누군가는 벌써 탄식하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웃고 있는 톨랴
주위로 모였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게 뭐죠?”
레노치카가 관심을 보였다.
“봐!”
톨랴는 신이 나서 그녀를 부르고는 사진을 보여줬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진이 그 눈앞에 있었다. 사
진은 뻔뻔하리만치 자유분방하고, 인간의 모든 법과 예의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있었다. 가늘고 긴 다
리가 달린 등받이 없는 바 의자에 한 타락한 여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악마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다름 아닌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모두가 알던 여
자가 아니었고 타락한 창녀처럼 보였다. 그녀의 양 어깨에는 화려한 색의 보아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
고, 빵같이 비대한 몸은 코르셋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며, 묵 같은 가슴은 흘러넘쳐 있었다. 망태기
같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두꺼운 다리는 서커스에서 곡예 할 때처럼 쩍 벌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구두
굽은 뒤집혀 검은 망사 팬티로 간신히 숨겨진 여성의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의
빨간 입에는 메탈로 된 채찍의 손잡이가 물려 있었다. ‘채찍으로 스무 번을 때 리면 죽지만, 살짝 스치면
간지럽지.’ 레노치카는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동료들의 머리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
들은 잔뜩 흥분해서 응접실 안을 계속 분주하게 움직였고,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구글에 나탈
리아 페트로브나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연관검색어에 ‘코르셋’, ‘채찍’, ‘BDSM’, ‘모욕’ 등을 쳤다.
사제는 이미 그곳을 떠났지만, 도유 냄새는 여전히 진하게 공기 중에 퍼져 있었다.
-본문 109쪽
레노치카는 어린 그녀의 목덜미를 내리치던 어머니의 돌덩이같이 억센 주먹을 기억하고 있다. 수프가
탔다는 이유로, 그녀가 낙제를 했기 때문에, 스타킹을 더럽게 신었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레노치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겨서는 미친 사람처럼 슬픔과 광기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는
레노치카의 이마를 벽에 찧어댔다. 이마는 벽에 툭툭툭 부딪히면서 마치 모스 부호의 E-E-E와 같은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들리면 옆 방에 있던, 보드카에 잔뜩 취한 아버지가 몸도 가누지 못한 채로 욕을 해댔다.
아버지의 짧은 삶에서 잠시나마 화려하게 타올랐던 그의 회사는 부도로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일도 돈도
없어진 그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고를 전전했다. 그의 셔츠는 엔진 오일과 식초에 절인 마늘 냄새에 늘
절어 있었다. 집에 올 때면 그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고는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어머니한테
달려들었고, 그러면 어머니의 볼과 눈두덩이에는 빨간 줄이 부어오르곤 했다.
그런 날이면 레노치카는 잔뜩 겁을 먹고 부모님의 싸움을 피해서 부엌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고,
라디에이터 옆에는 바퀴벌레가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잔뜩 열을 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침대에서 화해했고, 다음 날 아침에 크고 무시무시한 한쪽 손을 소파 베드에 축 늘어뜨린 채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한편 어머니는 풍성한 앞머리로 멍든 자국을 가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했고, 저녁 무렵에는 피로에 찌들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귀가했다. 장바구니 속에는
감자의 알뿌리나 흑빵이 불쌍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레노치카는 어제와는 또 다른 이유로 혼이 났다.
한 번은 바보같이 다리미로 어머니가 아끼는 원피스를 다리다가 태웠다. 그러자 합성섬유로 된 원피스는
주름이 지더니 아코디언처럼 되어버렸고 가슴 부분에는 보기 흉한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생겼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서는 다리미의 전선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때렸다. ‘울어, 울라니까, 개 같은 년!’이라고 어머니는
아무리 때려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레노치카에게 진저리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곤 지쳤다는 듯
체벌을 관두고는 슬리퍼 신은 한쪽 다리로 딸의 배를 걷어찼다. 레노치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면서 꼬리뼈를 심하게 부딪쳤고, 어머니는 옆집 여자한테 가버렸다. 닳아빠진 구두 밑창에는 구두굽이 덜렁거렸고, 복사뼈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나가고 방수 모조 피혁으로 된 문이 쾅 하고
닫히자 그제야 레노치카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본문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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