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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품은 남자 박산윤 소설집

박산윤 저 | 도화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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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836 / 334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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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 소설은 박산윤 작가의 첫 작품집으로 10편의 단편을 묶었다. 『여우를 품은 남자』는 다양하고도 폭넓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것 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부터 암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배경공간은 그런 소설의 현실을 튼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등단작인 「섬에서 섬으로」는 일종의 예술가 소설로 예술과 돈, 이 상반된 것의 맨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면서도 예술가의 고난을 강조함으로써 그 필연성을 보여준다. 김 화백의 말에서 느껴지는 예술에 대한 묵직한 사명감과 진지함은 다름 아닌 인간에게 주어지는 신탁으로 읽힌다. 「우아한 부족으로 살아남기」는 세태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우아하게 살아가려는 성란의 안간힘이 미라클 부동산 아줌마 부대 총무와 대립을 이루면서도, 그 경계선의 할머니 욕설이 묘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할머니의 욕은 다름 아닌 성란의 탈출 욕망이면서도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고픈 절묘한 이중 언어 플레이다. 표제작인 「여우를 품은 남자」는 배경이 매우 치밀하면서도 상징적이다. 사막, 여우, 첨성대가 삼각형 꼭지를 이루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 문명의 혜택이 느린 몽골의 순후한 삶과 배경은 전통적인 삶의 리듬으로 다가오지만, 사막의 여우와 여인의 죽음은 운명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곳곳에 얌전하고 조심스러운 감성과 거친 감성이 전혀 다른 질감인데도 묘한 어울림으로 다가온다. 「반복과 변주」는 현실과 유년, 회상의 이중구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통상적인 시간질서를 거부하는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을 토막 내 과거의 시간을 끼워 넣은 분열증적인 시간을 통해 그 시절과 인물들을 불러내 온전히 회복시키고 있다. 「무지개 인간」은 ‘저 달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캐디 은정의 삶이 라운드 위를 구르는 골프공처럼 굴곡지게 그려지고 있다. 「청회색의 봄」은 인생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봄기운이 스며드는 물, 풀리는 대지,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에서 더불어 녹고, 일렁이고 풀리는 사람들의 형상에 차분하게 스며들고 있는 작품이다. 「에어돌」은 현실을 살아가는 군상들의 형상을 다채롭고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생명만이라도 유지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박 씨의 처절한 절규는 오래도록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박 씨가 날리는 어퍼컷이 시원하면서도 서글프다. 「그래도 우리는」은 표면적으로 유기견 복남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업부도 후에 노숙자로 살던 아저씨의 삶이 교직으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둘의 우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개와 아저씨의 감정교감과 그들을 둘러싼 현실을 밀접하게 조응시켜 우리가 잊고 있는 원초의 그리움을 불러온다. 「날아오르는 새」는 이 소설집의 작품들과 사뭇 다른 풍경과 분위기이다. 민서의 절망을 양각하는 작가의 문체는 ‘커다란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과 같이 섬?하며 독특하다. 「은사시나무」는 서로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업 때문에 운명의 덫에 걸린 인물들의 신음이 가득하면서도, 현재의 고립에서 벗어나 미래에는 다른 인간으로 태어나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인물들의 염원이 교차하고 있다. 이처럼 박산윤 작가의 소설집 『여우를 품은 남자』는 현실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상당히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소들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 또한 눈부신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고통스럽고 흉한 현실을 비판하는데 역점을 둔다. 그것은 현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이 그만큼 정직하고 강렬하다는 반증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산윤
저자 : 박산윤
경북 백석에서 출생.
2018년 <한국소설> 신인상 수상.

머리말

작가의 말
혹독한 세태 속에서 이러저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신의 섭리를 크게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얼치기 관찰자가 흐릿한 탐사경을 통해 들여다본 다양한 군상들을- 자만으로 똘똘 뭉친 사악한 인간, 자기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 절망하는 인간, 분노하는 인간, 허영에 찌든 인간, 상처를 치유하는 인간, 화해하는 인간, 사랑을 품은 인간,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인간,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간, 고독을 극복해내는 인간-작품 속에 그려보았습니다. 그들의 다양한 행태를 쫓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저의 카메라렌즈가 제대로 초점을 맞추었는지…

책 속에서

“이놈들 모두 나의 분신과 같소. 그러니 이것을 낳은 사람의 정신이 썩어버리면 작품도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오. 난 한평생 예술가연하면서 살았소. 이제 나의 위선에 넌더리가 나오. 진실을 추구한다고 떠들면서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없으면 진실이 지옥으로 처박히고 있는 현실인데도 대응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세상 탓만 하면서 돼지처럼 먹이통만 뒤졌으니…. 내가 평생 이놈들(예술)을 우려먹었으니, 이젠 보낼 때가 됐어요.”(「섬에서 섬으로」)

커피숍 실내에 토올이 흘렀다. 그는 유리창을 통해 고분군 유적지를 내다봤다. 무덤 위에 반쯤 걸린 저녁 햇살이 첨성대를 감싸 안고 있었다. 11월의 차고 건조한 바람이 커피숍 앞 벚나무 이파리들을 휩쓸어갔다. 주근깨투성이인 진홍색 이파리 하나가 핑그르르 떨어졌다. 이파리를 따라가던 승진의 눈에 왕릉들이 들어왔다. 사막의 모래언덕 같았다. 그는 고비사막을 떠올렸다. 우주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 인간을 겨자씨쯤으로 만들어버리는 곳. 그는 첨성대를 막막한 눈길로 바라봤다. 첨성대가 사막의 여인 같았다. 올리나가 그리웠다.(「여우를 품은 남자」)

요새 들어와서 놈은 한 번 앉아보지 못하고 24시간 서서 버텼다. 저렇게 살아 있다고 몸부림쳐야지, 쯧쯧. 주저앉은 날은 쓰레기장으로 실려 가는 날일 것이다. 하기야 시장통에 에어돌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에어돌」)

달빛이 방안에 가득하다. 창문을 넘어 들어온 강간범 같다. 민서는 발코니로 나가 두 손으로 달빛을 움켜잡아 본다. 손에 잡힐 듯하다. 달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방이 적막하다. 낮의 세계에 속하는 모든 것은 잠들고 바람과 달빛과 파도만 깨어있다. 냉혹한 바람살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부서지고 일어나고 부서지는 파도와 달빛의 뒤엉킴. 민서는 몸을 후두둑 떤다. 추위 때문이 아니다. 물 위에 깔리는 농익은 과일 맛 나는 달의 숨소리를 타고 새가 되어 날아오를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발바닥에 힘을 준다. 통유리에 머리를 들이받고 바다로 떨어지던 새가 생각난다.(「날아오르는 새」)

목차

작가의 말

섬에서 섬으로
우아한 부족으로 살아남기
여우를 품은 남자
반복과 변주
무지개 인간
청회색 봄
에어돌
그래도 우리는
날아오르는 새
은사시나무

해설
정직한 시선이 포착해내는 삶의 이면 _ 김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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