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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9514 / 144쪽 113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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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저의 병든 영혼을 빨리 도와주십시오!” 알프레트 되블린의 문학적 정수가 담긴 열두 가지 이야기 그녀는 몸을 유폐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그것은 이제 그녀의 몸, 그녀의 소유물이었고 그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몸은 그녀가 사는 집이었다. 사람들은 그녀 집을 내버려 두어야 마땅했다. 매일 사람들은 망치로 가슴을 두드렸고 심장의 대화를 엿들었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가슴 위에 그녀 심장을 그렸다. 그 속에 숨은 빛을 끄집어냈다. 아, 사람들은 그녀를 약탈했다. 온갖 질문을 하며 그녀의 일부를 가져가 버렸다. 바늘과 탐침보다도 미세한 독극물로 그녀에게 침입했다. 그녀의 전부를 알아냈고, 그녀를 완전히 여우 굴로 되몰았다. 도둑들이 그녀에게서 모든 걸 가져갔기에 그녀는 자신이 날마다 점점 더 쇠약해지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누워 있어도 놀랍지 않았다. ('무용수와 몸' 중에서) 민들레꽃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 꽃이 이미 죽었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뭇가지로 받쳐 거나 머리와 줄기 같은 데에 반창고를 감아 주면 다친 꽃을 다시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신사는 걸음을 서두르고 자제력을 잃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부풀어 갑자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길이 굽은 곳을 따라가다 벌목된 나무줄기로 쓰러져 가슴과 턱을 부딪히고 크게 신음했다. 몸을 추슬렀을 때 그는 모자를 풀밭에 두고 깜박했다. 지팡이가 부러져 소매가 안쪽에서 찢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하, 날 막으려 하다니. 무엇도 날 막을 수 없어. 곧 민들레꽃을 찾을 테니까. 신사는 다시 길을 내려갔다. 어디더라? 그곳을 찾아야 했다. 민들레꽃을 부를 수만 있다면. 그런데 이름이 대체 뭐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민들레꽃 살해' 중에서) 『무용수와 몸』은 되블린이 1912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집 『민들레꽃 살해』를 우리말로 모두 옮긴 책이다. 원래 표제작은 「민들레꽃 살해」이나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가장 짧지만 가장 강렬한 작품인 「무용수와 몸」을 골라 제목으로 삼았다. 열두 편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객관적 사실의 묘사나 조화와 완결성 같은 시민적, 전통적 예술의 틀을 벗어나 내면의 감정과 에너지, 현대인의 (주로 부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체험을 생생하게 표현하려 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인 ‘표현주의’ 사조를 대표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민들레꽃 살해」는 표현주의 문학의 상징이라 평가된다. 어느 날 산길을 걷다 충동적으로 민들레꽃을 ‘살해’해 버린 한 상인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이 단편은 현대인의 정신 불안, 인간과 자연의 관계, 부르주아의 위선적 삶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 또 『무용수와 몸』에 수록된 단편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감각적이고 강렬한 묘사와 인상적인 색채 이미지에서는 당대 표현주의 미술과의 친연성 또한 엿볼 수 있다. 되블린 스스로는 이 책을 “환상적이고 익살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했는데, 확실히 각 단편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이다. 죽은 자의 환영이 산 자의 앞에 나타나고(「항해」), 죽음의 조력자가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평온한 죽음으로 인도하고(「조력자」), 옛날 바다 괴물이 깨어나 난동(「푸른 수염의 기사」)을 피우기도 한다. 때로는 동화나 전설이, 때로는 성경 속 모티프가 기묘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되블린은 평범한 사람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비이성적이고 모순적인 행동과 광기, 분노, 우울, 공포와 같은 심층 감정을, 정신 병원에서 근무하였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광인들이 등장한다. 「무용수와 몸」에서는 정신과 육체가 분열된 무용수를, 「아스트랄리아」에서는 기적을 기다리는 광신자를, 「변신」에서는 끝없는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는 여왕과 부군을, 「틀린 문」과 「제삼자」에서는 각각 그릇된 확신과 결코 위로받을 수 없는 의혹에 사로잡힌 인물들을 낱낱이 묘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적 주제를 비튼 「마리아의 수태」, 「수녀원의 여인과 죽음」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한 「냉담한 남자의 회고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무용수와 몸』이 발표된 1912년은 타이타닉호의 침몰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현대 자본주의와 기술 문명의 낙관적 발전론이 빛을 잃고 세계에 몰락의 기운이 드리운 때이기도 하다. 이에 되블린은 합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해 나가는 근대 문학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에서 휘청이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그리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심리적 병증을 그려 내는 데에 주력했다. 이처럼 되블린 문학의 출발점이자 그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무용수와 몸』은 되블린이 구축한 기묘하고도 잔혹한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작품이다.
항해
무용수와 몸
아스트랄리아
마리아의 수태
변신
조력자
틀린 문
민들레꽃 살해
푸른 수염의 기사
제삼자
냉담한 남자의 회고록
수녀원의 여인과 죽음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