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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상룡 저 | 좋은땅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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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4353293 / 316쪽 138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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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삶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거침없이 나아간다. 좋게 시작한 일이 예상치 못하게 나쁜 결말을 맺을 수 있고, 내키지 않았던 일들이 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필연을 꿈꾸지만 신은 우연한 사건으로 문득 다가서 온다. 신은 과연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이 소설은 실화인 금강 뗏목 참사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어느 신부의 이야기이다. 성당 안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던 그의 삶은 어떤 일을 계기로 대전환을 맞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신은 우리 삶을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어디까지 응원할까? ‘죽음’은 종교에서 늘 이야기되는 주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마치 처음 겪어보는 일처럼,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슬픔에 빠지고 만다. 늘 이야기되는 주제이면서도 언제나 새롭고 낯선 것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최 신부도 어느 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전혀 다른 삶으로 빨려들어간다. 누군가의 죽음이 낳은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최 신부는 신의 도움이 아닌, 자기의 의지로서 하나하나 걸어 나가 보고자 한다. 과연 신은 그가 가는 길을 평안의 길로 인도할 것인가. 책 속에서 모두들 죽음을 흔들어 깨워 보고 싶은 충동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남겼을 마지막 외마디 비명을 산자들의 애곡이 결코 깨우질 못 했다. 산자들의 날 선 기도와 죽어가는 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도 여지없이 빗나갔음이 드러났다. 전능은 무능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기다림은 탄식으로, 오직 죽음만 구출됐을 뿐이다. 이제 산자들이 죽은 자들을 거두고 죽은 자들을 아프게 기억할 뿐이다. 죽음으로 죽음을 이긴다는 사랑의 무능을 탓하며. 일렬로 누워 있는 홍 박사와 청년들의 시신 위로 일찍 찾아온 가을 철새 몇 마리가 슬픈 듯 낮게 선회했고 강변 억새들마저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몸을 낮추어 애도를 하는 듯했다. - 본문 중에서 밤새 눈이 내렸다. 폭설이었다. 하늘도 어이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한겨울의 강원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집과 집 사이,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미움은 너무도 아득하여서 누군가가 한쪽이 먼저 무너져야만 메워지는 게 사람의 일인 것만 같았다. 세상 틈이란 틈을 모두 메우고도 넘칠 만큼 풍성한 눈이 내렸지만, 왠지 모르게 최 신부의 무너져 내린 마음 한 구석은 채워지질 않았다. 시호를 사랑했는데, 뜨겁게 사랑했는데,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았다. 큰 죄를 지었다는 자괴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춥고 긴 겨울밤이었지만 최 신부는 생애 가장 짧은 밤을 보냈다.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이상룡
저자 : 이상룡
1985년 월간 심상 신인문학상에 「절름발이」 외 5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거듭나기』(종로서적),『어디인들 당신 앞이 아니겠습니까』(국민일보사),『성경과 한방 이야기』(국민일보사), 『나는 마음대로산다』(이레닷컴), 『의원아 네 병을 고쳐라』(이레닷컴), 『너를 보면 살고 싶어진다』(파피루스), 『내 몸을 살리는 55가지 건강 습관』(국민일보사), 『경혈학』(청홍), 『망진』(청홍) 등의 저서가 있으며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경락경혈학회장과 BK21 한의학 핵심연구사업단장을 역임했고 소충사선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속에서

모두들 죽음을 흔들어 깨워 보고 싶은 충동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남겼을 마지막 외마디 비명을 산자들의 애곡이 결코 깨우질 못 했다. 산자들의 날 선 기도와 죽어가는 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도 여지없이 빗나갔음이 드러났다. 전능은 무능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기다림은 탄식으로, 오직 죽음만 구출됐을 뿐이다. 이제 산자들이 죽은 자들을 거두고 죽은 자들을 아프게 기억할 뿐이다. 죽음으로 죽음을 이긴다는 사랑의 무능을 탓하며.
일렬로 누워 있는 홍 박사와 청년들의 시신 위로 일찍 찾아온 가을 철새 몇 마리가 슬픈 듯 낮게 선회했고 강변 억새들마저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몸을 낮추어 애도를 하는 듯했다.
- 본문 중에서

밤새 눈이 내렸다. 폭설이었다. 하늘도 어이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한겨울의 강원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집과 집 사이,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미움은 너무도 아득하여서 누군가가 한쪽이 먼저 무너져야만 메워지는 게 사람의 일인 것만 같았다. 세상 틈이란 틈을 모두 메우고도 넘칠 만큼 풍성한 눈이 내렸지만, 왠지 모르게 최 신부의 무너져 내린 마음 한 구석은 채워지질 않았다. 시호를 사랑했는데, 뜨겁게 사랑했는데,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았다. 큰 죄를 지었다는 자괴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춥고 긴 겨울밤이었지만 최 신부는 생애 가장 짧은 밤을 보냈다.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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