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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710379 / 120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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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번 시집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는 장정욱 시인의 생애 첫 시집이다. 누누이 하는 얘기지만,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시를 쓰는 이에게 있어 첫 시집만큼 설레고, 떨리고, 두려운 게 어디 있으랴. 향후 시인으로서 시의 길을 걸어가면서 무수한 이력을 켜켜이 쌓을 것이지만, 써나갈 것이지만, 그 이력의 맨 앞줄에는 항상 첫 시집이 따라다닐 것이니 또한 얼마나 뜨겁고 위험한 것이랴. 그러니 시인 자신이야 오죽하겠나 싶지만 편집자 입장에서도 그만큼 첫 시집을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시집에 실릴 한 편 한 편이 마치 뜨거운 감자와 같아서 다루는 데 있어서도 조심 또 조심하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다소 불필요한 이야기를 길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데에는 나름 까닭이 있다. 처음 원고를 받아든 날부터 시집이 나오는 날까지 햇수로는 2년, 정확히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첫 시집이라 그만큼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는 뜻이다. 이 얘기를 하고 싶어 다소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았던 것. 아무튼 그 덕분에 내용은 당연하고 색깔이며 편집 디자인도 예쁘게 잘 나왔다는 깨알 같은 자랑도 덧붙인다. 시집 해설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단국대 영문과 오민석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다. 바쁜 가운데에도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데, 아무튼 이번 장정욱 시집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해주셨다. 독자가 시집을 읽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오민석 교수에 따르면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된 은유, 소위 ‘기상(奇想 conceit)’이다. 그러니 장정욱의 이번 시집은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고 또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조언하기도 한다. “은유가 이름을 한 번 뒤집는 일이라면, 기상(奇想 conceit)은 그렇게 뒤집힌 이름을 한 번 더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은 ‘확장된 은유’, ‘강화된 은유’이다. 은유가 시라면, 기상은 시 속의 시이다. 겹굴절된 기호들은 더 불투명해지고 짙어져서 이파리를 두 번 열지 않으면 속이 보이지 않는 ‘깊은’ 꽃 같다. 장정욱의 시편들을 감싸고 있는 꽃잎들을 한 번 젖힐 때 시가 드러나고, 두 번 젖힐 때 시 속의 시가 드러난다. 그래서 장정욱의 시들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곱빼기는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두 배의 시간을 들여 읽을 때, 장정욱의 다중(多重)의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펼쳐진다.” 원고를 교정하고 교열 보고 편집하면서 전체 원고를 서너 차례에 걸쳐 읽어야 했던 나로서도 오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첫 시집이라고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그야말로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이번 시집은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혹은 ‘조각 퍼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긴 어떤 시집이라고 안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시인이 꼭꼭 꽁꽁 숨겨 놓은 그림을 하나둘 찾아냈을 때, 흩어진 조각들을 한 데 모아 시인이 그린 완전한 형상을 찾아냈을 때, 독자는 비로소 이번 시집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언하자면, 이번 시집은 결코 읽기에 만만하지 않다. 어쩌면 벽에 부딪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독자에게 당부를 드린다.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여러 번’ 읽으시라.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지 않았나. 어렵게 펼쳐 보이는 새로운 풍경, 그 황홀경(오민석 교수는 이를 두고 장정욱의 다중의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세계라 했다)이 그 동안의 고생을 전부 잊게 할 것이니. 질긴 죄목이었다 젖은 아이를 안고 무지개가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아이의 입이 지워졌다 울음을 모르는 입에서 뚝뚝 이승의 끝과 끝이 파르르 떨렸다 환청의 기저귀를 채우고 빈 젖을 물리고 젖지 않는 오줌 아물지 않는 배꼽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아이를 널었다 (/ 본문 중에서) 시집을 여는 시가 바로 「빨랫줄 저편」이다. 이 시에 숨겨진 이미지가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이 시집을 두어 번 읽은 사람일 것이다. 네 생일이 지워진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시퍼런 입술 헛것 같은 계절 성에 낀 이름 하나가 도착하였다 (/ 본문 중에서) 반면 「수국」은 시집을 닫는 시이며, 표제로 쓰인 문구가 들어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시인이 숨겨 놓은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시집의 전부를 꼼꼼히 천천히 그리고 여러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 시인의 말
노래가 피었다 지는 시간보다
나무들이 지나간 순간보다
길고 긴 잠깐
밖으로부터 들어와 안에서 커지는 소리
당신의 노크 소리
2019년 5월에
장정욱
시인의 말
1부
빨랫줄 저편
물속에 꽂아둔 책
귀가
이글루
달의 옆모습
선물
모자는 모자를 잃고
까만 입술로 말을 걸어왔네
도서관 후문
어느새
스카프는 당신에게로 날아간다
격자무늬의 잠
2부
따뜻한 책을 펼칠 때
한 장의 정오
열두 개의 밤이 지나고 있다
연꽃 암실
뒤돌아서서
얼음 수화기
노래를 풀어놓는 저녁
한 번도 어깨를 빌리지 못했다
얼굴은 다시 돌아와
부재중 거리
종이 인형
스치는 동안
셔터를 내리다
그믐
전생에서 밀려온 눈송이 중에
3부
눈 계단
한 문장이 끝났다
너무 깊어진 식탁
다섯 시를 지나는 추상
떠나간 물방울
장미의 소감
거울 속에 노래를 담가놓고
진흙의 잠
동그란 유리
빗길
슬픈 장난
먼 산책
숨은 정원
안개
……
4부
수평선의 사람들
눈의 습관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다
봄밤을 따르다
줄
툭
얼음턱
헛꽃의 계절
십 분 내로
연밭의 처용
재회의 다른 이름은
아직은 가을
뒤늦게 그 꽃의 향기를 맡았다
수국
해설_소멸과 생성에 대하여 ? 오민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