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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710386 / 108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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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아주 오래전에
그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사랑해’
였는데
오늘
다시 물었다
‘이젠 사랑하지 않아’
고맙다
함께 살면서
사랑하지 않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2019년 봄
오막에서
허림
■ 시집 해설 중에서
깊은 산속 마을 내면에는 어둠이 일찍 찾아올 것이며 이른 어둠을 빌려 시를 쓰는 한 사내가 있다. 오막 아궁이에 불을 넣고 부지깽이 끝에 붙은 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한 사내의 풍경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허림 시인의 시적 공간은 홍천-내면-오막으로 이어진다. 얼핏 협소하게 지정된 공간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그에게는 시의 유목적 상상력이 잉태되는 곳이다. 시를 풀어놓고 방목하다가 낯선 짐승이 방문하면 돌을 던져 쫓으며 저물녘 시의 머릿수를 헤아리며 오막으로 돌아와 피 묻은 시의 신생을 받아내는 곳이 내면의 오막인 것이다.
(중략)
이 시집에서 유독 자주 반복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라짐, 지워짐, 흐려짐, 녹아내림 같은 소멸의 의미소들이다. 그의 시들은 주로 형태와 윤곽을 잃은 ‘어떤 것’을 향해 있다.
물빛에 바랜 에필로그와
물빛에 녹아든 마지막 구절을 찾고 있다
제목과 지은이 모두 지워진 책은
바닥의 평온을 읽기 시작했는지
오랫동안 물속에 고립되었다
의미가 다 빠져나간 줄거리
흐르고 흐르면
다음의 봄이 오고 말 텐데
― 「물속에 꽂아둔 책」 부분
화자의 시선은 “의미가 다 빠져나간” 바래고 “녹아든 마지막 구절”, 무기질(無機質)화된 상태의 몸, 즉 죽음을 향해 있다. 유기체는 한편으로는 자기 몸의 ‘보존’을 지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체와 분리를 통한 ‘자기 파괴’를 지향한다. 프로이트는 전자를 ‘사랑 본능’, 즉 에로스로, 후자를 ‘파괴 본능’, 즉 ‘죽음 본능’으로 읽어냈다. 장정욱의 시들이 파괴와 죽음을 욕망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의 안테나가 죽음의 상태, 완전한 해체의 상태를 향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그는 늘 죽음과 소멸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타나토스(Thanatos)는 그의 사유의 출발이자 과정이다.
(중략)
장정욱 시들의 주체는 이렇게 소멸된 것에 대한 사랑을 향해 있지만, 그리고 그 사랑이 소멸에 동화되는 지경까지 뻗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른 출구를 찾느라 분투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얼굴을 가리지 않고 울었다
손바닥이 사라질까 봐
목소리가 어두워질까 봐
― 「동그란 유리」 부분
셔터의 눈길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푸른 잎맥을 따라 여자들이
또 그 뒤의 여자들이
찰칵찰칵 다른 표정으로 태어나요
마지막 꽃이 질 때 그곳을 출구라 했다
모두 빠져나간 사진관, 바랜 아이들이
다시 양수 안으로 들어가 깊어졌다
― 「연꽃 암실」 부분
첫 번째 시 「동그란 유리」는 소멸에 대한 주체의 공포를 보여준다. 두 번째 시 「연꽃 암실」은 (그런 공포에도 불구하고) “사진관”, “바랜 아이들”로 표현되는 소멸의 대상과 그것을 응시하는 주체의 눈, 즉 셔터의 문이 닫히는 (죽음의) 순간을 동시에 “출구”라 부르고 있다. 그리하여 셔터가 “찰칵찰칵”하는 순간마다 죽음은 다시 매번 “다른 표정으로 태어”난다. 그러니 (주체와 객체가 함께 사라지는) “모두가 빠져나간” 지점을 (생명의) “양수”라 부르는 이 주체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분투 속에 있는가. 거기에 붙여진 “연꽃 암실”이라는 제목은 죽음/생명 사이의 이 고통스러운 분투에 ‘숭고미’를 부여한다. “연꽃 암실”이라니. 거기에서 어떤 생명이 다시 피어날까. 앞에서 말한 바, 장정욱의 ‘확장된 은유’의 힘이 이것이다.
― 우대식 시인의 해설 「내면 – 시의 유목적 상상력이 잉태되는 곳」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오막 저녁
지당 아래 오막으로 가는 길
오막 마가리
맨두추렴
오막살이 집 한 채
내면에 든다
월둔 마가리에서
봄의 낌새
첩첩
서낭당
가덕
외등이 있는 오막 어귀
오막 저녁
2부. 즐거운 오역
봄눈
독백
살둔
즐거운 오역
오막에서 하룻밤
봄이 올 무렵
겨울밤
지당고개
안부
숭늉
송금지추
만두
백야
3부. 엄마 냄새
만월
고독을 꺼내다
슬픔을 들키다
나무에 귀 기울이다
엄마 냄새
눈썹
아련
무어라는 것
풍경이 지워졌다
김을 매다가 호미 자루가 빠졌다
바닷가에서 보낸 세 번째 봄날
부화
신발
산안개
달의 기억
4부. 반가사유
강원
묵호 게구석
북어
그 시절 어느 날
난티나무 국시
눈물의 무게
슬픔이 다 사라지면 또 슬퍼진다
줄
가을밤은 너무 폭력적이네
잃어버린 것은 그냥 잊어버린다
말귀
둥근 울음의 무늬
유배지를 찾다
반가사유
시는 엄마다
해설_우대식
내면 ? 시의 유목적 상상력이 잉태되는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