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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941230 / 328쪽 142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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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그건 괜찮아. 하지만 아빠와 같이 기차를 타면 더 좋겠어.” 일반적인 서사 기법을 뛰어넘는 대담한 은유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 _‘옮긴이의 말’에서 발췌 이 소설은 일상적 언어제시 볼 스스로 ‘상업화’된 언어라 부르는?와 기존의 문학 장르의 한계를 절감한 작가가 그 한계를 넘어서려 대담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무릅쓴 기록이다. 판타지와 추리소설의 장르를 빌려오고, 팬터마임과 광대놀음의 은유를 쓰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의 풍경을 소환한다. 단호한 직설, 명쾌한 설명, 깔끔한 시적 정의, 쉽게 설명되는 현상, 단순한 플롯은 결코 진실을 담을 수 없다는 듯, 인간과 풍경과 설정이 모두 짙은 안개 속을 헤매듯 불투명하다. 언제나 부분적으로 가려진 막막한 풍경,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방향감각이 비틀어진 플롯, 간유리 너머로 보듯 일그러지고 애매모호한 인간 군상들. 이 파편적이고 왜곡된 표현 그 자체가 침침하고 막막한 미로를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우리 삶의 경험에 호소한다. 우리도 만나는 사람들을, 살아가는 순간들을 과연 명료하게, 전적으로,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므로. 감정의 진실은 안개가 서서히 셔츠를 적시듯 배어난다. 이를테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광대학교 셰이프 학교의 교사들이 공감 능력을 가르치는 장면처럼. 물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땅바닥에서 팬터마임을 통해서, 오히려 조난당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현실의 감정적 본질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럴 때 가르는 모든 것들을 찬란하게 뛰어넘는 표현은 모두 시가 된다. ??센서스??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을 지닌 형에 대한 사랑의 핵심, 감정적 본질은 막중한 보호자의 책임감, 궁극적으로 ‘혼자 남겨두고 영원히 떠나는’ 경험의 뼈저린 상상이다. 서서히 죽음으로 다가가면서 함께한 순간들, 함께 만난 사람들을 반추하는 서사다. 이야기의 핵심을 작가의 형 아브람의 현신인 ‘아들’과의 동행에 두면서, 동행하는 여정을 통해 타인과 세계에 손을 내미는 과정이,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인구조사로 표현된다. 말하자면 인구조사는 어찌 보면 인간과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피상적이고 산문적인 방식이다. 인간에 대한 정보를 사실의 총합으로 등치하는 편리한 행정적 관점의 소산이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하며 사실을 받아 적는 짧은 사이에도, 사람이란 숫자와 사실로 포착하고 담을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존재임이 통렬하게 드러난다. 누군가는 거부하고 누군가는 증오하며 누군가는 동정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준다. 찰나에 스치듯 일별하는 그 삶의 조각조각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인구조사가 갈비뼈에 표식을 남기듯이 스쳐간 모든 사람들이 삶에 자취를 남긴다. 구식의 우화부터 시작해서 판타지와 미스터리, 메타픽션과 조각소설을 아우르는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잊힌 존재를 위한 찬가이고, ‘아들’과 아들의 삶을 무겁게 짊어진 모든 ‘아버지’에게 뻗는 공감과 위로의 손길이고 여전히 문학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작품 센서스는 구체적이고 범상치 않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물들은 동시에 두 개의 공간을 여행합니다. 첫 번째는 실제 세계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위 제가 언어의 사고팔기라고 부르는 현상이 텍스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언어의 상품화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책의 풍경은 가려져 있고 막연합니다. 대기업 자본에 통제되는 장소가 아닙니다. 따라서 플롯의 인물들은 알파벳으로 구성된 두 번째 세계를 횡단합니다. 아마 언어 자체를 횡단하는지도 모릅니다. A에서 Z까지 일련의 마을들이 이어집니다.
저의 형 아브람은 다운증후군이 있었습니다. 말하는 법은 배웠지만 언어는 형에게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삶을 헤쳐가는 형의 여정은 언어의 여정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형은 더욱 힘겹게 분투해야 했습니다.
형에 대해 기억하는 한 가지는 제가 집을 떠날 때마다 어김없이 싫어하던 모습입니다. 형은 매번 의심했습니다. 내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요. 그때마다 형은 내가 무슨 기나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형의 그런 행동을 기억하려 노력했고, 배우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을 보잘것없게 대접하며 모욕합니다. 우리 삶의 사건들이 깊은 여운으로 남고 심오한 중요성을 지니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어찌 되었건,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별 쓸데도 없는 물건을, 이를테면 우유 한 통이나 가지 같은 걸 사러 가게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그런 순간들이 가끔은 찾아올 텐데요. 죽음의 순간, 분절의 순간은 막상 닥칠 때까지는 숨겨져 미리 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분이 책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또 책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제게는 한 책을 읽고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세계는 터무니없이 소소한 순간들로 충만합니다. 우리는 섬광처럼 번득이는 의식으로 그 순간들을 드나듭니다. 우리는 코끼리나 당나귀나 호랑이보다는 물고기 떼와 더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찰나의 사고에 빛살이 닿을 때마다 은은히 빛을 발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이다음에 어떤 사람이 될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배울 때만 감을 잡을 뿐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책에서 발견하는 귀한 자질입니다.
우리 존재만으로도 우리가 들어서는 현장을 망치고 우리의 인상을 망친다는 사실을 인구조사원들은 주의 깊게, 심지어는 점잖게 묵살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는 기본적 일처리에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인구조사는 미지로 떠나는 원정과 비슷하다. 누구는 ‘달랑 호롱불 하나 들고 폭풍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호롱불을 들고 폭풍 속으로 걸어가다나도 여러 번 이 말을 입 안으로 중얼거려보았지만, 영웅적이기보다는 희극적인 어감으로 들린다. 인구조사원에게는 특유의 무력함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아주 분명히 정해져 있는 탓이다. 바로 이런 요소 때문에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이 끔찍한 작업에 이끌리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일처럼 보여도 실제로 이런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하물며 한 명의 인구조사원이 하는 일이란 엄청나게 커다란 사업에서 무한히 작은 한 부분이 아닌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나의 아내가 낡은 코트를 입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내 모습을 보면 웃으며 놀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폭풍 속 작은 호롱불의 온기를 생생히 느낀다.
무엇보다 이 일을 맡을 준비를 도와준 건 아들이었다. 아들은 말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통해 내게 한 가지를 보여주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를 가지고 타고나서 매 순간 서로를 잰다는 사실을. 그 애는 태어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인구조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내 아들의 인구조사가 우리의 작업을, 우리의 여행을 북쪽으로 이끌었다. _본문 18~19쪽에서
항상 어려웠다. 아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는 일은. 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정말 좋아하고 아들도, 아내도 여행을 정말 좋아했는데도 여행이 힘들었던 건 사람들이 아들을 대하는 태도 탓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간단한 일마저 턱없이 힘든 일이 되기 일쑤였다. 우리는 가게에 도착해 줄을 서서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줄을 선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제대로 통솔되지 않는 아이들이 못살게 굴기도 한다. 아니면 물끄러미 아들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야비한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즐길 만한 상황은 이미 끝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우리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집 안에 들어가면 털썩 주저앉는다. 그럴 때 아들은 나와 아내만 그 감각에 파묻힌 채로 남겨두고 혼자 행복하게 뭔가를 하러 다른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나와 아내만 남아서 우리 인간 특유의 감정인 소외감이, 너무나도 완만하게, 또 넉넉하게, 그리고 또 철저하게 가슴을 적시는 그 속에 파묻히게 된다. _본문 67쪽에서
밀턴에 대해서는 한 가지 가설이 있다. 밀턴이 사탄을 가마우지 모양으로 만든 것은 신비로운 물새인 가마우지가 나는 데에는 전혀 재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마우지의 날개는 날기에는 너무 짧다. 가마우지가 아예 날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사실은, 가마우지도 날 수 있지만 날려면 피곤하게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가마우지는 헤엄을 잘 쳐야만 하는데 창공을 위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날개는 헤엄치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밀턴이 일종의 경계 조치로, 혹은 색채를 구분하려고 사탄이 하늘에서 조금 어색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일리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아는 악마의 우화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를테면 마녀는 미약한 박동만으로도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지 않던가? 사탄은 원래 천사가 아니었던가? _본문 132쪽에서
아들이 떠났다. 기차는 가고 기차와 함께 아들도 가고 없다.
선한 죽음이 찾아오기까지 채 몇 분이 남지 않았다. 눈에서 뭔가 변화가 느껴진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낯선 변화다. 자진해서 죽음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남이 대신해주게 만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아직은 그리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아직은. 수많은 몸, 수많은 시신, 늙고 아픈 몸뚱어리들, 방금 죽은 몸, 오래전에 죽은 몸들을 굽어보던 나인데, 막상 이 몸뚱어리 속에 든 나는 사망동의서를 쓰는 게 혼란스럽다. _본문 300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