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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저 | 함연진 역 | 열아홉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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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612429 / 232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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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마을 전체가 숲을 뒤에 두고 사는 노르웨이의 작은 설원.
엄마와 아들 사이, 표현되지 않은 사랑의 부재는 밤의 폭설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노르웨이의 북쪽 한 적막한 동네로 이사 온 싱글맘 비베케는 지방 문화 분과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그녀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난 후에는 인생 자체보다 더 강렬함을 간직한 두꺼운 책 속에 안락하게 파묻히는 삶의 평온을 원하고, 얇아서 속이 비치는 스타킹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일상의 작은 행복에 몰두한다. 비베케에게는 눈을 자주 깜빡이는 여덟 살 아들 욘이 있다. 비베케가 자기 자신 속에 때로 깊이 침잠하곤 할 때, 욘은 곁에서 엄마를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눈송이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비스킷을 녹여 먹으며 엄마의 관심을 기다린다. 비베케와 욘은 서로를 투명하게 닮았다. 엄마를 이해하는 욘은, 아홉 살 생일 하루 전날 엄마가 자신의 생일 케이크 준비에 한창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를 성가시게 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 밖을 나선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옆집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스포츠클럽 복권을 팔고 할아버지가 오래 전 대회에서 우승해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 스케이트를 선물 받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의 집에 놀러가 내일이면 받게 될 기차 선물세트를 기대하며 낮부터 어둑해질 무렵까지 꿈같은 상념들을 흘러 보낸다. 그 와중에도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유념하고, 꿈속에서 그의 슬픔을 떠올린다.
그날 저녁, 이동식 놀이공원이 마을에 놀러오고 욘의 생일 전날 밤 엄마와 아들은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각자의 여정을 보낸다. 비베케는 놀이공원에서 일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남자 톰을 만나 그와 온전한 밤을 함께 보내고 새로운 세계로 건너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같은 시간 욘은 하얀 가발을 쓴 수상한 여자의 차를 얻어 타고 비베케가 돌아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동네 근처를 배회한다. 사랑을 찾아 따라 나선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은 각자 무모한 여정에 몸을 맡기지만 서로간의 거리는 좀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한편, 아들은 내내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며 추운 바깥에서 집 안으로 들여보내지기를 소망한다.

출판사 리뷰

스칸디나비아 소설, 싸늘한 감정의 영역을 탐험하다 1997년 노르웨이 출간 이후 22개 언어로 출간 번역된 화제작 2019년 미국 PEN 문학상 수상작!!! 90년대 북유럽의 감수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한느 오스타빅의 작품세계가 <아들의 밤>을 통해 비로소 국내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1997년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이 작품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인 2018년에 미국에서 마틴 에잇킨의 영문 번역본 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듬해, 2019년 미국 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금 뜨겁게 주목받았다. 독자들이 마주할 이 투명하고 낯선 세계는 밤이 깊은 어느 날, 아들의 생일을 앞두고 엄마와 아들이 각기 다른 여정을 떠나는 길 위에서 잊지 못할 영화적 떨림을 남긴다. 부서질 듯 처연한 감정의 묘사들이 평범한 일상의 언어들과 만나 작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엄마의 오롯한 관심이 절실한 어린 아이와 삶에 서투른 엄마가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는 애달픈 세계 속에서 잠재된 모험과 비극으로 꽉 찬 하루가 안타깝게 흘러간다. 작가 오스타빅의 시선은 욘의 아홉 번째 생일 전날 욘과 싱글맘인 비베케 사이에서 반짝이며 가물거린다. 두 주인공 욘과 비베케는 서로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각의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이들의 이야기는 곧 일말의 두려움에 휩싸인다. 작품 전반에 어둑하게 깔린 생경한 불안은 욘과 비베케의 시점이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관점에 대한 작가의 노련함과 깔끔하면서 바삭거리는 그녀의 문장들을 통해 빛이 난다. 북구의 서늘하고 먹먹한 아름다움은 활기에 넘치도록 깊숙이 살아있다. <아들의 밤>은 세심한 배려가 결여된 엄마의 관심에 너무도 목말라하며,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한 가슴 뭉클한 소년에 관한 서사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한느 오스타빅
저자 : 한느 오스타빅

역자 : 함연진

역자 소개

  • 역자 : 함연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학위와 고려대학교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일 대학교 객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 호서대학교 영어 영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한의 얼을 찾아서>,<헨리 제임스 단편집>(공역) 등이 있으며, 저서로 <세계문학 산책>,<이미지와 상상력-그리스 로마 신화를 찾아서>,<영미 모더니즘 문학의 전개>(공저),<헨리 제임스와 호손>,<미국소설사>(공저),<매주 떠나는 문학기행>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얇아서 속이 비치는 스타킹은 그녀가 자신에게 허용하는 사치품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날씨에 맞춰 옷을 입는다. 그녀는 종종 두꺼운 타이츠 위에 하나를 더 껴입고 출근한 뒤 화장실에서 벗었다. 대충 입고 다니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았다. 차라리 춥고 말지. -15쪽

그는 털모자를 눌러 쓰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이미 욘은 그녀의 코트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영수증 몇 장과 오래된 버스표 사이로 얼마 안 되는 돈이 보였다. 그는 현관에서 나갔다 오겠다고 소리쳤다. 욘은 현관문을 열고 계단에 잠시 서 있었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숨을 들이쉬자 코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26쪽

“그 시절엔 사치품이었지. 쇠로 된 스케이트 날 위에 손수 가죽을 꿰맸으니. 당시 마을에 사는 어느 누구도 그런 걸 갖지 못했어. 나는 이 스케이트를 타고 카를로틀뢰페트 상을 수상했단다. 그때 로바니에미, 우츠조크, 네이덴 그리고 멀리 내륙 러시아에서 많은 젊은이가 왔어. 대회는 스토바넷 호수에서 열렸단다. 길이가 족히 천 미터는 되었지.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그 끔찍한 혼란들이 모두 생겨나기 전이었어. 시커먼 얼음판 위에서, 눈이 내리기 전 물이 꽁꽁 얼 무렵에 말이야.” 노인이 말했다. -34쪽

욘은 텔레비전에서 본 생일 파티 장면을 떠올렸다. 아이의 생일 아침이면 가족들이 촛불 켜진 케이크를 들고 방에 들어와 아이를 깨웠다. 가족들 팔은 선물꾸러미로 가득했다. 부모는 서로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곳은 미국이었다. 꾸러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는 어느 상점에서 본 빨간색과 회색으로 된 멋진 기차 세트를 떠올렸다. 분리되는 제설차가 앞쪽에 달린 엔진이었다. 최상급 차량에는 실제로 열고 닫히는 문이 있어서 승객을 태울 수도 있었다. 욘은 안내원이 되어 유니폼을 입고 모든 사람에게 즐겁게 표를 판매했다. 다음에는 기관사가 되어 산속 터널을 통과하고 황갈색 고원을 가로지르며 가늘고 반짝이는 개울이 흐르는 좁은 녹색 계곡을 운전했다. 비베케는 어느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는 기차를 멈추고 그녀를 태웠다. 그리고 모두 들을 수 있도록 기적을 울렸다. 그녀는 앞쪽 운전석에 그와 함께 앉아 담배를 피우며 불빛과 풍경을 바라보았다. 욘은 마이크에 대고 차 한 잔을 주문했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드는군요.” -61쪽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구슬을 잃은 적이 있어요. 학교 정문 밖에 있는 쇠창살 아래 떨어뜨렸거든요. 아마 이 학년 때였을 거예요. 쉬는 시간마다 거기 서서 들여다봤지만 창살이 너무 무거워 들어 올릴 수 없었어요. 너무 수줍어서 관리인에게 부탁하지도 못했죠. 그때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남자가 말했다. -64쪽

남자는 그의 아버지였다. 식탁 위 전구 빛이 그를 비췄다. 이웃들은 모두 모여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남자는 두툼한 치즈와 햄 조각을 우적우적 먹었다. 버터. 흰 빵. 그는 치즈에서 두꺼운 테두리를 잘라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음식 전부였다. 겨우 조금씩 아껴 먹고 있던 것이었다. 남자는 치즈 위에 햄을 겹겹이 쌓았다. 둘은 남자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먹고 또 먹었으며 음식을 씹을 때마다 자신을 울리는 삶의 슬픈 일들을 이야기했다. -80쪽

“부모님은 이혼하셨어?”
“응, 엄마는 거의 도망 나오다시피 했어.” 욘이 말했다.
“그때 엄마는 어디에 얽매여 있기에는 너무 젊었거든. 난 어려서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스쿨버스에서 널 본 적 있어.” 소녀가 말했다. 욘도 소녀를 봤을지 몰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어느 날 누군가 뒤에서 낄낄거리던 일이 생각났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여자아이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금발이었고 다른 한 명은 검은 머리였다. 그때 그 금발 여자아이가 소녀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몇 반이야?” 그가 물었다.
“4반. 좀 따분해.” -96쪽

“지금 시각이면 네 또래 남자아이들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어야 하지 않니?” 여자의 목소리는 어둡고 말투는 느렸다. 그녀가 말을 걸 때는 웃는 듯했는데 욘이 그녀를 올려다보니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이 잠겨 들어갈 수가 없는데 집 안에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엄마는 곧 돌아올 거예요. 제 생일 케이크를 굽다가 깜박 잊은 게 있어 잠시 외출한 것 같아요.”
“곧 네 생일인 모양이구나?”
“네, 내일이면 아홉 살이 돼요.” -154쪽

“그래서, 앞으로 당신 앞날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녀가 물었다.
“나도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가 대답했다. “대부분 책에는 시작된 이야기에 이어지는 2부가 있으니까요.”
“내 삶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장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쪽도 나만큼 잘 알 텐데요. 시작도 안 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죠.” 침묵이 흘렀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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