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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 문학동네시인선 120

시리즈 : 문학동네 시인선 [149]

송승환 저 | 문학동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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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6115 / 124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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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그간 시인이 펼쳐낸 책의 ‘시인의 말’을 엮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바라본다(『드라이아이스』)―들린다(『클로로포름』)―나는 있는다(『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각기 수년간의 시차를 두고 다가온 문장이지만, 이는 시를 감각하는 시인의 지금을 설명해줄 단 한 문장 같기도 하다. 바라본다, 들린다, 나는 있는다. 시의 시작은 시(視)에 있고, 애써 듣는 것이 아닌 ‘들린다’는 무한한 열림, 그리하여 문학의 공간에 있는 나. 휘발성 강하고 지워지는 글쓰기를 떠오르게 하는 전작의 제목들과 같고도 다르게, 그의 이번 시집은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이라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시집의 전체 구성은 ‘만약-어쩌면-아마도’로 이어져 있다. ‘나뉘어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이 한 권의 시집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감히 분절할 수 없는 한 편의 시이기 때문일 터. 우리가 백지의 앞면과 뒷면을 구별할 수 없듯, 시인의 체에 걸러진 순결하고 깨끗한 언어는 시작과 끝, 앞과 뒤, 입구와 출구가 모두 무의미해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1971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 「나사」 외 4편이,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드라이아이스』와 평론집 『측위의 감각』 등이 있다.

머리말


나는 있는다


2019년 5월
송승환

책 속에서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그친다면 당신이 드러난다면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이름은 부서져서 이름들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적어도 이른바 이제껏 허투루 이토록 한층 한달음에 함께 여름에 겨울에 남으로 북으로 좀처럼 자주 바닥으로 창공으로 바람으로 눈으로 영원히 절대로 가령 깊숙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를테면 솟구치듯 불쑥 마치 오히려 한결같이 완전히 헛되이 가까이 아니면 이윽고 그것뿐인 양 마치 아무것도 어떤 것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송두리째 봐란듯이 숫제 똑같이 아니 여기에 거기에 이미 살며시 밤마다 온전히 언제나 그러나 전혀 어쩌면 예외로 대부분 아마도 그처럼 그토록 텅 텅 그토록 그처럼 아마도 대부분 텅 텅 당신이 걸어나간다면 끝까지 예외로 어쩌면 전혀 그러나 언제나 온전히 밤마다 살며시 이미 거기에 여기에 아니 똑같이 덜하지도 더하지도 어떤 것도 아무것도 마치 그것뿐인 양 이윽고 아니면 가까이 완전히 한결같이 오히려 마치 불쑥 솟구치듯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_「심우장尋牛莊」 전문


1

이름

빈 무덤

어머니가 없다

2

솜으로 귀와 코를 막는다 눈을 감기고 턱을 받치고 입을 닫는다 머리를 높이 괸다 손발을 주무르고 몸을 눕힌다 백지로 얼굴을 덮는다 배 위에 왼손 오른손 올려놓는다 받침대로 옮기고 홑이불로 덮는다 병풍으로 가린다
향나무 삶은 물로 씻긴다 머리 빗질을 한다 자른 머리카락 깎은 손톱 발톱 주머니에 넣는다 이불에 넣는다 물 수건빗 마당에 묻는다 몸을 관에 눕힌다 몸과 관 사이 메운다 문을 닫는다 나무못을 박는다 관을 묶는다 병풍으로 가린다
묘지 네 모서리 말뚝 아래 관이 내려간다

어머니가 있다

3

어머니가 없다 부를 것인가

어머니가 있다 부를 것인가
_「병풍」 전문


나는 팽창하면서 수축하고 폭발하면서 압축하고 펼쳐졌다 뭉개지고 쓰러졌다 일어서고

나는 물이고 불이고 흙이고 공기고 물이면서 불이고 불이면서 흙이고 흙이면서 공기다

나는 세계의 핵과 전자다

나는 늙고 젊으며 젊고 슬기로우며 슬기롭고 어리석다

나는 이주 노동자 여성이고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다

나는 침몰하는 배에 갇힌 소년이고 탄창을 손에 쥔 사무원이고 전단지 뿌리는 학생이고 곡괭이 든 의사이고 펜을 든 농민이고 크레인 운전하는 교수이고 갱도 끝 광부다
_「플라스틱」 부분

목차

시인의 말 만약 이화장 심우장 어떤 목소리 또 하나의 목소리 다른 목소리 병풍 책 플라스틱 욕조 있다 어쩌면 에스컬레이터 B101 B102 B103 검은 돌 흰 돌 아마도 해설|론 없는 서-본-결 |김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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