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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224 / 180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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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5년 전 정태춘의 첫 시집 『노독일처』가 출간되었을 때 그는 사람들의 뇌리에 서정적.저항적 시인으로 깊이 자리매김하였다. 부조리한 세상에 정면으로 맞섰던 선연한 기억을 통해 삶의 불모성을 치유하고 나아가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선진 사회의 야만성과 원시 사회의 문명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정태춘의 불온한 상상력은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의 실로 가치 있는 저항정신을 낳았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세상을 억압하고 규율하는 가혹한 폭력성을 폭로하고 또 힘겹게 그것들과 싸워”나가는 치열하고도 철저한 자기 검열과 성찰이 저항 정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시집 『노독일처』가 복간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시대적 감동과 서정적 충격을 내장하고 있는 이 시집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우리의 공동체적 정서와 멋이 가미된 노랫말이 시적 언어로 확장되면서 동시대인들에게 깊고 따스한 공감의 장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설의 말처럼 “시를 통해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지키고, 안간힘으로 그것을 확장해 가려는 시인의 몸과 영혼이 흔치 않은 진정성으로 다가”오기에, 우리는 정태춘의 시를 시대를 관통하는 빛이자 저항과 성찰의 언어로 지어진 존재의 집이라 부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집 『노독일처』가 갖는 가치는 과거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를 비추어 현재와 미래를 존재하게끔 하는 이 시대의 거울로 기능할 것이다.
30여 년… 노래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걸 접었었다.
또,
가죽 바느질에 매달렸었다.
그러다 사진을 찍기도 했고
이 년여
시마詩魔에 붙잡혀서 시를 쓰게 되었었다.
그때, 시집을 냈다가 바로
절판시켰었다.
또 한 권 분량은 그냥 멀리 처박아 두고…
입을 닫고 싶었었다.
그런데
그 뒤에도 비실명 블로그로 내 이야기를 계속해 왔고
근래에는 ‘붓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갈팡질팡 잘도 굴러가고 있었고
나는 결코
입을 닫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올해엔
콘서트며 앨범, 전시 등… 일시적이나마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하여
내친김에 오래전 시들도 다시 꺼내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부글부글
다변으로 웅얼거리던 한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를 대신하여
자서를 쓴다.
2019. 3.
정태춘
노독일처老獨一處
―권력 9. 피안 착각
노독일처라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들어봤어?
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사무실 동네에 있는 쭝국집 이름인데
늘 그냥 지나다니기만 하다가
오늘 처음
짜장으로 점심 한 끼 때우려고
찻길 옆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지
키 작고 똥똥한 아주머니가 혼자 있고
한 남자가 짬뽕을 먹고 있더군
짜장 하나를 시켰지
그랬더니 놀랍게도
쭝국말로 누군가를 부르는 거야
남편인 듯한 남자가 나오고
자기들끼리 몇 마디 또 쭝국말로 얘기하더니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
국수 반죽 덩어리를 집어 들고
밀가루 풀풀 뿌려가며 두 팔을 휘둘러 국수를 뽑더라고
근데,
그 얘기를 할려고 하는 게 아니고
그 집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중화인민공화국 지도 얘긴데
난 중국만 그렇게 크게 나오고
각 성별로 색깔을 다르게 해서
만든 지도는 거기서 처음 봤다니까
우리 한반도는 거대한 대륙 동북쪽
끝에 매달려 있는 작은 혹에 불과하고
그조차 남은 한국이요. 북은 조선이요…
또, 이 이야길 하자는 것도 아니지
그 거대한 대륙에서 발견한
자치구 얘길 하고 싶은 거야
북쪽에 내몽고자치구,
남쪽엔 무슨 장족자치구가 있고
또 한두 개 자치구가 더 있는 것 같던데
얼마나 멀었으면
북경 정부가 직접 통치하지 못하고
자치구라 할까
거기 가서 살았으면 싶더라는 거야
아래쪽 월남에 붙어있는 장족자치구도 좋고,
북쪽의 내몽고자치구도 좋고
설마 그 자치구 오지 깊숙이까지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말야
이 야만의 문명, 숨 막히는 현대사회
모든 체제 조직으로부터 탈출해서
전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거거든
거기서 내가
어느 나라 국기에도 경례하지 않고
어느 나라 국가를 따라 부르지도 않고
그래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우린 여기서 너무 잘못 살고 있어
세상은 잘못 가고 있어
인간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이
이렇게 강력했던 적은 없어
물샐틈없는 사회 조직과
획일적인 이데올로기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아
거기 어디쯤
국가란 것도 없고, 정부란 것도 없고, 자본이나 그 하수인,
인간의 대표란 것들도 없는
그런
사람 세상이 있을 수 있지 않겠어?
권력이 사람들을 국민이라 부르며
택도 없는 애국심과
개인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더 이상의 폭력도 없는
그런…
또, 이런 말 한다고
미쳤냐고 힐끗거릴 사람들도 없는
그런, 거기 어딘가로 가서 살고 싶더라는 거야
그리 길지 않을 내 나머지 삶을
그런데 어디서
이런 불온한 발언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조용하게
거기가 어디면 어때
장족자치구든 내몽고자치구든
아니면, 길림성 북쪽의 흑룡강성
어디 오지 속이든
여기 한반도는 너무 좁아
쟤네들이 이미 완전히 먹어버렸어
시골 구석 어느 한군데
도망가거나 숨어버릴 곳이
전혀 없잖아
그 지도에서 봤다는 거야
다른 삶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다른 세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그런 걸 거기에서 봤다는 거야
거기 우리
사무실 동네
노독일처에서
그리고,
그 집에서
쭝국 남자가 손으로 뽑아준
쫄깃한 국수에 짜장 듬뿍 비벼서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니까
겨우 짜장면 하나 시켜 먹으면서
그 커다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를 휘휘 둘러보며
참 별생각을 다 한 거지
다 먹고 나서
부부에게 실없이 물었지
그동안 돈 많이 벌었느냐고
그냥 아무 말도 않더군
이제 자주 오겠다고 했지
쭝국 사람 젊은 부부에게 한 말이 아니고
그 커다란 중화인민공화국 지도의
외진 어디
뭔 뭔 자치구
거기 조용한 소수민족
나만큼은 나이가 들었을 어느
나보다 순박한 주민들에게
한 말이었겠지
2003. 10.
시인의 말
너무나 조용해서 행복한 11
내가 떠난 거냐, 네가 떠난 거냐 14
황지우처럼 16
양양장 무쇠 낫 18
무궁화 꽃이 피었습디다 22
비닐하우스 23
앗싸, 좋다 27
강요배, 《동백꽃 지다》 29
뻘밭에서 30
거대한 손 33
나는 칼을 좋아해 40
은재호 씨, 41
노독일처老獨一處 46
남의 말하기 53
그대와 함께 춤을 54
이윤희 치과 55
깜짝 놀래기 56
매니저마저 58
불행 59
영동 양문규 60
낙엽 뒤집어 버리기 62
아닐 껴 1 63
아닐 껴 2 65
허무하단 말야 68
젖소들이 도살장 가는 길 69
겨울 잠바를 꺼내며 70
악수 71
현대점 72
나의 지역감정 75
출세 76
긴 나무 의자 77
교육 78
시골 이삿짐 차 79
강북 무슨 동 80
유행 81
속, 현대점 82
딸의 메일 83
한심한 놈 85
이윤희 치과 2 86
담배 87
천삼백오십 원 88
지 고향이 원래 90
불안한 점심 108
사회변화방지법 109
첫눈 112
2003' 인권 콘서트 113
외로운 전사 소일 풍경 116
테레비를 보며 121
테레비를 보며 2 124
어머니, 126
그들이 온다 140
달아, 높이곰… 148
해설
유성호 근원을 사유하고 구축해 가는 심미적 기억들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