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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기원

원제 : East West Street: On the Origins of 'Genocide' and 'Crimes Against Humanity'

필립 샌즈 저 | 정철승, 황문주 역 | 더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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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522392 / 632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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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리비우’라는 도시와 네 사람의 인연 : 대체 리비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시작은 한 통의 초대장이었다. 발신지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리비우대학. 국제인권법 권위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법학교수인 필립 샌즈에게 강연을 의뢰하는 편지였다. 저자는 ‘리비우’라는 지명에 끌렸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고향이었기 때문.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겪었던 일에 대해 일절 말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자의 외할아버지가 태어난 190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했던 리비우는 우크라이나인, 폴란드인, 유대인 등의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온 땅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지배자의 언어에 따라 렘베르크, 로보프, 리보프, 리비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역사의 격류에 휩쓸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리비우는 저자의 외할아버지의 고향만은 아니었다. 국제법의 중요한 개념인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연구한 두 명의 유대계 법학자, 즉 렘킨과 라우터파하트 역시 같은 도시에서 공부했던 것이다. 그들의 삶은 나치 독일의 전범들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조우한다. 그곳에는 그들과는 악연인 한 사람의 중요한 인물이 있었다. 히틀러의 개인변호사였고 나치독일의 폴란드 총독을 지낸 한스 프랑크! 그는 폴란드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의 말살을 명령한 장본인이다. 그에 따라 저자의 외할아버지 일가도, 두 법학자의 일가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 필립 샌즈는 취재 과정에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교수형을 받은 한스 프랑크의 아들도 만났다. 그는 말했다. “저는 사형제도에 반대합니다. 다만 제 아버지 경우만 제외하고요. 그는 범죄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냈다. 그 사진이 책 끝부분에 실려 있다. 독자는 그 장면에서 숨을 멈출 것이다. 나치 점령기를 겪은 저자 외할아버지의 불가사의한 가족사에 대한 탐구여행 유럽의 주요 문화 중심지였지만 오늘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도시. “우크라이나의 파리”라고 불리는 도시. 렘베르크(Lemberg), 로보프Lwow, 리보프(Lvov) 또는 리비우(Lviv) 등 다양하게 불렸던 도시. 폴란드 남동부와 우크라이나 북서부에 걸친 갈리치아 지역의 이 도시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동쪽 전초 기지, 러시아의 서쪽 구석, 독립된 우크라이나의 자랑스러운 도시로 여러 나라와 국경이 겹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곳에는 약 10만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이 도시는 20세기 초반 역사의 격류에 휩쓸렸다. 저자가 2010년 리비우 대학으로부터 ‘제노사이드’와 ‘인류에 대한 범죄’에 관한 강연 초청장을 받았을 때, 그는 특별한 역사적 우연의 일치를 발견했다. 필립 샌즈는 100년 전 무렵 유대계 외할아버지가 살았던 문화적, 지적 토양이 풍부한 이 리비우 도시를 배워보려는 생각에 초대를 흔쾌히 수락했다. 저자의 외할아버지 레온 부흐홀츠는 렘베르크에서 1904년 5월 출생하여 1937년 비엔나에서 리타 란데스와 결혼했고, 1년 후 저자의 어머니인 루스가 태어났다.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이후 레온은 혼자 파리로 떠났다. 1939년 여름, 저자의 어머니는 누군지 모를 사람에 의해 파리에 있는 외할아버지에게 보내지고, 외할머니는 유대인에게 위험한 도시 리비우에 남았다. 어린 시절 저자는 파리에 살고 있던 외할아버지로부터 엄혹한 가족사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결국 저자는 외할아버지의 불가사의한 삶과 나치 점령 하에서 살아남은 어머니의 어린 시절에 대한 탐구여행을 시작한다. 가슴 아픈 가족사를 추적하며 인권과 인류 정의의 탄생 과정을 탐구한 책! ‘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East West Street)’는 저자의 외할아버지의 고향인 동시에 ‘제노사이드’와 ‘반인륜 범죄’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싹튼 곳이다. 저자는 리비우를 방문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의 비밀을 하나씩 찾게 되고, 동시에 (당시) 리비우대학의 두 법학도가 훗날 뉘른베르크 군사법정에서 ‘인류 정의의 기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 속에는 전쟁특파원이자 소설가인 쿠르지오 말라파르테나 유대인 아이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엘시 틸니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역사 속 의인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중요 인물은 셋으로 압축된다. 저자의 외할아버지 레온 부흐홀츠,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창안한 라파엘 렘킨, ‘반인륜 범죄’를 창안한 허쉬 라우터파하트. 이야기는 세 남자의 삶의 궤적과,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유대인들에게 닥친 사건들을 추적한다. 그들은 한스 프랑크의 유대인 말살 명령으로 절멸되다시피 하는데, 그중에는 라우터파하트와 렘킨의 일가족도 포함된다. 이 세 사람은 1945년 10월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재판정에서 만나 인류의 정의에 따라 악연을 절묘하게 마무리 짓는다. 저자 필립 샌즈는 브리티시 북어워드 논픽션상을 받는 자리에서 이 책이 “2중의 탐정소설”이라고 말했다. 나치에 점령당한 유럽에서 가족들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을 거치면서 ‘국제인권법/인류 정의의 기준’의 기원과 탄생 과정을 동시에 추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노사이드(대량 학살)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전범 처단을 위해 바친 투쟁과 역사적인 재판 과정, 가족사를 파헤쳐가는 추적이 씨줄과 날줄로 이어져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완성된다.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두 유대인 학자의 삶! 1945년 11월 20일 독일 바이에른주(州) 뉘른베르크에서 인류의 양심과 정의를 실현하는 역사적 재판이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비롯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나치 전범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졌다. 재판 결과 14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2명이 사형 판결을 받았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역사상 처음으로 괴링, ‘폴란드의 도살자’라고 불리는 한스 프랑크 등 국가지도자급 나치전범들을 국제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 재판으로 현대 국제정치와 국제인권법의 중심이 되는 ‘인류에 대한 범죄’와 ‘제노사이드(민족말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인류에게 정의가 필요할 때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하트가 ‘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에서 만든 기적이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끝날 때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트가 기소한 사람이 나치에 점령된 리보프 주변의 유대민족(저자의 친족을 포함해서)을 몰살시켰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저자는 나치 범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렘킨과 라우터파하트가 밝힌 범죄의 범위를 규정하는 동시에 두 사람이 전범의 죄명을 명확히 하고 반드시 단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제노사이드’(라파엘 렘킨)와 ‘인도에 반하는 죄’(허쉬 라우터파하트)라는 아이디어를 동시대에 탄생시킨 두 사람의 지적 경로도 엿볼 수 있다. ‘현대 인권 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리비우대학의 같은 교수 아래에서 법률을 공부했고 세계를 변화시킨 ‘인도주의 법(humanitarian law)’이라는 혁명적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나치 전범들을 기소할 주요 범죄 요건으로, ‘민족말살’과 ‘인도에 반하는 죄’를 적용하기 위해 그들의 생애를 바쳤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파헤치는 추적 과정을 스릴러 방식으로 전개해 나감으로써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미미한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끈질기게 추적한다. 산더미 같은 과거의 문서들, 퇴색한 사진, 판독하기조차 어려운 메모, 오래된 교실, 기차역의 잔해, 불타버린 유대교 회당의 흔적, 버려진 점포, 유대인 말살수용소 유적, 졸업장 등을 뒤지고 탐색한다. 결국 저자는 법학교수 허쉬 라우터파하트가 뉘른베르크에 도착하는 상황을 소설처럼 긴박하게 그려내며, 저자 자신의 조상이 허쉬 라우터파하트가 기소하고 판결한 사람에 의해 몰살당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본군 성노예, 광주학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인권’과 ‘정의의 기준’ 이 책은 인류에게 ‘정의의 기준’을 제공한 국제법의 근원과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개인적 탐구이다. 변호사로서 저자가 갖고 있는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자세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저지르고도 아직도 여전히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전범국가 일본’ 그리고 그 희생자(위안부 할머니)가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국에서 출간된 점은 더욱 의미가 깊다. 유엔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위안부)’를 “반인륜 범죄”이자 “제노사이드”, “전쟁범죄”로 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가령 2000년 6월 유엔은 “무력충돌 시 성노예 운영에 대한 특별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의해 자행된 ‘일본군 성노예’는 희생자들에게 어떤 보상이나 법적 책임 인정이 없었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잔학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관련 시민단체나 운동가 등이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할 때 유용한 시각적 틀과 지적, 법률적 바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직 광주학살 ‘최초 발포 명령자’도 밝히지 못하는 등 5·18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현실, 게다가 학살의 최고주범이 당당하게 이윤추구 행위(회고록 발간) 등을 하고 있는 작금에 수사권을 가진 진실재조사위원회가 5·18 진상규명에 나서야 하고, 더 나아가 광주학살 범죄자들도 유엔 인권위에서 ‘대량학살’, ‘반인륜범죄’로 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문제 해결에 모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법학부 교수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인권법 권위자이자 인권변호사이다. 뉴욕대(NYU) 교수 와 토론토대, 멜버른대 및 소르본느대 등의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2003년 영국의 왕실변호사로 임명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 타임스, 가디언 등에 기고를 하면서 CNN과 BBC World에 시사해설자로 자주 출연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의뢰를 받고 콩고,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이라크, 관타나모, 캄보디아 등 가장 중요한 국제인권변호 재판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저서 《Lawless World》에서 “부시와 블레어가 사전에 이라크전을 공모, 조작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논픽션상인 ‘밸리 기포드(BAILLIE GIFFORD) 논픽션상’(전 새뮤얼 존슨상)을 받은 《EAST WEST STREET》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프랑스, 중국, 덴마크, 폴란드, 스웨덴, 터키,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등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2019년 현재 영국 펜클럽(PEN CLUB) 회장이기도 한 그는 한국 작가 한강 소설의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역자 소개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at Monterey, CA, USA)에서 통역과 번역을 전공하고, 2002 년부터 농림부와 교보생명 등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하였다. 한 미FTA와 장관급 회담, SOFA 협상 등의 통역과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하였으며, 그 외에도 출판과 다양한 콘텐츠 작업에 참여하였다. 번역한 책으로는 《비밀 블로그-익명의 변호사》, 《브레이크노믹스》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THE FIRM’ 대표 변호사이다. 독립군 양성학교인 만주의 신흥무관학교 교장 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윤기섭 선생의 외손자이다. 독립유공자단체인 광복회와 사단법인 민족 문제연구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중증장애인 봉사단체인 (사)스파인2000의 고문변호사,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 후원회장, 산재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도 맡고 있다. 법조인들의 직무윤리를 관장하는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을 역임했다.

머리말

《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East West Street)》의 출판을 몇 달 앞둔 2016년 봄, 나는 런던의 유명한 서점에서 열리는 한 행사의 진행을 요청받았다. 그 행사는 한국 작가 작품의 영어 번역서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요청을 수락할지 결정하기 전에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어볼 수 있을지 물어봤다. 약간의 자료를 읽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한 사항, 특히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던 1980년 광주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날카롭고 정교하게, 고통스럽지만 매우 용기 있게 다룬 그 책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번의 깊은 독서를 통해서 내가 그동안 가르쳤던 학생들, 전통 음식, 1950년대 이후 이 나라가 국제 정치에 끼쳤던 영향 그리고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낯익게 여겼던 한국에 대한 나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책과 눈부시게 뛰어난 글의 어떤 면이 그런 효과를 가져다 준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즉시 지난 3년 동안 《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가 출간되는 세계 각국을 여행했던 내 경험을 돌이켜보았다. 그 여행으로 인해 나는 이 책의 핵심 주제가 어쩌면 인류에게 보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그 가치를 몰랐거나 글로 풀어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더블린, 케이프타운, 멕시코시티, 뭄바이, 파리, 도쿄 또는 베를린 등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모든 공동체가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관념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서울을 비롯해서, 정의가 외면당하거나 부당하게 실현됨으로써 갖게 된 각자의 개인적이고 예민한 상처와, 같은 의식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있는 한국의 다른 지역은 이와 다를지 궁금하다. 그것이 한강 작가가 그처럼 대단한 아름다움과 놀라운 자제력을 기울여 집필한 글의 주제이든, ‘일본군 위안부들’이 전쟁 당시 다뤄졌던 방식이든, 광주의 민주화 운동이든, 난징 대학살이든 또는 바바라 데믹이 《우리가 가장 행복해(Nothing to Envy)》를 통해 신랄하게 그 실상을 파헤친 북한의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인권침해이든, 나는 이 책에 썼던 이야기들을 다양한 독자들이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고 싶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고, 나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한국어판 서문


역자후기

2019년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침략국 일본에 의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막대한 수탈과 참혹한 피해를 당했다. 물자와 자원, 문화재 등 국부를 수탈당한 물질적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이 살상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유린되었다. 그러한 학살과 살상, 착취와 유린이 바로 국제법상의 ‘인도에 반하는 죄’인데, 제국주의 일본의 지도자들 중 그 누구도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자행한 숱한 ‘인도에 반하는 죄’로 처벌받은 자는 없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해방 후, 일제의 식민지배에 부역하여 동족을 탄압하고 해친 민족 반역자들이 처단되지 않고 살아남아서 일제로부터 보고 배웠던 ‘인도에 반하는 죄’를 그보다 훨씬 대규모로 잔혹하게 국민들에게 자행한 것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 현대사의 부끄럽고 참담한 국가폭력의 연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일왕 히로히토를 포함한 일본의 군국주의 지도자들도 독일 나치 지도자들처럼 피침략 국가에서 저질렀던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해서까지 기소되어 준엄하게 처단되었다면 과연 일본이 오늘날처럼 과거사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일 수 있었을까?
내가 이 책의 번역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도 이 책의 주인공인 라우터파하트나 렘킨 같은 법률가들이 있었다면 우리 역시 국제사회와 전승국들에게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정치한 법 논리로써 설득하여 종전 후 도쿄 국제군사재판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지도자들이 준엄하게 처단되도록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 일본은 여전히 일제강점기에 한국 국민들에게 자행한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해 처벌받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국제법상 범죄는 소멸시효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 참혹한 국가폭력인 5.18 광주학살을 부인하고 호도하는 언동을 처벌하자는 가칭 ‘5.18 망언처벌법’ 제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은 참으로 참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과거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저질러졌던 여러 국가폭력 역시 협소한 국내법적 관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국제법적 범죄인 ‘인도에 반하는 죄’라는 관점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경과되었더라도 반드시 그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깨우침이 아닐까 싶다.

목차

독자들에게 _09
한국어판 서문 _11
주요 인물 -14

프롤로그 _23
Part I 레온(LEON) _37
Part II 라우터파하트(LAUTERPACHT) _111
Part III 노리치의 미스 틸니(MISS TILNEY OF NORWICH) _191
Part IV 렘킨(LEMKIN) _221
Part V 나비넥타이를 맨 남자(THE MAN IN A BOW TIE) _293
Part VI 한스 프랑크(FRANK) _315
Part VII 혼자 서 있는 아이 THE(CHILD WHO STANDS ALONE) _393
Part VIII 뉘른베르크(NUREMBERG) _407
Part IX 기억하지 않기로 선택한 소녀(THE GIRL WHO CHOSE NOTTO REMEMBER) _463
Part X 판결(JUDGEMENT) _479
에필로그 _547

감사의 글 _564
옮긴이의 말 _572
참고문헌 _576
NOTES _581
ILLUSTRATION AND MAP CREDITS _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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