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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티드 드럼

루이스 어드리크 저 | 정연희 역 | 문학동네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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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55590 / 36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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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전사戰士의 심장과 시인의 목소리를 가진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 르네상스’의 주역
루이스 어드리크가 그려내는 찬연한 슬픔의 계보
비극적인 사건과 그 근원을 둘러싼 놀라운 구원의 이야기

◇◇◇◇◇◇◇◇◇

“격정 가득한 두려움, 신화적인 이야기,

살아 있는 자들의 숙명을 포착하는 빼어난 솜씨” 뉴요커

2019년 3월, 문학동네에서 루이스 어드리크의 『페인티드 드럼』이 출간되었다.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은 『비둘기 재앙』 『사랑의 묘약』 『라운드 하우스』에 이어 네번째다. 작가 필립 로스가 그의 작품들에서 미국 사회 속, 뉴어크 지방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초상을 그리는데 전력했다면, 루이스 어드리크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지브웨족이 뿌리내리고 사는 다양한 모습을 그리는 데 천착한다. 『페인티드 드럼』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페이 트래버스)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와 그리 멀지 않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내 목소리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아주 많이 노력해야 했다”루이스 어드리크


북이 발견됐다. 채색된 북, 페인티드 드럼이다.“한때 마약에 빠졌다가 간염에 걸린 덕분에 그 늪에서 빠져나온 사람, 옷에 관심이 없어서 해고된 옷가게 매니저, 교육을 받다가 만 미술 애호가, 일기와 습작시만 줄곧 써대는 작가, 끝으로 내 어머니가 오십 년도 더 전에 시작한 재산처분 사업의 동업자”인 페이 트래버스가 발견했다. 페이는 죽은 이가 살던 집에 남아 있는 소유물들을 처분해주는 사업을 어머니 엘시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전문 영역은 아메리카 원주민 유물이다. 그녀 자신이 오지브웨족 혈통이기도 하다. 여느 날처럼 감정을 요청받은 집, 그 집에서 제 스스로 소리를 내는 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삼나무에 무스 가죽이 위아래를 쌌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상징들이 그려진 북이다.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페이는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차 트렁크에 북을 실어 자신의 집으로 가져온다.
오지브웨족 전통에 의하면 북은 매매될 수 없다. 북이 선택한 이들만이 북을 전수하고 계승해나갈 수 있다. 그러니 북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페이는 수소문 끝에 버나드 샤와노라는 노인을 찾게 된다. 북은 아메리카 원주민인 샤와노의 할아버지가 만든 것이다. 샤와노는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북의 탄생과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페이에게 들려준다.
버나드 샤와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만들었던 북을 집으로 가져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한 가족에게 불의의 사고가 생기고, 버나드는 북을 울려 가족의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려 한다. 이후 이야기는 다시 페이에게로 돌아간다. 페이는 북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버나드 샤와노의 편지를 받으며 자신의 오랜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소설은 무엇보다 북의 이야기이면서, 당연히 인간의 이야기이다.
관계, 상실, 슬픔, 용서, 화해, 질서, 무질서, 연결성의 이야기.” <옮긴이의 말> 중에서


총 4부로 이루어진 소설은, 각 부마다 다른 목소리의 화자가 등장해 각자의 삶을 말하고, 그 삶들이 퍼즐 조각처럼 합쳐져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을 때에야 독자의 머릿속에 북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가 완성되도록 기획된 구성이다. 때문에 얼핏 보면 오지브웨족 고유의 정신과 혼이 담긴 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얽혀 있는 듯하다. 북은 사람들의 슬픔을 치유해주는 오지브웨족의 중요한 유산이다. 하지만 북이 얼마나 아름답고 영험하며 신비한 존재인가를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면, 즉 북 자체가 중요했다면 그 글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테다. 작가는 북을 울리는 연료가 되는, 사람들의‘슬픔’에 집중한다. 『페인티드 드럼』에선, 다양한 층위의 슬픔이 등장한다. 특수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슬픔이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서 겪어야 했던 역사 속의 슬픔-정부가 모든 사람들을 보호구역의 가장 먼 경계 바깥으로, 길로, 시내로, 주택지로 이주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했지만 곧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인물이었던 사람들이 숨지거나 술꾼이 되거나 살해당하거나 자살에 가까운 행위를 하거나 자기몰락의 길을 걷는 듯 보였다(159쪽)-이나, 전쟁과 같은 국가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처럼.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과 같이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슬픔도 있다. 관계로부터, 공동체로부터, 사회로부터 얻은 슬픔들. 이렇듯 루이스 어드리크가 그려내는 슬픔은 흔하고도 다양하며 개별적이기에, 옮긴이의 표현대로 슬픔은 “색조를 잃은 무채색이 아니라 찬연한 빛깔의 유채색”(360쪽)일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슬픔이 있지요.
우리가 슬픔을 어떻게든 다루지 않으면 슬픔이 우리를 놔주지 않아요.”


슬픔이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이를 그대로 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단순한 질서다. 어느 날, 그리고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날, 우리가 운이 좋다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슬픔은 혼란이다. 죽음과 질병은 세상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북의 질서는 세상의 질서다. 그 질서 속에서 살아나가고 그 질서를 지키는 것은 절박하게 희망을 갈구하는 몸짓이다. 우리를 보호하소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의 마음에서 슬픔을 걷어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찬미하게 하소서.(239쪽)

우리는 구원을 열망한다. 페이가 살고 있는 길의 이름은 부흥,‘리바이벌 로드’이기까지 하다. 구원을 모색하고자 어드리크는 인간 세상 바깥, 슬픔을 초월한 존재들로 시선을 돌린다. 이 땅에 살고 있으나 다른 종種인 그들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하고, 인간 스스로 얻게 된 것보다 더 나은 지혜를 찾고자 한다. 이는 자연과 교감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특유의 시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숲에서 올바른 길이란 없고 성장의 법칙 말고 따라야 할 길도 없다. 올바른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가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이것이 존재 방식이다. 비틀리고 떨어지고 뿌리에서 갈라진다. 한껏 자라기 위해서는 아래의 것을 희생해야 한다. 흰 자작나무는 오래된 솔송나무 속을 먹고 살며 제 목을 서서히 조를 포도덩굴을 먹여 살린다.(41쪽)

거미들은 엄숙한 목표를 품고 참을성 있게 움직인다. 이 우아한 거미줄을 만드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고, 아름다움은 그 목적의 부산물이다. 궁금해진다. 거미의 나날처럼 보잘것없는 내 수많은 나날에서 내 목적은 뭐지? 내가 만드는 건 뭐가 아름답지? 뭐가 우아하지? 세상에 어떤 보탬이 되지? (107~108쪽)

“늑대가 대답했어. 물론 말로 대답한 게 아니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으로. ‘사니까 사는 거야.’ 늑대는 질문을 하지 않았어. 이유를 대지도 않았어. 나는 그때 늑대를 이해하게 됐다네. 늑대는 삶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삶을 바라지 않아. 인간에게 분노하며 자신들의 생명을 단축시키거나, 더욱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인간을 두려워하지도 않지. 아주 슬기로워.”(164쪽)
혹은,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 바깥, 망자들에게서 힌트를 얻고자 한다. 페이가 죽은 이들의 물건을 접하고 느끼는 행위들은,“비록 무사히 저승으로 갔겠지만 물건의 배치나 그것을 다룬 방식에 아직 남아 있는 죽은 자들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대한 느낌을 얻고 싶다. 나는 죽은 자들과 화해하고 싶다.(50쪽)”.“어떤 소장품에서는 인간이 느껴지지 않지만 어떤 것에서는 물씬 느껴진다.”(52~53쪽) 구원을 얻기 위한 치열한 몸짓이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통해 본 ‘구원’

구원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작가는 ‘어머니와 딸’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힌트를 숨겨놓았다. 각 부의 중심에는 모녀 관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더 정확히는 어머니와 그녀의 맏딸이다. 1부와 4부에선 ‘엘시와 페이’, 2부에선 ‘아나?과 숄 소녀’, 3부에선 ‘아이라와 쇼니’가 중심축이다. 각각의 관계엔, 들끓는 모성이 없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차라리 “여자라면 어머니와 사이가 좋다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33쪽)라고 단정한다. 소설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기보다 여자로서 자신의 욕망을 좇는 편을 택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좇는 사이, 자식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가 찾아온다. 페이와 여동생 네타는 과수원의 사과나무에 위태롭게 올라가 있고, 숄 소녀는 달리는 수레 위에서 늑대들의 습격에 쫓기며, 쇼니는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동생들을 이끌고 눈보라를 헤쳐나가야 한다.
딸들은 어머니가 부재한 상황에서 위기에서 빠져나오긴 하지만, 상처는 슬픔이 되어 남는다. 페이는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끊임없이 두려움과 망설임을 경험하고, 숄 소녀는 자신의 몸을 투신해 북이 되며, 쇼니는 어머니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목말라한다. “어머니들은 우리를 보호하려고” (352쪽)하기 때문에, “딸에게 산고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는 것과 같을 테니”(같은 쪽), 위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한다. 딸들은 결국 이런 슬픔과 결핍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야만 한다.
“삶이 당신을 부숴놓을 것이라고. 그 사실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줄 사람은 없고, 그것은 혼자 살아도 마찬가지라고. 고독 또한 열망을 자극하여 당신을 부숴버릴 테니까. 당신은 사랑해야 한다. 당신은 느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다. 당신은 심장을 걸고 여기에 있다”(같은 쪽)는 것을. 루이스 어드리크가 『페인티드 드럼』을 ‘딸들에게’라는 헌사로 시작하고 있음이 의미심장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직시하는 순간 딸들은 성장하며 구원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나와 타자와의 관계가 허물어지며 비로소 세상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보여주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만약 그것들이 갈까마귀 묘지에서 죽은 것들을 먹고 살았던 벌레나 생명체를 먹고 그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여기에 묻힌 사람들, 아이들, 자신을 희생한 소녀들의 정령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갈까마귀의 기쁨은 이 땅 위와 이 땅 아래, 그리고 내가 바로 지금 서 있는 여기 그 중간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의식意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갈까마귀 한 마리가 방향을 틀더니 내 얼굴을 향해 총알처럼 날아온다. 하지만 그것이 내 머리칼에 날개를 스치며 지나갈 때도 나는 움찔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야성의 순간에 내 여동생의 이름을 외쳐 부른다. (후략) (356쪽)

저자 소개

1954년 6월 7일 미네소타 주 리틀 폴스에서 치페와족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디언사무국 관할 학교에 근무했던 부모를 따라 노스다코타 주 와페턴에서 성장했으며, 다트머스 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곳에서 훗날 남편이 된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마이클 도리스를 만났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위한 신문 <서클>에서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던 어드리크는 1979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시와 소설, 어린이책을 써온 어드리크는 평론가 케네스 링컨이 명명한 문학계 ‘아메리카 원주민 르네상스’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1982년 단편소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어부」로 넬슨 올그런 상, 1984년 첫 장편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1987년 단편 「붓꽃」으로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8년 『영양 아내』로 세계판타지문학상을, 2006년 어린이책 『침묵의 게임』으로 스콧 오델 역사소설상을 수상했고, 구겐하임 재단 펠로십, 노스다코타 계관시인협회상을 받았다. 2001년 발표한 『리틀 노 호스에서의 기적에 관한 마지막 기록』은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2008년 출간한 『비둘기 재앙』은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09년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2012년 『라운드 하우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시집 『횃불』 『욕망의 세례식』, 어린이책 『할머니의 비둘기』『버치바크 하우스』『고슴도치의 해』, 단편소설집 『빨간 컨버터블』, 장편소설 『사탕무 여왕 『정육점 주인의 노래클럽』『네 개의 영혼』『페인티드 드럼』『그림자놀이』 등을 발표했다.
 현재 그녀는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딸들과 함께 살면서 소규모 독립서점 버치바크 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헬프』 『비둘기 재앙』 『사랑의 묘약』 『새해』 『죽음과의 약속』 『인문학의 즐거움』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요즘 나는 미묘하게 다른 선택들을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떤 선택은 행복을, 어떤 선택은 절망을 가져올 것처럼. 올바른 길은 없다. 참인 길도 없다. 길이 익숙할수록 내 마음은 더 쉽게 길을 잃는다. 11쪽

산 자인 우리는 어떤 상황에 붙잡혔다가 빠져나오면 또다른 상황과 맞닥뜨린다. 망자는 전체 그림을 보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그 상황들을 잇는 연결고리만이라도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다툼, 놀람, 이 길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길을 찾으려고 애쓴다. 13쪽

인간의 마음은 어디로 보나 우리가 사는 길만큼 얽혀 있다. 37쪽

우리를 옥죄는 것은 끊임없이 깨닫게 되는 우리 자신의 필멸성이다. 물론 뭔가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덧없는 허영도 우리를 항상 유혹한다. 우리 육신이 결국은 생물학적으로 분해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특별한 가치를 가진 뭔가를 소유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이 대체로는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49쪽

지금 나는 일어나 어스레한 어둠 속 내 침실 입구에 서서, 나를 향해 선명하게 삐걱삐걱 다가왔다가 나를 스쳐 내 침대로 걸어가는 발소리를 듣는다. 날은 아주 춥다. 소름이 오스스 돋는다. 잠으로 가는 입구에서 죽은 내가 살아 있는 나와 잠시 만난 것처럼, 나는 내가 다닌 길의 호흡을 느낀다. 66쪽

무無가 되고 싶은 소망, 부서져 먼지가 되고 싶은 그 끔찍하고 익숙한 소망이 나를 떠민다. (중략)고통과 섹스가 슬픔을 무디게 만들지만 우리 둘 다 슬픔에 잠긴 것 같다. 내게는 익숙한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아마 그보다 내가 더 잘 알 텐데, 다른 사람에게 나를 내던져 파괴하려는 노력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다. 내 슬픔은 뼛속 깊이 파고들어가 있어 빼내려면 내 뼈를 모조리 부숴야 할 것이다. 68~69쪽

슬픔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찾아오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90쪽

하지만 지금은 절망이 어느 정도 걷혀 그 시간을 넘기고 살아남은 자들이 드러났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지난 시대로부터 내려온 슬픔, 우리 세대의 그것 말고도 다루어야 할 슬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곳에 박혀 있는 잔인한 사건들이 있다. 우리는 망각하려는 욕구가 있다. 나는 우리의 열병 같은 망각이 그쳤는지 아직 모르겠다. 우리는 늘 망각의 언저리를 걷는다. 159쪽

청춘은 고통을 의미하기에 나는 한 번도 청춘을 기다린 적이 없었다. 198쪽

오로지 인간만이 의지로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변화란 기만적인 것이다. 223쪽

살과 뼈처럼, 북의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남녀의 사랑은 변하고 틀어지고, 제 꾀에 넘어가고, 의심의 먹이가 되지만, 북은 계속 살아간다. 북은 생명 없는 사물이 지닌 인내심으로 기다리지만, 생명 자체의 힘으로 치유된다. 226쪽

목차

제1부 리바이벌 로드 ? 9 제2부 후프댄스의 북쪽 ? 133 제3부 소녀 북 ? 245 제4부 리바이벌 로드 ? 329 작가의 말 ? 357 옮긴이의 말 ?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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