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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성장 저 | 걷는사람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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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289 / 159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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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인이자 서예가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성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이 발간되었다. 1988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성장 시인이 1994년 첫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이후 25년 만에 두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시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사회 진보를 위해 애쓰는 운동가였다. 또한 故 신영복의 제자로서 그의 사상을 실천하는 서예가로서의 길도 부지런히 걸어왔으니 김성장 시인의 시집이 이토록 늦은 연유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병록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사회 진보를 위해 애쓰는 운동가였다. 그의 손끝에는 서예가의 붓이 들려 있기도 했고 시인의 펜이 쥐여 있기도 했다.”며 “생의 다양한 이력처럼 시에도 다채로운 세계가 담겨 있다.”고 김성장 시인이 써내려 간 다양한 주제의 시편들에 주목했다.
해설을 쓴 김용락 시인의 표현대로 이번 시집에는 “다채로운 사색과 사유”가 담겨 있으며, “인간을 포용하는 원융(圓融)과 사무사(思無邪), 역사에 대한 견결한 투쟁의지, 참회와 같은 자기성찰, 섬세하고 아름다운 회화적 언어 기예,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운명적인 가족과 가난에 대한 회오, 실존에 대한 깊은 연민을 읽을 수 있는 시들이 가득하다.”

은둔행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관계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열차는 1278호 열차입니다
다시 한번 고립으로 가는 표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포행 열차를 타시려는 분은 3번 홈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선로 옆은 위험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상처에서 한 발짝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승객을 전송하고자 하는 고객께서는
승차하실 수 없으며 필요한 경우 승차권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 열차는 무정부역을 지나 소외 누추 평강을 지나
처연 그리고 고립으로 가는 열차입니다

열차를 잘 못 타신 고객께서는 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출발합니다
고립까지는 약 아득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가시는 곳까지 묵언의 시간 되십시오

- 「은둔행 열차」 전문

「은둔행 열차」에서 시인은 현실 회피와 자기 소외의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내는데, 시곗바늘처럼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은둔행 열차’의 유혹은 뿌리치지 못할 그리움이자 판타지로 읽혀지지 않을까.
또한 김성장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않은 다채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교직 생활을 하며 느꼈던 단상들과 80년대 운동권 활동을 통한 현실 참여적인 시편들, 개인적인 단상에서 나오는 감각적인 바이브가 일품인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

나는 설움이 많아서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시인이다
두려움 때문에 눈은 점점 커지고
커진 눈동자 사이로 바람이 몰아쳐
구석구석 먼지가 쌓여 있으니
나는 아픈 데가 많아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다.

눈물은 이미 다 쏟아버려
모래밭이 된 지 오래
그대 눈물 흘러온다면 스며 사라지겠지

그대는 목숨을 걸었는데 나는
손가락 하나 걸지 못하였다
후회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디 전봇대처럼 선명한 사상이 있으랴
낙타가 자기 발을 보고 문득 낙타임을 깨닫듯이
기도하려고 했을 때 손이 없음을 깨닫듯이
내가 나를 사물로 세워놓고 바라본다

좀 더 있으면 가을이 끝날 것이다 그때 나도
고독에 대하여 몇 마디 할 수 있으리라

-「나는 시인이다」 전문

시를 통해 보는 김성장 시인은 참 순수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느껴지는 ‘순수’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던 경력이 묻어나는 듯하다. 막 넘어져 아픈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렁그렁한 눈으로 상처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아픈 데가 많아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아픔’ 그 자체를 바라보는 김성장 시인의 시선은 섬세하고 깊다.

상처의 흔적은 상처의 주변에 서성거린다
상처도 사랑이 있어 상처를 낳고 싶어 한다
세상이 상처투성이인 것은
상처가 맨살보다 훨씬 더 꽃에 가깝기 때문

-「상처」 부분

‘끌림’이라는 감정은 서로 다른 상대성을 가진 대상보다는 비슷한 동질성을 가진 경우에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고단한 개인사를 간직한 동시에 올곧은 심성의 교육운동가였던 김성장 시인은 우리가 함께했던 한 시대의 상처에 연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거친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한 색깔을 간직하며 살아왔으니 그 마음에 무수한 상처가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상처에는 ‘사랑’이 있으니, 독자들은 그 상처 속에 박힌 깊은 향기를 맡으며 품 넓은 시정신의 정수(精髓)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성장
지은이 : 김성장
시인, 서예가 전직 국어 교사, 1988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서예 시집 『내 밥그릇』, 정지용 시 해설서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기행 산문집 『시로 만든 집 14채』 등이 있다.  

머리말

언어의 호수에 발 담드고 싶었으나
나, 호숫가 맴돌며 회한의 물결에 손 씻곤 했네.
이 많은 망치들이 어디서 흘러온 것일까.
첫 시집을 내고 25년
나는 산문의 거리를 떠돌다
잠시 이마에 물을 적신다.
내가 쪼아댄 언어들은 어디에서
먼지구름으로 뭉치고 흩어지는가.
두들겨 달아오르지 않는 언어를 붙잡고
이제 또 어느 계곡의 돌을 기다려야 한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둥근 물체
스윽 발을 담그어 본다.
언어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는 없으니까,
식지 않는 운문의 비밀에 닿을 때까지
딱 딱 딱 딱

2019년 2월
김성장


목차

1부 뜨거운 별들이 눈썹 위로 쏟아진다
춘설
수치도
춘정
무덤과 술병
상처
나는 시인이다
파닥거리는 슬픔
묵
마침표
바람과 바람
가운데
별은

2부 나는 파업이 그립습니다
기차 소리
대화
혹시
독수리 학교
투投
망초
트와일라잇
엘리제를 위하여
숲
허공, 근육을 만드는
흔들
구인사 동굴
즐거운 구술자

3부 무정부역을 지나 소외 누추 평강을 지나
은둔행 열차
‘살수’라고
야경夜景
민들레
끈
강물에 발을 적시다
쥐똥
처음처럼
입술
비석의 출구
탄환의 길
신발의 계단
망원경

4부 발은 바닥과 대화할 때 뜨거워진다
수도꼭지 교체사史
완전범죄
수혈
인연
그 밤에 관한 기록
신화
어느 낱말에 대한 추억
일체유심조
가끔
우물
눈부진 죽음
갤러리 천사
우물
단재 사당
발
마차를 위하여
저녁, 외딴집
나팔꽃

해설
다채로운 사색과 사유의 꽃밭 / 김용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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