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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거성

박균수 저 | 미려심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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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592608 / 88쪽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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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섬세하고 꼼꼼한 묘사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박균수 시인이 등단한지 22년만에 선보이는 첫 시집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68년 울산 출생.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책 속에서

신이 달려 나와요
한쪽 발이 채 바닥에 닿기 전에
다른 쪽 발을 던지며
연약하고 냉소적인 알코올중독자들
게으른 먼지들을 걷어차며 달려 나와요
싱크대에서 더러운 접시들이 내려앉아요
테이블에서 리모컨이 떨어지고 티브이가 켜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동프로그램의 캐릭터가
거대한 머리를 돌리며 웃어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당신의 티셔츠는
소파 등받이에 그대로 붙어 있어요
가슴과 등을 맞붙인 채
당신이 빈 술병을 걷어차고
당신의 맨발이 병 조각에 썰려요
당신은 개의치 않아요
당신이 문을 벌컥 열어요
문에 달려 있는 작은 종들 속
어설프게 주조된 달과 별들이 머리를 들이받아요
그들이 오기 전에
당신이 나를 감싸 안고 안으로 들어가요
문들과 창문들을 전부 걸어 잠그고
겹겹이 접혀 있던 커튼의 검은 뱃가죽을 잡아당겨요
레이스의 신경섬유가 끊어져요
당신이 나를 가장 어두운 곳
다락방이나 골방으로 데려가요
아니 테이블 아래 카펫 밑
비밀 통로로 연결된 지하실로 데려가요
당신이 지하실 구석의 궤짝을 열고
그래 아이스박스
아이스박스를 열고 나를 집어넣어요
불을 모두 끄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요
쥐들을 부려 나를 쫓던 그들이
지쳐 가버릴 때까지
분노로 거대하게 부풀어 이글대다
꺼져버릴 때까지
나를 숨겨줄
당신이 달려 나와요
당신이 어서 달려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점점 다가와요
당신의 집은 어디죠
그들이 여덟 개의 팔들을 높이 쳐들어요
겨드랑이 냄새가 지독해요
그들은 개의치 않아요
한낮의 태양이 그들의 팔뚝에서 주르륵 흘러요
당신이 달려 나와요
당신의 개도 혓바닥을 펄럭이며 따라 나와요

-「적색거성」

목차

220번지 첫 번째 길가 7호
가로수가 있는 거리
관찰
광신자
그날 택시 유리창에 간 금
그녀의 저녁 산책
꽃들의 검고 거대한 덩어리
날개
당신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의 금광
도시의 불빛
땅 끝에서
러닝머신
맨틀
물의 시간
바람
밤의 노래
벼랑 끝의 집
병든 새
봄의 반복
불안의 집
불행
빗질의 노래
사랑
사랑의 마음
사랑의 맹세
상실
슬픔
신비한 의식
신열의 바다
쓸쓸한 위로
어두운 마음
어두운 친구
여름의 끝
열대어
예민한 사람
예민한 시계 날카로운 거울
오후
욕망
우울
일몰
작은 방
적색거성
종이새
첫인상
청소부
초대
크리스털 꽃밭이 있었다
피맛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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