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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시리즈 : 버티고 시리즈 [34]

퍼트리새 하이스미스 저 | 김미정 역 | 오픈하우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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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285631 / 328쪽 124 x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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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리플리 증후군’의 창시자,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이 사랑한 범죄소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의 진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1966년 『서스펜스 소설의 구상과 집필(Plotting and Writing Suspense Fiction)』이라는 저서에서 『유리 감옥』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이스미스의 『심연』을 감명 깊게 읽은 어느 독자가 감옥에서 팬레터를 보낸다. 그는 사기죄로 형을 살고 있으며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편지에 적었다. 이에 하이스미스는 그에게 ‘나의 일과’에 대해 적어보라고 권한다. 감옥에서 몇 시에 일어나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소등을 할 때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상세히 묘사해 보라고 한다. 그가 보낸 석 장짜리 ‘나의 일과’가 이 작품을 구상하는 계기가 된다. 감옥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욕망이 인 하이스미스는 부당하게 옥살이를 한 어느 엔지니어의 체험기를 찾아 읽는다. 실화 속 주인공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투옥 생활을 하던 중 천장에 엄지로만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다. 통증을 다스리려고 맞은 마약에 중독되자 떳떳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출소 후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낯선 도시로 가서 일하며 집으로 돈을 부친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이스미스는 뼈대를 세우고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해 『유리 감옥』이라는 걸작을 완성한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는 주인공 카터가 갇힌 감옥에서의 비인격적인 참상이, 후반부에는 출소 이후 인간성을 상실한 카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처참하고 잔혹한 감옥 생활은 정적이며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카터가 사회로 복귀한 이후 상황을 그린 뒷부분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숨 막히는 심리전이 펼쳐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이스미스다운 긴박한 심리 스릴러의 진수가 드러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던 중 고문을 당해 영구 장애를 입게 된 카터,
출소 후 그가 마주한 세상은 감옥과 다를 바 없이 타락만이 존재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 또한 타락하는 것뿐이다

명문대 출신 엔지니어 필립 카터는 자신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새 직장에서 사기 및 공금 횡령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카터는 복역 중 그를 못마땅해하던 교도관에게 붙들려 천장에 엄지로만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양손 엄지에 영구 장애를 입는다. 모범수로 감형되어 6년 만에 출소한 그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그들은 서로를 어색해하고, 전과자로 낙인찍힌 세상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 애쓰던 카터는 한결같이 기다려주었다 믿었던 아내가 자신의 담당 변호사와 수년간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껏 그를 겨우 지탱해주던 마지막 나사 하나마저 모두 빠져버렸다. 감옥과 다를 바 없이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타락하는 것뿐이다.

저자 소개

(Patricia Highsmith, 1921~199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1921년 1월 19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나 바너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했다. 데뷔작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1950년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에 의해 영화로 옮겨졌다. 1955년 발표한 『재능있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는 하이스미스의 명성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 그리고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앤서니 밍겔라가 연출하고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라는 초호화판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리플리」로 두 번이나 영화화되는 등 「리플리의 게임」을 포함하여 스무 편 이상의 작품이 영화의 원작 소설로 쓰였다. 1960년대 미국에서 범죄 소설의 열풍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유지했다. 중년에는 자신을 카프카, 지드, 카뮈 같은 훌륭한 심리 소설가로 인정해준 유럽으로 건너가 집필에 매진하다가 최후의 장편소설『소문자 g』를 마치고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하이스미스가 사망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미국에서 그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출판사들은 하이스미스의 장편소설들을 개정판으로 새롭게 단장했으며, 전기 작가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그녀는 현재 범죄소설의 대가를 넘어서 문학사적으로도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하이스미스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112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같은 날, 같은 미국 땅에서 태어나 고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 상, 오 헨리 기념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 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 등을 받았으며, 리플리 5부작을 포함한 그녀의 주요 작품으로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대실책』,『이디스의 일기』,『올빼미의 울음』,『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그리고『어쩌면 다음 생에』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미정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MBC, EBS 등 영상 번역가를 거쳐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세대학교 국제언어학부와 고려대학교 외국어센터 전문번역가 과정을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 『이토록 달콤한 고통』, 『아내를 죽였습니까』,『캐롤』, 『칼리의 노래』, 『테러호의 악몽 1, 2』, 『크래시』, 『여왕 페기』, 『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 등이 있다.

책 속에서

13p
“엄지 펴.”
카터는 얌전히 양쪽 엄지를 세우다가 무니의 속내를 간파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무니가 가죽끈을 엄지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에 댄 후 버클을 단단히 조였다. 가죽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1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니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스툴을 발로 차.”
카터는 제법 높이 매달린 탓에 까치발이 들린 상태라 스툴을 찰 수 없었다.
무니가 스툴을 찼다. 스툴이 카터가 매달린 지점에서 2미터 앞으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카터가 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손가락이 뽑히는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양쪽 엄지로 피가 급속히 쏠렸다. 뒤에서 교도관의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았다.

20p
카터는 병사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붕대를 풀었다. 퉁퉁 부은 양쪽 엄지가 밝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기 엄지 같지 않았다. 자기 손에 달린 엄지 같지가 않았다. 엄지의 살에 비해 손톱이 너무 작아 보였다. 통증은 여전했다. 네 시간 간격으로 모르핀 주사를 맞으면서도 더 맞고 싶었다. 카터는 의사가 안심시키려 노력하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의사의 이름은 스티븐 카시니 박사였다.

56p
“모르핀을 쉽게 구할 수가 없잖아요. 잘 알겠지만.” 카시니 박사가 건조하게 말했다.
“압니다. 다른 약으로 바꿔주신다면서요.”
“새로 바꾸는 약은 모르핀만큼 효과가 좋지 않을 텐데요.” 카시니 박사가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었다.
박사는 모르핀 중독자가 아닐까, 카터는 의심이 들었다. 전에도 비슷한 생각이 스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았다. 보아하니 카시니 박사가 그에게 모르핀을 계속 맞으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자기처럼 카터도 중독되라고 권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약을 바꿔보려고요.” 카터는 대꾸한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91p
“헤이즐을 사랑합니다. 그렇다 한들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뭘 해보려고 하지도 않지만요.”
“헤이즐에게 말씀하셨나요?”
“네. 헤이즐이 말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더는 안 만나는 편이 낫겠다면서 속상해했어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설리번이 카터를 힐끔거리며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저도 고백한 걸 후회합니다.”
카터는 설리번의 얼굴에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죠. 다시는 그 말을 꺼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 여전히 헤이즐을 보는 게 좋습니다.”
“그렇군요.” 카터는 설리번을 아예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언제라도 터질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음을 깨달았다.

188p
“내가 진지하게 말하는데, 설리번을 제거해도 합법적으로 처벌을 면할 사람은 자네뿐이야.” 가윌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카터가 인상을 찌푸리며 웃었다. “전과자인데도요?”
“그럴 권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건 텍사스에서만 통하는 법 아닙니까?”
가윌이 몸을 뒤로 빼며 한 손으로 입을 문질렀다. “내 지인이 저지른 것처럼 꾸미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럼 경찰이 자넬 어쩌지 못하겠지. 자네가 의심은 받겠지만……” 가윌이 말꼬리를 흐렸다.
가윌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카터의 눈앞에 자신이 설리번의 울대뼈를 손날로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알렉스한테 배운 ‘한 방에 보내는 기술’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 필립. 우리 둘이서 뭔가 할 수 있어. 자네한텐 명분이 있다니까. 자네가 죽이기 전까진 두 사람을 말리지 못한다는 거 알잖나.”
“그건 당신한테 맡기죠.” 카터는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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